오늘도 거짓말로 해가 저문다

거짓말대회의 만장일치 일등상“여러분, 저는 평생에 거짓말이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이 이토록 힘들게 된 근본 원인이 꼭 한 가지 있습니다. 매우 간단한 것입니다. 그것이 다름 아닌 거짓말입니다. 옛날에 거짓말 대회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여러 연사들이 나와서 각종 거짓말을 했습니다. “저는 아침에 두부를 먹다가 그만 돌을 하나 씹어 어금니가 부러졌습니다.” 모두가 웃었습니다. “거짓말도 너무 하다. 두부 속에 무슨 돌이 있겠냐. 그리고 아무리 꽉 씹어도 이빨이야 부러지겠느냐.”

한 놈은 나와서 더 지독한 거짓말을 했답니다. “방금 오다가 큰 돌이 하나 거미줄에 걸려 흔들흔들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모두가 더 크게 웃었습니다. 그 거짓말은 상상만 해도 웃음이 저절로 터져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 연사들은 모두 상을 타지 못했답니다.

마지막으로 등단한 능청맞은 놈이 점잖게, 엄숙하게 입을 열었습니다. “여러분, 저는 평생에 거짓말이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이놈에게 일등상을 주었답니다. 평생에 단 한 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는 이놈에게.

몇 달 전에 세상 떠난 김수환 추기경의 잊지 못할 유머가 한 마디 있습니다. 언젠가 그를 찾아간 기자가 물었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영어·불어·독일어 등 여러 나라 말을 잘 하신다는데 사실입니까.” 추기경이 웃으면서 이렇게 말씀하였답니다. “나 잘하는 말 하나 있어요.” 기자가 물었습니다. “무슨 말인데요.” 추기경이 대답하였습니다. “거짓말” 참으로 추기경다운 농담이었습니다. 그리고 진실이 스며있는 농담이었다고 여겨집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천주교 신자이건 아니건, 그를 사랑하고 존경하였을 것입니다.

그런 양심의 소유자가 있는 반면에 우리 사회에는 “죽어도 거짓말은 안 한다”는 고약한 거짓말쟁이들이 우글우글합니다. 교사가 거짓말로 학생들을 속이고, 목사가 거짓말로 교인들을 속입니다. 교사도 모르는 게 있어 마땅합니다. 선생이 모르는 걸 학생이 물으면 “잘 모르겠다. 공부하고 와서 내일 알려주겠다”해도 될 것을, 괜히 화를 내면서, “그런 건 몰라도 돼”하며 야단치는 교사가 한둘이겠습니까. 제가 가보지도 못한 천국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헌금만 많이 내면 거기 갈 수 있다”고 허황한 약속을 교인에게 하는 목사 아닌 목사가 수두룩합니다.

그러나 거짓말의 큰상은 역시 정치꾼들 몫입니다. 금방 탈로가 날 거짓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는 자들! 좌니 우니 편을 가르고, 더러는 '중도'라고 하면서, 허무한 '진실'로 계속 유권자를 속입니다. 모든 국민을 언제까지나 속일 수는 없으련만, 오늘도 거짓말로 해가 저물어갑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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