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장한 사이비 종교의 교주

핵무장한 사이비 종교의 교주에게 핵을 포기하라는 것은 그에게 자살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따금 사이비 종교 교주의 황당한 행적이 들통 난다.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다. 교주가 살아있는 신으로 군림하며, 신자들에겐 금욕(禁慾) 또는 무욕(無慾)을 강요하여 천사를 지향하게 하고 자신은 동물적․인간적 욕구를 무한히 충족시키는 악마를 지향한다. 공동체 속에서 신자들은 개인적 자유와 권리를 일체 박탈당한다. 국가의 법률 체계에서 그들은 완전히 벗어나 있다. 말과 행위뿐 아니라 생각도 그들은 교주가 하루 24시간 내내 쏘는 주파수에 맞춘다. 종교의 간판을 달면, 국가는 정교분리의 원칙에 입각하여 그 안에서 아무리 해괴망측하고 파렴치한 일이 벌어져도 밖으로 명백한 물증이 새어나가지 않는 한 일체 모른 척한다. 사이비 종교의 공동체에선 교주의 말이 곧 법이요 도덕이다. 교주의 친위대가 곧 경찰이요, 군대요, 사법기관이다. 사자나 침팬지처럼 거기 사는 여자는 모두 그의 차지다. 사이비 교주가 여자인 경우는 거의 없다.

 

 극단적인 경우엔 교주가 자신의 친딸에게도 은총을 내린다. 일본의 최고 베스트셀러 작가 촌상(村上 무라카미)의 화제작 <1Q84>에서 지도자(leader)[오웰의 <1984>에선 큰 형님

(big brother)]는 초경을 겪지 않은 곧 임신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자신의 딸(워즈워드에 따르면 순수의 의미에서 어른의 아버지인 어린이, 나보코프에 따르면 순수하고 요염한 꽃봉오리 롤리타)을 포함하여 10살 이하 소녀 3명을 성노예로 삼는다. 지도자는 전직 대학교수의 뛰어난 머리로 그것을 기괴하게 해석한다. 소녀는 새 시대 새 세상의 지각자(perceiver)로, 자신은 수용자(receiver)로 설정하여 거대한 몸의 거대한 몽둥이로 세 소녀의 자궁을 영구 파괴하는 행위를 하늘에 달이 두 개 뜨는 세상 ‘1Q84’에 이르는 수동적 신성합일의 행위로 호도함으로써, 먼저 스스로의 양심을 아작내고 이어서 법을 대신하여 파렴치범을 심판하러 온 종교 공동체 바깥 사람의 나쁜 머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작가는 이를 좀 더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지도자의 몸은 신성합일의 순간에 거대한 몽둥이 외에는 손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태로 설정한다. 그렇게 되면 가해자가 피해자로 둔갑한다.

 

 사이비 종교의 교주가 쇠고랑을 차게 되면, 사람들은 혀를 끌끌 찬다. 교주도 교주지만 신자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상식의 궤에서 터무니없이 벗어난 교주의 말씀을 애완견처럼 꼬리를 흔들며 기꺼이 고분고분 따른 신자도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면서 종교의 폐해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백번 지당하다. 그러나 사이비 종교의 교주가 진짜 경찰과 군대를 보유하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전 국민이 그에게 애완견처럼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황소처럼 묵묵히 일하고 꾀꼬리처럼 즐겁게 노래한다. 금욕한답시고 우르르 영양실조에 걸리고 무욕(無慾)한답시고 무더기로 아침이슬처럼 스러진다. 모름지기 시체는 일체 욕망에서 해방되는 법! 이에 대해 교주는 쇠털 한 올만큼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한다.

 

 절대 평등의 관념적 이상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조작과 선전선동과 난동과 폭력으로 국가 권력을 쟁취하는 걸 가장 떳떳한 양심의 길이라고, 유일무이한 진리에 이르는 길이라고, 절대다수의 피지배층이 절대다수의 지배층으로 올라서는 정의의 길이라고 갈파한 자를 유일신으로 삼고, 마침내 국가 권력을 탈취하여 사이비 종교의 교주와 똑같은 길을 걸어가는 자가 제1대 교주로 등극하면, 전 국민이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또는 진심으로 사이비 종교의 열렬한 신도가 된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사명감에 불타서 새 종교를 주로 폭력과 선전선동의 수단을 동원하여 세계만방의 다른 나라에도 전도한다. 그러면 전 세계에서 그를 우러러보는 자들이 속속 등장한다. 게다가 제1대 교주가 핵무장하면 세계 최대 강국도 슬슬 눈치를 살핀다. 아니, 사실상 어떤 우방보다 우대한다. 그런 식으로 가장 재미 많이 본 자가 스탈린(1949년 핵개발, 2천만 명 굶겨 죽인 결과물, 16개국의 유엔군의 참전에도 불구하고 휴전선에서 총 내려놓음)과 모택동(1964년 핵개발, 3천만 명 굶겨 죽인 결과물, 1972년 닉슨에 의해 유엔 상임이사국 등극)이다. 그들보다 훨씬 사이비 종교의 교주 냄새가 물씬 나는 자가 김정일이다. 그는 스탈린과 모택동만큼 확실한 핵무기는 아니지만, 6자회담의 틀 안에서, 곧 한국과 미국과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음으로 양으로 지원 받아서 유유히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서 핵실험을 단행했다(3백만 명 굶겨 죽인 결과물). 잠시 발끈했지만 미국과 한국을 비롯하여 세계가 벌벌 긴다. 키득키득 박수를 보내는 자도 숱하다. 이를 예의주시하다가 최근에는 이란의 아흐마디네자드가 그 뒤를 따르고 바싹 뒤쫓고 있다.

 

 사이비 종교의 교주가 폭력과 말 곧 군대 및 경찰과 언론을 양손에 장악하고 있는 한, 대개 그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누구도 꼼짝 못한다. 교주는 죄 없는 신이고 나머지는 죄 많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제1대 교주는 죽으면서 분신을 여럿 남겨 놓는다. <1Q84>에는 이것이 ‘공기 번데기’로 작은 사람들(little people)이 만든 똑같은 모양의 인간 아닌 인간이다. 스탈린의 분신은 약간 모양을 달리 하여 한 세대를 더 지탱했다. 중국은 달랐다. 제1대 교주가 죽고 2년 만에 그 분신들을 일망타진한 등소평이 사상해방을 단행했다. 1978년 등소평은 이렇게 말했다.

 

“하나의 당, 하나의 국가, 하나의 민족이 모든 것을 교조로부터 시작하여 사상이 굳어지고 미신이 횡행하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생기를 잃어 당과 나라가 망한다.”

 

 이 지극히 당연한 상식의 복음으로부터 중국인들은 사이비 종교의 주문에서 깨어난다. 너도나도 정상인으로 거듭 난다. 더 이상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고 각자 열심히 일해서 일부를 국가에 바치고 나머지는 자신이 차지한다. 그것이 바로 개혁개방이다.

 

 북한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제1대 교주는 더 악독한 제2대 교주를 생전에 만들어 놓았다. 제2대 교주는 무엇보다 핵무기 개발에 혈안이 되었다. 돈도 없고 기술도 없어서 포기하지 않을 수 없는 단계에서 무엇보다 주체교의 교주를 음으로 양으로 앙모하는 따뜻한 남쪽 나라의 같은 민족이 크게 도와 주었다. 개혁개방은 했으되, 여전히 제1대 교주를 정치와 종교에서는 그대로 받들어 모시는 중국도 보호자의 바람막이 역할로 크게 도와 주었다. 핵만 가지면 벌벌 떠는 미국도 공허한 수사를 늘어놓으면서 식량과 기름을 누구보다 많이 대 주었다. 무엇보다 클린턴과 부시는 김정일에게 가장 귀하고 아쉬운 시간을 왕창 벌어 주었다. 무려 15년의 시간을 벌어 주었다. 그 사이에 중국은 세계 제1의 외환보유국이 되었다. 현재도 한미합작으로 2012년까지는 시간을 확실히 벌어 준다. 그게 바로 한미연합사 해체다. 그 다음의 시간이 누구 것이 될 건지는 적어도 탈북자와 북한인권 운동가들 눈에는 구름 한 점 없는 하지의 중천에 이글거리는 태양을 보듯 확실하다.

 

 외부 세계에서 사이비 종교의 교주를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목 조르기와 김 빼기다. 목 조르기는 일체의 지원을 끊는 것이다. 짖으면 짖는(교주가 설교하는) 대로 내버려두고 철통같이 안보를 튼튼히 하고 일체의 지원을 끊는 것이다. 줄 때는 인권이란 확실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 (서독은 3만5천 명의 정치범을 인도 받고 25만 가정이 서독에서 재결합하게 만들었다.) 라디오와 삐라와 TV로 지상낙원은 그 곳 내부 세계가 아니라 이 곳 외부 세계임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들려 주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탈출하는 사람들을 하나같이 영웅으로 받들어 모시는 것이다. 교주와 그의 친위대가 흥청망청할 물질적 지원이 끊기고 사이비 교리의 황당함을 발가벗기는 정보가 유입되면, 폭력과 기만에 의해 신도가 된 사람들이 사이비 종교의 주술에서 깨어나 공동체를 밑뿌리부터 흔든다. 그러면 중국과 베트남이 상식을 가진 자의 목탁 소리로 사이비 종교의 주술에서 깨어났듯이, 소련과 동구에 둘러쳐진 철의 장막이 절로 녹슬어 삭아 내렸듯이 어느 날 갑자기 일시에 무너진다. 총 한 방 쏠 필요 없다.

 

 핵무장한 사이비 종교의 교주를 머리맡에 두고서 배부른 귀공자인 여당의 대표라는 자가 그의 핵개발을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친절하게 주석을 달아 준다. 대통령은 교주와 교주 추종 세력이 권력과 방송과 인터넷과 신문을 앞세우고 뒤세워 대놓고 자행한 시궁창 과거의 죄를 일체 묻지 않고 국방비도 장관을 제치고 차관을 내세워 예정된 것보다 대폭 깎고 정신력을 강조하며 국민과 이웃 나라들을 향해 무지개 미래를 위해 일괄 타결(그랜드 바겐)하자고 외친다. 핵무장한 사이비 종교의 교주에게 핵을 포기하라는 것은 그에게 자살하라는 말과 마찬가지다. 교주 입장에선 무엄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포기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거나 무용지물로 만들어야 한다. 동물적·인간적 욕망을 무한히 충족시킬 수 있는 살아 있는 신의 아량과 자비와 양심에 기대는 것은 하늘을 꺼멓게 가린 먹구름에서 US 달러가 전 국토에 100mm씩 골고루 쏟아지길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2009. 10. 9.)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