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에 한국은 원자력 역사상 두 번의 쾌거를 잇달아 달성했다. 12월 4일 요르단에 연구용 원자로를 수출하여 조심조심 원자력 강국의 전족(纏足)을 내딛는가 했더니, 불과 한 달도 안 되어 성큼성큼 타이탄의 걸음으로 단숨에 바다와 대륙을 건너가 프랑스를 따돌리고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140만KW(1400MW) 원자력 발전소 4기를 수주하기에 이르렀다. 건설에 200억 달러, 운영에 200억 달러 도합 400억 달러 규모다. 이승만, 박정희, 이명박 세 대통령 그리고 원자력연구원과 한국전력이 모두 큰 일을 담당했다. 짝짝!
1955년 미국과 원자력 협정을 맺고 1959년 원자력연구소 설립하여 1962년에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 마크Ⅱ가 가동된 것은 당시의 열악한 사정을 고려할 때, 국부 이승만의 용단이라 일컫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그런 면에서는 소련군 대위 김일성도 뒤지지 않았다. 북한은 1956년에 소련과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여 1963년에 실험용 원자로 IRT-2000을 도입했다. 기술자립을 이루기 위해 300여 명을 소련에 유학 보내기도 했다. 1990년대부터 전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친 영변의 5MW 원자로는 김일성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북한이 기술을 자립하여 독자적으로 세운 것이다.
처음부터 김일성은 목표가 원자탄이었다. 그래서 시작은 한국에 못지않았으나 북한에선 원자로로 전기를 전혀 생산하지 못한 것이다. 일제 덕분에 해방 전에는 전기의 90%를 38선 이북에서 생산했으나 북한은 지금 전깃불이 거의 없어서 밤하늘의 별이 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관찰된다(‘재간동이’ 황석영은 좋겠지만). 전기가 엉망이니 공장도 90% 문을 닫았고 가전제품도 무용지물이다. 반면에 한국은 처음부터 원자로는 평화적 이용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지지부진했다. 무엇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고 돈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1971년 박정희 대통령은 에너지 위기를 맞아 일대 용단을 내렸다. 연구용 5MW가 아니라 미국의 도움으로 발전용 590MW(59만KW)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뛰어든 것이다. 1년 국가 예산의 4배나 들어갈 대역사였다. 배짱도 그런 배짱이 없었다. 전쟁을 한 번 일으킬 예산을 원자로 하나에 투입한 것이다. 누가 봐도 얼빠진 후진국 지도자의 무모한 도박이었다. 그러나 다른 수많은 일에서와 마찬가지로 박정희의 광기(狂氣)는 이번에도 비전[光氣]으로 입증되었다. 1978년 한국은 원자로에서 전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30여년간 한국은 20기를 차례차례 가동하면서 200만개 부품에 대해 95% 기술자립을 이루고 독자적인 원자로도 각각 100만KW(1000MW)와 140만KW(1400MW) 용량으로 둘이나 개발했다. 이번에 수출한 것은 1400MW용 APR-1400이다. 북한에 건설해 주려던 것은 1000MW 발전시설 OPR-1000 이었다. 5년 정도 더 있으면 100% 기술자립하는 APR+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은 ‘구더기 무서우니까 된장 담지 마라!’는 식의 반핵운동(한국의 친북좌파처럼 이들은 공산독재 국가의 핵무기 개발에는 솜사탕 이해와 고무줄 인내로 대함)에 개의치 않고 안전시설의 연구와 설치에 박차를 가하여 미국, 캐나다, 프랑스로부터 갖은 수모를 겪으면서 그 세 나라의 기술을 몽땅 배워서 ‘내 것’으로 만들어 전기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했다. 1982년부터 26년간 소비자물가가 178%나 올랐지만, 전기요금은 고작 5.4%밖에 안 올라 한국의 모든 가정만 아니라 모든 기업, 심지어 조폭 포함 지하경제도 크게 도움을 받은 것은 오로지 전기의 40%를 차지하는 원자력 덕분이었다. 어떤 나라보다 평화와 자연을 사랑하는 프랑스는 반핵운동에 아랑곳하지 않고 핵 주권을 내세워 핵무기와 핵발전소를 함께 개발하여 핵무장을 갖춤과 동시에 총 59기의 원자로로 전기의 70% 이상을 생산한다. 그러나 프랑스는 가동률이 76.1%로 세계 1위인 한국의 93.3%에 한참 못 미친다. 원자로는 아주 미세한 사고에도 자동으로 가동이 중지되는 만큼 안전성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반증이다.
미국은 총 104기 원자로 가동률이 89.9%로 높지만, ‘3마일 섬’ 핵유출 사고로 여론이 악화되어 30여년 간 거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지 않아 원전 건설 능력이 형편없어졌다. 한국으로부터 배운다. 급기야 고리원자력 발전소를 지어준 웨스팅하우스는 일본으로 팔려갔고 이번에 한국의 하청기업으로 들어왔다. 체르노빌 참사를 겪은 러시아의 원자로는 공짜로 지어 준다고 해도 문전에서 쫓겨나는 상황이고, 자원부국 캐나다는 거의 대외활동을 접었다.
원유가 금융위기 속에서도 배럴당 70~80달러를 오르내리자, 대체 에너지에 세계적인 관심이 쏠린다. 화석 에너지가 현재 세계 평균 83%에서 2030년 61%로 줄 수밖에 없는데, 세계의 모든 환경운동가와 한국의 한겨레신문이 유일한 대안으로 내놓는 재생에너지는 현재 2.4%에서 그 때까지 11%밖에 늘어날 수 없다. 대신 원자력은 14.9%에서 27.8%로 늘어난다. 사람을 널리 이롭게 하는 원자로와 사람 콱 죽이는 원자탄을 비로소 사람들이 구별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전세계에서 가동되는 430여기만큼 불과 20년 사이에 새로 건설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돈으로 환산하면 1조 달러이다. 이 블루오션에 한국이 세계적 전문가의 예상을 깨고 당당히 거인의 걸음을 내딛었다. 이번 수주에는 한전이 가장 큰 공을 세웠지만 이명박 대통령도 뒷심을 실어주었다. 한국이 K-STAR로 상당한 기술을 확보한 핵융합로는 안전문제가 전혀 없고 항구적인 에너지원이 될 전망인데, 섭씨 1억 도가 넘는 고온처리 문제 때문에 2050년 이후에야 상용화될 것이므로 21세기말이나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당장 어깨에 띠를 두르고 꽹과리를 치면서 방방곡곡 돌아다니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솔깃하지만, 현실성은 매우 떨어진다. 우선 장소를 너무 차지한다. 100만KW 전기 생산에 원자력은 0.6㎢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태양광은 75㎢, 풍력은 30㎢가 필요하다. 그만큼 경제성이 떨어지고 건설 과정과 건설 후에 오히려 환경을 왕창 훼손한다. 아직 피나는 거대 규모의 연구가 필요하다. 선심성 정책으로 유류세를 10조원 돌려주어 한 잔 술로 유흥가나 흥청거리게 만들지 말고, 에너지 발전기금을 조성하여 한국인과 인류가 길이 쓸 신재생에너지와 핵융합에너지 개발에 투자했어야만 했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그러지 못했다. 길이 남을 세기적 대실책이었다. 그러나 그가 이번에, 마음만 통하면 동성애하듯 30cm 안으로 바싹 얼굴을 맞대고 협상하길 좋아하는 중동 문화를 잘 이해하여 400억 달러 수출에 기여한 것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출발은 같았으나 기껏 5MW의 원자로를 개발하여 그걸 무기로 삼아 한 방에 적화통일을 달성하려는 김정일의 망상을 깨뜨리는 데도 이명박 정부가 힘을 발휘하면 얼마나 좋을까.
 (2009. 12. 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