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와 4대강의 너머에

국세와 지방세가 8:2인 것이 근본 문제다.

 

 여의도의 무위도식(無爲徒食)자들이 입마다 거품을 가득 물고 손발을 어지러이 내저으며 어깨의 근육과 어깨띠의 구호로 그들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국가와 민족을 구하려고 남녀탐구생활의 안성맞춤 소재를 제공하는 사이, 293조 원 2010년 국민 총생산의 약 30%가 세금 또는 준세금으로 국고를 거쳐 국민에게 되돌아가게 되었다.

 

 태조 이성계처럼 10%를 걷든, 세종처럼 5%를 걷든, 이명박처럼 30%를 걷든, 오바마처럼 40%를 걷든, 김정일처럼 100%를 걷든, 그것이 다시 어딘가로 흘러간다는 점에서 보면, 제로섬 게임의 차원에서 보면 그게 그것일 것이다. 실지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GDP에서 정부의 지출은 정부 구매(Government purchase)로 잡히는데, 이것은 가계의 소비(Consumption)와 기업의 투자(Investment) 그리고 순수 수출(Net export: 수출에서 수입을 뺀 부분)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Y(GDP)=C + I + G + Nx

 

 스탈린이나 김정일처럼 미치광이가 절대권력을 휘두르면, 정상 국가에서 최소한 70% 이상을 차지할 나머지 세 부분이 오히려 30% 이하를 차지하고 정부 구매가 70% 이상을 차지하여 자원과 자본과 인력이 극도로 비효율적으로 쓰인다. 절대권력(당 중앙)이 황금알을 낳는다며 거대한 쓰레기터에 돈과 자본을 쏟아 붓는다. 그러면 정부의 엉터리 통계와는 반대로 GDP는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게 되고, 일부 권력층만 호사하게 된다.

 

 불경기가 오면, 가계는 소비를 않고 기업은 투자를 않는다. 그러면 수출도 늘어나지 않는다. 이때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인위적으로 정부 구매를 늘려서 국내총생산을 늘리고 소비와 투자를 자극한다. 가장 유명한 예가 루스벨트의 토목공사였다. 그것은 중산층 이하에게 적잖은 도움을 준 게 사실이다. 그러나 미래의 성장 동력을 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에 심리적인 측면이 강했을 뿐, 제2차대전이 발발하여 무한한 소비와 무한한 투자가 일어나기까지 실지로는 공황 극복에 큰 도움을 못 주었다. 역설적으로 루스벨트를 살린 자는 히틀러였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정부 구매는 한국의 박정희와 중국의 등소평에 의해 이뤄졌다. 그들은 처음에는 경공업 후에는 중화학공업 다음에는 전자공업 등의 순으로 정부가 앞장서서 실정에 맞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면서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와 국가의 수출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항아리에서 빠져 나온 귀여운 마신이 커지듯이 폭발적으로 커지게 만들었다. 그들 앞에서 중남미의 종속론은 사이비 교주의 종말론으로 폐기되었다. 가장 큰 이유는 아시아의 두 거인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알아 선진국의 과학기술을 탐욕스럽게 배워 어어, 하는 사이에 선진국으로부터 기술자립을 거의 이룬 것이다.

 

 야당도 엉터리지만 정부여당도 엉터리다. 세종시든 4대강이든 그것은 미래의 성장동력이 되지 못한다. 단지 중앙정부의 예산을 지방에 뿌리는 선심정책에 지나지 않는다. 한강의 기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해체하는 안목으로 시속 500km 시대에 시속 5km의 운하에 대한 집념을 강하게 풍기면서(임기 중에는 안 한다, 못한다, 즉 그 후에는 할 수도 있다), 환경과 관광의 이름으로 4대강 유역에 골고루 국세를 뿌린다는 것은 지방단체끼리 싸움 붙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세종시와 4대강의 너머에 또는 그 아래에 도사린 것은 국세와 지방세의 현격한 차이다. 한국의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8:2다. 말만 지방자치지 지방세의 비율이 이렇게 낮기 때문에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눈치만 본다. 지방교부금의 이름으로 중앙정부는, 대통령은 서울시 같은 거대 자치단체의 수장도 중앙정부의 국장 정도로 부려 먹을 수 있다. 그래서 대통령이 되려고 그렇게 기를 쓰고 거기에 줄을 대려고 오장육부를 아예 손에 들고 다닌다. 소신이고 신념이고 이념이고 뭐고 없다. 불러만 주면 흑을 백이라 하고 백을 흑이라 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여당은 대통령에게, 야당은 미래의 대통령에게만 잘 보이면 된다. 지방자치단체의 수장은 무슨 수를 쓰든지 국세를 많이 끌어오면 지방 주민에게 최고의 목민관으로 떠받들린다. 영산강 유역의 지방자치단체장이 당론을 거역하는 것은 하등 이상할 게 없다.

 

 나로호 우주기지에 가서 토끼눈 과학기술자의 등을 두드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1천억 원, 1조 원의 돈을 주는 게 수십 배 더 중요하다. 중동의 왕세자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핵 주권을 선언하고 핵폐기물 재처리도 허용하여 원자력 에너지의 사이클을 완비해야 한다. 미국이 의심스러워한다면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감독을 정례화하면 된다. 그러면 처치 곤란한 플루토늄을 원료로 쓰는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다. 그런 것은 대통령의 결단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핵융합 발전소에도 1조 원, 2조 원을 투자해야 한다. 그러면 그런 것이 모두 성장의 동력이 되어 당장 고용을 창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미래에는 수십 수백 배의 고용을 창출한다. 그것이 바로 박정희와 등소평의 전략이다.

 

 오늘날 미국과 일본이 허덕이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부채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난 것이다. 정부의 부채가 천문학적으로 늘어 난 만큼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어 미국은 중국의 돈으로 일본은 미래세대의 돈으로 버틴다. 2010년의 일본 예산은 92조 엔인데, 이 중에서 세수는 37.4조 엔에 지나지 않고 국채가 44.3조 엔인데, 그 중에 20.6조 엔은 빚 갚는 돈이다. 한국도 남의 일이 아니다. 김대중 정부 이래로 위기 극복이란 미명 하에 해마다 40조 원 가량 국채가 늘었다. 그 이전 50년 동안 진 빚을 해마다 지는 것과 비슷하다. 이미 국채는 400조 원에 이른다. 이것만이 아니다. 장부상으로만 깨끗하지, 실질적인 국채도 그것의 두 배 가량된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공기업의 부채다. 중앙정부서 선심성 사업을 벌일수록 공기업의 부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것은 여차하면 정부의 부채로 둔갑한다. 박정희 식 백년대계가 사라지고 김대중 식 5년지소계(五年之小計)가 굳게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이런 일은 점점 심해질 것이다.

 

 서구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6:4 정도 되어야 한다. 그래야 중앙정부의 힘이 그만큼 약해지고 대통령의 황제권력도 눈에 띄게 줄어들어, 5천만이 청와대만 바라보고 아무 일에나 신문고를 두드리는 일이 사라질 것이다. 국회의원도 자연히 대통령과 미래의 대통령의 눈치를 덜 살피고 제대로 심의하고 토의할 것이다. 또한 지방정부가 실질적으로 자립하고 그만큼 책임정치를 실현할 것이다. 지방정부는 잘하면 세금을 더 걷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손 벌일 데가 별로 없는 만큼 파산할 수도 있다. (2010.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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