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뺨치는 정두언의 外高 개편안

영어 한 과목만 잘하는 프랑켄슈타인을 기르겠다니!

 

 “마녀를 마녀라 부르는 것은 마녀사냥이 아니다.” ­­­­정두언

 

 2009년 12월 10일 1차 외고 개편안에 이어 2010년 1월 26일 2차 외고 개편안이 발표되었다. 1차는 아예 폐지하려던 외고를 존속하되, 한 학년 기준 10학급 250명 이하로 규모를 축소한다는 것과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겠다는 게 핵심이었고, 2차는 입학사정관제의 세부사항을 확정 발표한 것이다.

 

 입학사정관제는 내신 160점, 면접 40점으로 이뤄진다. 내신은 외고라는 말에 걸맞게 아니, 미생(尾生)처럼 집착하여 영어 한 과목만, 그것도 2학년과 3학년 영어 성적만 반영한다. 나머지 40점은 면접과 학습계획서와 추천서로 결정된다. 면접에서는 영어 듣기가 금지되고 필답고사형 질문이 금지된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 20%는 특별전형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사교육의 온상이요 귀족의 학교인 외고’를 때려잡기 위해 여론을 탐색하며 바람을 잡다가 바람이 일지 않아 씩씩거리다가 포기한 것을 개방과 자율을 앞세운 이명박 정부가 교육의 수장도 버금 수장도 아닌 일개 국회의원을 내세워 세계가 감탄하는 대한민국의 외고를 단칼에 한 과목만 잘하는 프랑켄슈타인들의 집합소로 만들려고 한다. 이명박 정부는 아마 그러면, 외고가 사교육 무풍지대로, 개천에서 용을 우르르 배출하는 ‘공교육의 표상이요 서민의 학교’로 변신할 줄 확신하는 모양이다.

 

 잘하면 매로 다스리고 못하면 떡으로 구슬리는 인기영합주의 15년 교육정책이 개방과 자율을 내세운 정부에서 도리어 절정을 이루었다.

 

 첫째, 외고의 학생 선발권은 원천적으로 봉쇄되었다. 정두언은 왜 외고에서 대학생 수준의 영어 듣기 시험을 보는지, 그 비롯됨을 전혀 모르고 있다. 그것은 정부의 무지막지한 정책에 대한 외고의 작은 대책이었을 뿐이다. 사교육을 조장한다며 정부가 필답고사를 못 보게 하니까, 이명박 정부의 학업성취도평가에서 백일하에 드러났듯이 학교 차이가 너무 나서 도무지 내신을 믿을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여 정부의 엄명에 따라 내신은 크게 반영하되 필답고사 같지 않아 꼬투리를 잡히지 않을 영어 듣기를 하나 추가한 것이다. 과학고도 마찬가지였다. 영어 듣기 대신 수학과 과학을 필답고사 같지 않은 형식의 면접으로 본 것이다.

 

 둘째, 앞뒤가 뒤바뀐 사교육에 대한 극약 처방이다. 영어 듣기만 금지한 게 아니라 경시대회나 토익이나 토플 등 각종 사설 영어 시험도 금지된다. 생활기록부에 아예 기록하지 못한다. 그러면 그런 사교육에 대한 수요가 원천적으로 사라질 거라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라질 리도 없겠지만, 설령 사교육이 사라진다고 한들 교육의 본래 목적인 인재양성이 쏙 빠졌기 때문에 이건 교육 정책이 아니라 이제 지구상 두어 곳에서만 실시되는 일방적 내리먹임식 경제 정책이다. 서두에 밝혔듯이 내신도 다른 과목을 반영하면 거기에 대한 사교육이 늘어날 거라고 하여 외고와 외국어를 연결하여 영어 한 과목만 반영한다.

 

 복잡한 현대에 살아가려면, 중학교까지는 사실상 전 과목을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안 그러면 뉴스를 봐도 드라마를 봐도 절반도 이해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과 대화 자체가 안 된다. 외고는 영어 한 과목만 배우는 대학원이 아니다. 대학원도 전공 한 과목만 시험 보는 게 아닌데, 대학은 더군다나 최소한 현행 제도로도 국영수에서 두세 과목, 과학이나 사회에서 두 과목 이상 수능성적을 반영하는데, 이제 겨우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학생의 학력 평가 자료로 영어 한 과목만 그것마저 내신만 반영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대학의 예체능학과도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나 피아노의 김선욱같이 특수한 경우가 아닌 한 내신과 수능을 다 반영하는 것은 어느 한 과목만 잘해서는 자율적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로봇이나 현대판 노예를 기를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인생을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하는 잠재능력이 무한한 사춘기 학생들에게 다른 과목은 모두 빵점 맞아도 좋으니 영어만 잘하면 된다고, 정부가 앞장서서 공부의 왕도를 강요하는 것은 편집광적인 정신적 장애자를 기르겠다는 국가 권력의 횡포다. ‘한 과목만 잘하면 대학 갈 수 있다’고 헛소문을 퍼뜨린 이해찬도 실제 정책으로 그렇게는 못했다. 그런데! 개방과 자율을 앞세운 이명박 정부가 이제 겨우 대학예비과정인 고등학교에서 무소불위의 국가권력에 기대어 그것을 실행에 옮긴다.

 

 외고는 외국어학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가 아니다. 외고에선 교육과정만 충실히 가르치면 되고, 학생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을 충실히 배운 다음 진로는 스스로 선택할 천부인권이 있다. 한국에서는 상고 나온 사람이 연이어 세 명이나 대통령에 당선되었는데, 그렇게 따지면 그들은 하나같이 은행이나 협동조합에만 취직했어야 한다. 그들이 당시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출세의 지름길인 상고로 진학한 거나 오늘날 외고급 명문 인문고가 평준화 정책으로 사실상 원천 봉쇄된 상황에서 출세의 지름길인 외고로 진학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대학에서 설령 의대를 나왔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아니다 싶으면 가수도 될 수 있고 변호사도 될 수 있다. 그것이 자유민주 체제이다.

 

 필답고사를 금지할 게 아니라 연합고사를 전면적으로 부활해야 한다. 왜 학업성취도평가는 정부가 강요하면서, 안 보면 잡아가면서! 연합고사는 사갈시하는가. 학업성취도평가로 초중고 학생들의 객관적인 학력을 측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학교 졸업 예정자의 학력은 연합고사로 객관적으로 측정해야 한다. 그것은 학교에서 배운 것만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잘 보는 학생은 중학교 과정을 가장 충실히 이행한 학생이다. 김영삼이 대도시에서 연합고사를 폐지함으로써 오히려 외고나 과학고는 학교서 배우지 못한 영역을 추가하여 학생을 선발할 수밖에 없었다. 연합고사 200점 만점에 180 이상, 190 이상, 195 이상 등으로 외고나 과학고만이 아니라 자율고나 자립고도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 특정과목에서 학교에 따라 가중치를 두는 것은 좋다. 학생이 무슨 딱지나 구슬도 아니고 추첨할 게 아니다. 연합고사를 보면 공교육이 급격히 정상화된다. 연합고사를 보던 때 오히려 사교육도 적었고, 학생들의 실력도 좋았고, 학교 교육만 충실해도 되니까 가난한 집에서 우등생도 월등히 많이 나왔다.

 

 면접과 학습계획서와 추천서로 사교육을 말살시킬 수 있으리라고 보는데, 참으로 순진무구한 발상이다. 거기에 맞춰 얼마든지, 순발력이 독보적인 한국의 사교육 시장에서 가르칠 수 있다. 영어 듣기보다 더 큰 시장이, 블루 오션이 형성될 것이다. 보나마나 일선 학교보다 잘 가르칠 수 있다. 일자리 일자리 하는데, 사교육 시장도 무려 1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사교육은 무슨 도둑질하는 것도 아니고 강도짓하는 것도 아닌 엄연한 지식정보 사회에서 가장 각광 받는 3차 산업이다. 정부의 엉터리 정책 때문에 공교육이 부실한 덕분에 다른 나라보다 한국이 가장 앞섰다. 반도체와 휴대폰과 원전만이 아니라 사교육도 이제 대대적으로 수출해야 한다. 당장 가족의 생계가 달린 문제인데, 소비자 입맛에 딱 맞추는 데 도가 튼 교육 서비스 제공자들이 소비자 입맛에 도무지 안 맞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들이 눈에 번히 보이는데, 국가와 국민이 아니라 5년 단임 정부를 위해서 모른 척하고 일제히 실업자 대열에 끼어 하루아침에 극빈자로 영락하여 정부의 쥐꼬리 보조금만 바라볼 것 같은가.

 

 정부는 사교육보다 나은 공교육을 제공하는 데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공기업이 민간기업으로부터 배우듯이 공교육은 사교육을 마귀 보듯 할 게 아니라 사교육을 스승으로 모시고 도시락 싸 들고 가서 배워야 한다.

 

 21세기를 맞이한 지도 어느새 10년이다. 이제라도 교육의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는 제발 그만 두어야 한다. 중국보다 인도보다 일본보다 미국보다 더 나은 인재를 기르는 방법이 무얼까, 그걸 깊이 고민하고 널리 지혜를 구해야 한다. FTA를 맺는 게 능사가 아니다.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인재가 없으면 백약이 무효다. 오로지 권력 주변 인물로부터 당장 5년 안에 만병통치할 것 같은 아첨만 들으면 잠시는 희망에 부푼 단잠을 잘 수 있겠지만, 길이길이 도깨비 방망이에게 시달리는 악몽을 꾸게 된다. 김영삼이나 이해찬이나 김대중이나 전성은이나 노무현처럼!

   (2010.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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