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京과 난징

‘현지原音’은 발음하기 불편할 뿐만 아니라 그 ‘소리’로는 ‘의미’ 전달조차 되지 않는다. 政府는 한글專用을 즉각 폐지하라



金昌辰/草堂大 교양학부 교수





한국 신문들이 일본이나 중국의 固有名詞(고유명사)를 적는 것을 보면 앞에 일본어나 중국어를 적고 뒤에 괄호 안에 漢字를 적어준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앞에서는 외국어 발음을 알고 뒤에서는 외국어 의미를 알라는 뜻이다. 이처럼 외국 고유명사에 대해서는 한국 신문들이 발음과 의미, 양쪽을 모두 적어준다.




한편, 한국 신문들이 한국 고유명사를 적는 것을 보면 그와 다르다. ‘의미’를 나타내는 한자는 아예 괄호 안에라도 적지 않고, 그냥 ‘발음’만 적는다. 한데 그 발음도 정확한 게 아니다. 예를 들어 ‘정운찬’의 ‘정’이 [정ː]인지 [정]인지도 구별할 수 없는 엉터리 발음이다.




일본과 중국의 고유명사는 한자를 적어주면서 왜 한국 고유명사는 한자를 적어주지 않을까? 왜 한국인은 자기 것은 ‘의미’를 몰라도 되고, 외국 것은 ‘의미’를 알아야 할까?




또 일본과 중국 고유명사의 ‘발음’은 ‘현지原音’까지 찾아서 ‘정확히’ 적으려 애쓰는 한국 신문들이 왜 자기 나라 고유명사의 발음은 ‘부정확하게’ 적는 것일까? 사실은 우리나라 신문들이 적고 있는 그 일본과 중국의 ‘현지원음’이야말로 불필요한 것이 아닌가? 그 ‘현지原音’은 발음하기 불편할 뿐만 아니라 그 ‘소리’로는 ‘의미’ 전달조차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南京’이라는 한국식 한자음으로는 ‘남쪽 서울’이라는 의미가 유추되지만, ‘난징’이라는 중국어 ‘현지 原音’으로는 의미를 알 수 없지 않는가? 그런데도 ‘외국어 현지 원음’을 굳이 그렇게 적어주려 애쓰는 것을 보면, ‘고유명사’란 그렇게 엄청나게 중요한 것인가 보다.




문제는 왜 한국의 고유명사는 그 엄청나게 중요한 것으로 대접을 안 하는가 말이다. 우리가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갖는다면, 우리나라 고유명사를 외국 것보다 더 존중하든지 아니면 최소한 동등하게 대접해야 마땅하지 않는가? 그런데도 거꾸로 우리나라 신문은 외국 것은 존중하고 우리 것은 이리도 천대하는가?




이것은 다름 아니라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한글專用(전용)이 원래 外勢(외세) 事大主義(사대주의)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한글전용은 원래 한국어 전통이 아니다. 밖에서 들어온 외국 것이다. 미국인 필립 제이슨이 미국인의 시각으로 한국어의 전통을 부정하고 뜻글자인 한자를 버리고 로마자와 같은 소리글자인 한글로만 글을 적게 시도한 것이 바로 한글전용이다. 곧 한국 문자의 로마자화를 목표로 시작한 것이 바로 한글전용이다. 따라서 한글전용은 처음부터 그 본질이 외국 것을 존중하고 한국 것을 천대하는 데 있다.




그래서 1970년에 한글전용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40년이 지난 오늘날 이처럼 主客顚倒(주객전도) 현상이 굳어져버린 것이다. 따라서 우리 민족이 만든 한글만 쓰는 한글전용이 민족주체성을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을 정반대로 아는 일이다. 우리 민족이 한자를 쓰는 것은 유사 이래 2천년간 해온 한민족의 전통이다. 민족전통을 계승하는 것은 민족주체성을 살리는 일이다. 반면에 우리말 전통을 파괴하고 한글만 쓰는 것은 오히려 외국 것을 존중하고 한국 것을 천대하게 만든다. 곧 한글전용이야말로 외세 사대주의이고 민족주체성을 손상시키는 일이다.




며칠 전, 학부모의 90%, 교사의 80%가 초등학교 한자교육에 찬성했다고 보도되었다. 또 얼마 전, 국회의원의 90%, 전직 국무총리의 100%도 國漢字混用(국한자혼용)을 건의한 바 있다. 이런데도 정부가 한글전용을 계속 추진하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정부는 한글전용을 즉각 폐지하고 민족주체성을 회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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