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 말살하는 EBS의 사교육 독점

유일 강의와 유일 교재, 그것은 창의력을 말살하는 첩경이다.

 

 안병만 교육장관은 2011년 수능에서 EBS 연계율을 70%로 높이겠다고 수차례 공언하고, 미심쩍어 하는 사람들에게 2010년 6월과 9월 모의고사에서 헛말이 아님을 보여 주겠다고 다짐했다. 모의고사까지 들먹였으니까, 이번은 전과 확실히 다를 것이다. 2011학년도 수능이 끝난 후에는 열심히 통계를 조작할 것이다. 실패해도 문제지만, 성공하면 더 문제다. 성공하면, 1개 관제 사교육업체(EBS는 어떤 기준을 적용하든 절대 공교육 기관이 아님)가 수천 공교육 기관과 그보다 많은 사교육 기관 위에 유아독존적으로 군림하게 될 것이니까. 수많은 교과서는 국정이든 검인정이든 곧장 폐휴지로 실려 갈 것이다. 탄생하기까지 3년 이상 걸리는 교과서와는 달리, 불과 몇 개월 만에 뚝딱뚝딱 양산되는 EBS 교재가 ‘진리’의 보고가 될 테니까. 누구나 달달 외워야 하는 ‘교시’가 될 테니까.

 

 전례로 보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그와 이름이 비슷한 안병영도 김영삼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두 번 교육장관으로 재임하면서 EBS 최대주주도 못할 역할을 담당했었다. 결과는 최대목표인 사교육 잡기도 실패했고 EBS의 위상도 높이지 못했다. 1개 관제 사교육업체에 지나지 않는 EBS에게 반짝 떼돈을 벌어 주었을 뿐이다. EBS보다 나은 교재, EBS보다 나은 강의가 속속 등장하여 EBS는 교육시장에서 조롱거리가 되었다.

 

 EBS가 교육시장에서 외면 받고 부실기업으로 퇴출될 만하면, 꼭 교육계의 무소불위 황제가 직권으로 살려 준다. 부실기업에 끝없이 대출해 주는 것보다 한심한 짓이다. 공익의 이름으로 만년 적자 기업 석탄공사에서 놀고먹는 자들을 혈세를 퍼부어 끝없이 살려 주는 것보다 심한 권력의 횡포다. 여타 부실기업은 권력으로 강제해도 소용없지만, 교육계는 돈 한 푼 안 대 주고도 말 한 마디면 ‘진짜면 어쩌나’하는 두려움 때문에 수백만 수험생과 학부모가 돈을 싸들고 교육황제가 지정하는 부실기업으로 헐레벌떡 달려간다.

 

 돈 한 푼 안 받으니까, 결백하다고 주장하고 양심에 하나 꺼릴 게 없다고 큰소리칠지 모른다. 그런 식이면 수십억의 주민을 절대빈곤의 도탄에 빠트린 공산 독재자는 아무 죄가 없다. 그들은 모든 기업을 국유화한 다음, 돈 한 푼 안 받고 오로지 양심에 따라 어떤 기업도 절대 도산되지 않도록 그저 말 한 마디로 끝없이 살려 주었다. 그러다가 나라 전체를 도산시켰다. 소비자의 선택에 맡기는 순간, 부실기업은 사라지고 우량기업이 탄생한다. 그것이 바로 개혁개방이다. 개혁은 기업의 운명을 국내의 소비자에게 맡기는 것이고, 개방은 그것을 외국의 소비자에게 맡기는 것이다.

 

 권력은 무한하고 책임은 전무한 분야가 한국에 있다. 교육계가 바로 그 곳이다. 대통령의 교육 분신으로서 교육장관은 천만 학생 위에,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모든 교육기관 위에 황제처럼 군림한다. 지난 20여년 간 그가 하는 일 가운데 영순위가 사교육 때려잡기요 입시제도 뜯어고치기다. 나머지는 모조리 지엽말단적인 것이다. 1년에 한 번꼴로 사람이 바뀌었지만, 그 때마다 입시제도는 확확 바뀌었지만, 중학교든 고등학교든 대학교든 신음 소리를 내며 무조건 복종했을 뿐이었지만, 결과는 악화일로였다. 그럼에도 그 누구도 독자적인 입시제도를 적용할 수 없었다. 만약 그랬다면, 그 날로 지상에서 사라질 운명임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세계1위 독재자 김정일의 변덕처럼 희비극적인 기기묘묘 정책을 다 쏟아냈지만,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고 한 번도 교육황제가 옥에 갇힌 일도 없다. 지나가면 끝이다. 그러니 아무런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 어르신의 뜻을 받들어 ‘소신껏’ 일하면 된다.

 

 독일의 교과서는 본문보다 주석이 더 긴 경우가 많다. 그런 식으로 진리에 도달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중고등학교 때부터 가르쳐 준다. 한국도 교과서가 부단히 발전했다. 평균 5년마다 개정되었다. 국정은 거의 사라지고 검인증으로 바뀌었다. 진리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그렇게 제시되었다. 수학의 『정석』처럼 교과서보다 더 교과서다운 부교재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학생들의 사고방식도 다양해질 수밖에 없었다. 공통점과 쟁점, 미해결점과 맹점 등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그만큼 부지불식간에 이해력도 깊어졌고 창의력도 높아졌다.

 

 늘어난 이해력과 창의력을 죽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권력기관이 교육부요, 천편일률적인 입시제도다. 수시니, 특별전형이니, 논술이니, 입학사정관제니, 뭐니 하면서 교육부는 입시의 다양성에 대해서 요란하게 선전선동하지만, 그것은 하나같이 교육부가 강제하여 생긴 제도이다. 야비하게 재정으로 압박하고 비리로 위협하여 대학이 마지못해 따를 뿐이다. 대학에서 자진해서 만든 건 하나도 없다. 대학이 가장 하고 싶은 본고사는 절대 못 본다. 고등학교서 가장 하고 싶은 자체 필기시험도 절대 못 본다. 이렇게 정부가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으니까, 그것에 기가 막히게 적응하는 사교육 시장이 날로 커진다. ‘묻지 마’ 조기유학이 농촌에까지 유행한다. 정부 스스로 공교육을 죽이고 사교육을 조장하는 걸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 등 교육권력층만 모른다. 책임지는 법이 없으니까, 자기가 명령하는 일은 무조건 옳다고 생각한다. 지나고 나면 기껏 남 탓만 한다. 그저 정부 정책에 무조건 복종한 죄밖에 없는 교사와 학부모 탓만 한다. 그래서 실패했단다! 미치광이가 따로 없다.

 

 본말이 전도되었다. 취지는 좋은데, 방법이 문제가 있다고? 그렇지 않다. 취지도 잘못되었고, 방법도 잘못되었다. 어떤 교사나 교수도 대통령이나 교육장관보다 교육에 대해 잘 안다. 어떤 학부모나 학생도 대통령이나 교육장관보다 무엇을 배워야 할지, 어디서 배워야 할지, 누구에게 배워야 할지 잘 안다. 그럼에도 그들은 단지 바람몰이 선거로 대통령이 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의견이 똑같은 사람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백년대계를 밀실에서 정한 대로 정치화하고 선동하여 조령모개(朝令暮改), 조삼모사(朝三暮四),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로 만들어 나라를 온통 들쑤신다. 그들은 사오정의 귀로 듣고, 하마의 입으로 말하고, 사자의 발톱으로 할퀴고, 악어의 이빨로 물어뜯는다.

 

 장관이 바뀔 때마다 교육을 더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자리에서 물러나면 최고의 영예를 누리며 최고의 연금을 평생 타 먹는다.

 

 제발! 교시(敎示)로 통치되는 공산국가에서도 불가능한 일을 세계10대 시장에서 명령과 강제로 실현시키려는 망상에서 벗어나, 교육은 교육 전문가에게 맡기라. 무식과 편견을 권력으로 강제하지 말라. 교육계에 명실상부한 자율권이 주어지면, 약간의 혼란을 거친 후 공교육도 살고 사교육도 떳떳해진다. (2010.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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