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과 천안함, 그리고 대한민국

분노하지 않는 국민, 하늘인들 도울까! 분노하지 않는 국민, 하늘인들 도울까!

2008년 5월의 광화문 네거리를 기억 하는가? 광우병 촛불의 광란(狂亂)으로 몸살을 앓던 시청 광장을 기억하는가 말이다. 설마 2년 전의 일을 잊지는 않았겠지 하면서도 왠지 선뜻 “예”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5월 초에 일어난 광우병 촛불은 어느새 횃불이 되어 100날을 줄기차게 번지며 100만개의 횃불이 되어 온 국민의 마음을 불태우고 나라전체를 잿더미로 만든 국가적 참극이었다.

김정일의 전략과 전술은 역시 기회포착과 대응에 한 치의 빈틈없이 철두철미했다. 새빨간 거짓 불쏘시개 가지고도 그런 엄청난 산불을 내는 힘을 가졌는데 만일 진실의 불쏘시개를 가졌다면 대한민국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정말 온 몸에 소름이 끼친다.

3월26일의 천안함 폭침사건은 진실이며 사실이다.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대 참사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국민은 분노도 화도 낼 줄 모르는 선량(?)한 모습이다. 진실이라는 엄청난 힘의 땔감을 가지고도 모닥불조차도 지필 줄 모르는 썩어빠진 국민정신, 가짜와 진실의 싸움에서 이렇게 힘없이 주저앉아서야 어떻게 저 김정일 같은 화적떼를 이겨낼 수 있단 말인가.

천안함 사건을 보면서 새삼 떠오르는 것이 9·11 테러와 미국 국민의 애국정신이다. 물론 부시 대통령과 쥴리아니 뉴욕 시장의 신속하고 철저하면서도 단호한 대처방법도 돋보였지만,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정의와 양심에 바탕을 둔 국민정신은 한마디로 “감탄” 그것이었다. 아마도 “이것이 바로 미국의 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전 세계가 가졌을 것이다.

미국사회의 모든 분야에도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 있다. 하지만 9·11테러 앞에선 모두가 하나가 되었다. 각 가정의 성조기 게양을 비롯해 질주하는 자동차에서 울리는 기적 소리와 함께 나부끼는 성조기 물결은 하늘을 찌르고, 미국 전역에서 벌어진 대(對)테러 항의집회는 미 대륙(美 大陸)을 흔들어 놓았다. 대통령과 국민이 하나가 됐고 정부와 사회가 뭉쳤고 온 국민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 테러집단의 응징에 나섰다. 국민의 양심은 바로 이런 것이다. 그런데 천안함 폭침 같은 엄청난 수모를 당하고도 헬렐레하는 국민정신으로 제2의 6·25같은 총체적인 국가위기가 닥친다면 무슨 수로 나라를 보전할 수 있겠는가. 거짓을 가지고도 그처럼 무서운 힘을 이끌어낸 “광우병촛불세력”을 보라.

그들에겐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겠다는 뚜렷한 목표와 죽음을 각오한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이 있었다. 그것이 100만개의 촛불과 같은 가공할 힘을 이끌어냈고, 그 힘이 천안함 사건에도 끼어들어 딴죽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저들의 힘은 전체 대한민국의 힘에 비하면 한 줌도 안 되는 하찮은 세력이다. 그런데도 온 나라를 쥐고 흔들어대고 있지 않는가. 이래도 정신을 못 차린다면 과연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을까?

하기야 정신을 못 차린 것이 어찌 국민뿐이겠는가. 이명박 대통령은 아직도 6·15와 10·4 공동선언을 계승해야 할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치유산으로 보는가.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6·15 10주년 기념행사 참가를 위한 저들의 방북을 허락할 수 있단 말인가. 더구나 천안함 폭침의 주범이 김정일의 소행으로 굳어져가는 이 시점에서 말이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닌가.

한편으로는 국가안보시스템 강화를 외치면서 또 한 편으로는 대한민국에 대한 반역문서를 인정하는 그 이중성을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이명박 대통령은 구 진의를 확실히 밝혀야 한다. 무엇 때문에 이처럼 이중 풀레이를 하는지 밝혀야 한다는 말이다.

6·15 선언 지지 세력은 바로 김정일 세력이고 대한민국 전복 세력(顚覆勢力)이라는 것을 대통령은 정말 모른단 말인가. 2년 전의 광우병 광풍을 몰고 온 그 쓰라린 잘못을 천안함 사건에서 되풀이한다면 100만개의 촛불이 아니라 1000만 개의 촛불에 온통 잿더미가 될 것이다.

'니얼 퍼커슨'(NY대 석좌교수)은 “오늘날 국가의 진정한 힘은 군사와 경제등, 물리적 요소 외에 신뢰성과 정당성이라는 도덕적 요소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런 신뢰성과 도덕적 차원에서도 이번 기회에 이명박 대통령은 그래도 '중도(中道)'의 길을 계속 갈 것인가, 아니면 김정일과 대치상태(對峙狀態)에 있는 대한민국의 길을 갈 것인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광우병촛불' 문제도 그렇다. 원인 제공은 분명히 이명박 대통령이 했고, 어설픈 초기대응으로 한 개의 촛불을 100만 개로 키운 것도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다. 뜨거운 촛불의 화상(火傷)이 두려워 청와대 뒷산에 숨어버리는 비겁한 행동 대신, 대통령이 직접 진실眞實)의 무기를 들고 나와 조기수습에 임했다면 '광우병촛불'은 시청광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꺼져버렸을 것이다.

반성하고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바로 대통령 자신이다. 지도자는 전사(戰士)가 돼야 한다. 이 교훈을 이명박 대통령은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야전사령관이 졸(卒)의 의치에 서서 뒤쫓아 가서야 어찌 졸이 그 지휘관을 믿고 따를 것이며 전쟁에 이길 수 있겠는가.

그리고 새로 신설한다는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와 '대통령안보특별보좌관' 문제도 한 번쯤 집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것 같다. '대통령안보특별보좌관'은 현재의 외교안보수석인 김성환 수석의 지휘를 받는, 무보수에다 사무실도 없는 자리라는 것이다.

외교안보수석 김성환, 김정일과 그의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은을 최고로 존경하는 인물이다. 그런 사람의 지휘를 받는 특별보좌관이 어떻게 소신대로 일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무보수에다 사무실조차 없는 형편에서 말이다. 그리고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는 2~3개월간 운영되는 한시적인 시스템이라고 한다. 2~3개월 뒤엔 총괄적으로 안보점검을 할 필요가 없을 만큼 나라가 안정된다는 뜻인지 정말 헷갈린다.

국민정신이 살아있다면 지금쯤 천안함에 대한 국민의 복수심이 하늘을 찔러야 하는 것 아닌가. 태극기의 파도가 광화문 네거리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뒤덮어야 하고, 5000만 국민의 가슴이 천암함 촛불로 활활 타올라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야 희망을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말이다.

“천안함 침몰의 원인이 밝혀지면…” 이라는 가정법은 더는 쓰지 말았으면 한다. 워싱턴에서 열린 제11차 한·미·일 의원회의에서 미국과 일본 의원들도 “서해에서 북한이 아니면 누가 그런 도발을 했겠느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전언이다.

이춘근 교수의 말처럼 '지정된 대한민국의 적'이 누구냐, 하는 주적개념만 뚜렷하다면 천안함 폭침원인에 구애받을 이유가 없다. 무력보복이 아닌 한 국제사회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는 것 아닌가. 대통령의 보복의지만 확고하다면 당장이라도 김정일에게 치명상을 줄 수 있는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대통령의 의지와 청와대 구가안보라인의 사상적 결단에 달렸다. '광우병촛불' 광란(狂亂)은 100% 김정일 세력의 음모와 전략에 의한 대(對)국민 사기극이었다. 그런 끔찍한 경험을 하고도 이처럼 분노도 화도 낼 줄 모르는 국민을 하늘인들 도울 마음이 생기겠는가.

김포공항은 해외 골프관광객으로 몸살을 앓는가 하면, 연예인 콘서트에는 수천 수만의 인파가 몰려 장관을 이루고, 백화점의 명품 코너에는 사치족들의 극성으로 홍역을 치르는 현상이 오늘의 대한민국 현 주소다. 그런가 하면 정치인들의 양심은 엿 바꿔 먹은 지 이미 오래고, 김정일 바이러스에 오염된 지식인 사회의 폐해(弊害)는 국민정신을 폐허로 만들고 있다.

이런 사회적 병폐를 치유하지 않고는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 정의(正義)가 죽은 사회, 정의와 패기(覇氣)가 없는 젊은이들에겐 희망이 없다. 3·1 만세정신은 어디 가고, 4·19 정신은 다 어디 갔는가. 이제 분에 넘치는 자유와 풍요에 썩어가는 국민정신을 깨워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산다. 국민정신이 깨어난다면 엿 바꿔 먹은 정치인들의 양심도 제 자리로 찾아 올 것이다. 문제는 깨어있는 국민정신이고 강철 같은 대통령의 의지다.

이승만 정신(李承晩精神)이 곧 대한민국의 시대정신(時代精神)이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3차 대전을 일으킬 수도 있는 반공포로 석방으로 '한미방위조약'을 이끌어낸 이승만 대통령의 배짱과 의지를 이명박 대통령이 배우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은 김정일보다 200배의 국력을 가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세계일류국가의 대열에 진입하고 있는 성공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자부심도 가져야 한다. 그래서 김정일의 눈치를 볼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이라는 불량배는 중국의 대리인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불량배 국가'의 저자 윌리엄 트리플리 2세의 말을 경청해, 이번 중국의 김정일 초청 같은 뒤통수 맞는 일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아울러 “강력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질서만이 평화와 번영을 담보할 수 있다”는 대처수상의 국제질서관(國際秩序觀)을 가슴 속에 받아들이고,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김정일에 대한 주적개념(主敵槪念)을 확실히 명시한다면 천안함의 비극은 오히려 전화위복의 좋은 기회가 되지 않겠는가.

그러면 흩어져 흐리멍덩해진 국민정신을 하나로 묶어 집약된 힘을 분출시킬 수 있는 올바른 시민세력이 반드시 형성될 것으로 믿는다. 천안함의 참극이 틀림없이 그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다.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 여기에 있다. 분에 넘치는 자유와 풍요에 취해 썩어가는 국민정신을 치유할 그런 정의가 살아 숨 쉬는 올바른 시민세력의 집합체 말이다.

2010.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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