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피침(被沈)에 관한 국제합동조사단의 발표에 이어, 2010년 5월 24일 전쟁기념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이 그렇게 원한다면 작은 전쟁은 굳이 사양하지 않겠다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는 46명의 생목숨을 앗아간 북한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비난의 수위를 낮춰 김정일을 지목하진 않았지만, 그가 가장 무서워하는 두 가지를 선물했다. 하나는 진실이고, 다른 하나는 부도수표다.
 
 진실은 벙어리 흉내 17년 만에 대북 방송의 입과 풍선 전단의 입과 휴전선 스피커의 입을 일제히 열겠다는 것이다. 진실은 청맹과니 노릇 17년 만에 민족의 색안경을 벗고 김정일 독재집단과 세습 독재에 시달리는 북한주민을 늑대와 양떼처럼 구별하겠다는 것이다.
 
 부도수표는 전임자의 햇볕 백지수표에 대한 지불을 거절하겠다는 것이다. 개성으로 가는 좁은 길 외에는 바다든 뭍이든 하늘이든 평양의 아방궁으로 곧장 달려가는 달러 신작로를 모조리 막겠다는 것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말이지만, 이 말 듣기가 그렇게도 힘들었다.
 
 
 왠지 부족하다. 알맹이가 빠졌다. 코뼈가 부러지고 이빨이 후드득 빠지도록 얻어터진 아들을 보고, 아버지가 대신 기껏 눈 한 번 흘기는 격이다. 한 번만 더 그러면 가만 안 있겠다고 담 너머에서, 아버지가 아들 대신 그것도 두 달이나 지나서 침착하게 소리 지르는 격이다. 그 동안 바치던 세금을 아예 안 바치는 게 아니라 조금만 주겠다고 속으로 벌벌 떨며 협박하는 격이다. 깡패의 대문을 박차고 들어갈 용기가 없다면, 최소한 고양이처럼 몰래 담을 넘어가 아무런 경계도 않고 히죽히죽 웃는 그자의 뺨이라도 기습적으로 한 대 후려치고 바람처럼 담을 넘어와야 한다.
 
 
 비파곶 잠수함 기지에서 떠나, 320톤 상어급 잠수함 한 척과 130톤 연어급 잠수정 한 척이 2010년 3월 26일 서해의 북방한계선을 침범했다. 2010년 3월 26일 19시 22분 백령도 안쪽 바다에서 막 휴식을 취하던 1200톤 천안함은 북한이 이란에 수출한 가디르급(연어급) 잠수정에서 발사된 1700kg 중어뢰 한 방에 의해 수초 만에 두 동강 나버렸다. 대한민국의 해군 46명이 전사했다. 2009년 11월 10일 역시 북방한계선을 침범하여 도발한 제3차 서해교전에서 완패한 후, 북한은 천백 배의 보복을 다짐하더니, 결국 한국 해군의 허를 찔렀다. 제4차 서해교전은 북한의 완벽한 승리였다.
 
 그 전에 북한은 두 달 동안 줄곧 해안포를 가동하여 서해5도 근해에 물기둥을 세워, 한국의 군함과 어선이 근접하지 못하게 했다. 양동작전이었고 유인작전이었다. 육중한 초계함으로서 원래 백령도 외곽을 돌던 천안함이 백령도를 방패삼아 수심이 얕은 그 안쪽으로 숨듯이 들어와 6노트라는 느린 속도로 휴식을 취하는 바로 그 순간에, 어뢰를 피하려면 최소 12노트로 기동해야 한다는 기본의 기본을 안 지킨 바로 그 순간에, 기가 막히게! 어두운 밤 물 속에서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정확히 이를 알아차리고, 연어급 잠수정이 대기하고 있다가 옆구리를 대 주고 있는 천안함을 향해, 특수재질로 제작되어 음향탐지기를 교란시키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CHT-02D 어뢰 한 방을 발사했다.
 
 전세계의 바다를 지키는 미국도 기절초풍했다. 남북회담에 눈이 멀어 우왕좌왕하는 군면제 90% 이명박 정부에게 미국이 비파곶 기지의 잠수함과 잠수정 특이동향을 은밀히 보여 주었을 가능성이 높다. 남북기본합의서로 이름을 날린 노태우 정부가 미국이 참다못해 보여 준 영변의 괴이한 원자로에 관한 인공위성 사진에 뒤늦게나마 꼼짝 못하고 실수를 인정한 후, 퇴임 직전에 민족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되뇌며 중단했던 팀 스피릿 훈련을 재개한 것과 유사한 경우일 것이다.
 
 아웅산 테러, KAL 민간항공기 테러, 참수리호 공격, 천안함 공격! 이명박 대통령은 이 중에서 셋을 언급했다. 이에 대한 응징으로 다음에 또 건들면 가만 안 두겠다, 돈줄을 조금은 남겨 두겠다, 이렇게 화해의 한 손을 반쯤 내밀며 주적의 눈치를 살피는 것은 그로 하여금 전면전 협박으로 한국의 6.15세력을 대대적으로 결집하는 효과를 거두기 십상이다.
 
 쥐도 새도 모르게 때려야 한다. 몸 밖에서 레이저로 몸 안의 담석을 깨듯이, 물 찬 제비처럼 날아 정밀하게 폭격하여 70여 척으로 한국보다 7배나 많은 북한의 잠수함과 잠수정을 7분의 1로 줄여야 한다. 최소한 천안함의 불구대천 원수가 도사린 지하요새 비파곶 기지 하나는 확실하게 도려내야 한다. 인명 피해는 거의 내지 않고, 미국과 협력하여 이스라엘이 이라크와 시리아의 핵기지를 폭파시켰듯이 정밀하게 외과수술(surgical strike)해야 한다. 그렇게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보여 주면, 김정일은 전면전을 꿈도 못 꾼다. 입만 열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바란다는 중국도 북한이 깨끗한 외과수술에 대해 턱도 없이 의료분쟁을 일으키는 것은, 더 이상 전쟁을 확대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짐짓 성명서 하나 내고 말 것이다.
 
 만약 이번에 아들을 만신창이로 만든 조직폭력배에게 아버지가 다음에는 절대 가만있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조직폭력배에게 ‘세금’을 한 푼도 안 내겠다가 아니라 아주 조금만 내겠다고 넌지시 알려 주며 눈이나 한 번 세게 흘기고 만다면, 조직폭력배는 언젠가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전면전을 벌이러 올 것이다. 아들도 죽이고 아비도 죽이고 헛간에 불을 지르고 마누라와 딸과 집을 통째로 접수하러 올 것이다.
 (2010. 5. 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