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총리 온가보는 2009년 10월에는 평양에서, 2010년 5월에는 북경에서 김정일을 만났다. 한국의 햇볕파와 더불어 열렬히 지지한 오바마가 백악관에 입성하자, 김정일은 건들 손을 들어 2009년 4월과 5월에 각각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와 제2차 핵실험으로 화끈하게 축하했다. 쓴웃음을 짓던 호금도가 북경에서 팔을 쭉 뻗어 오바마의 등을 다독거렸다. 2009년 6월 13일 UN의 대북 제재결의안 1874호가 통과되었던 것이다.
개성 외에는 돈줄이 거의 끊긴 김정일의 입안이 바싹바싹 타 들어가던 차, 수교 60주년을 축하한다며 온가보가 평양에 나타나자, 김정일은 미처 키높이 구두도 챙길 틈도 없이 맨발로 뒤뚱뒤뚱 순안공항으로 달려가서 눈물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온가보의 품에 안겼다. 압록강에 다리 놓기를 비롯하여 온가보는 2천만 달러의 무상원조를 하사금으로 가져갔다. 4억 5천만 달러의 현금과 5천만 달러어치 선물을 가져간 김대중이 살짝 그리웠지만, 김정일은 온가보가 몇 배나 고마웠다. 김대중은 새까만 아랫것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수행한 것이지만, 온가보는 하늘같은 윗사람으로서 생명을 구해 준 것이었다.
김정일은 원래 2010년 4월에 북경에 가기로 되어 있었다. 중국의 인민일보는 이에 대한 각본을 아주 세밀하게 발표했다. 거기에 딱 하나 김정일에게 불만스러운 것이 있었다. 그것은 중국의 당서열 9위까지 빠짐없이 모두 김정일을 만나기로 되어 있었지만, 2012년부터 중국을 이끌 습근평과 이극강만은 쏙 빠져 있었다. 아마 이에 대해서 김정일이 강력히 항의한 모양이다. 그래서일까, 실제로 김정일이 북경에 갔을 때는 그들이 병풍 속 들러리로 코빼기만 보여 주었다. 참고로 말하면, 형식상 국가 원수인 인도 대통령 파틸[帕蒂尔]이 며칠 후 중인(中印) 수교 60주년 축하 사절단으로 북경을 방문했을 때는, 습근평과 이극강이 잔치의 주인으로서 그녀를 극진히 대접했다.
2009년에는 핵실험이었지만, 2010년에는 천안함 격침을 김정일은 최고의 선물로 내밀었다. 국가 주석 호금도도 총리 온가보도 그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그들은 ‘객관과 절제, 평화와 안정’이라는 수사로 사실상 북한을 지지했다. 정작 김정일의 뒤통수를 친 것은 온가보의 내정 간섭이었다. 김정일은 발끈했다. 피 같은 거금의 달러를 들여 데려간 북한의 <<피바다>> 가극단이 중국의 <<홍루몽>>을 공연하는 걸 코앞에서 바라보며, 천안함 피격으로 쑥대밭이 된 한국을 멀리서 상상하며, 북경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로 되어 있었지만, 김정일은 그들에게 억지웃음 사진 한 장만 허용하고는 일정을 하루 앞당겨 서둘러 압록강을 건너갔다.
온가보: (정일아, 좋은 말로 할 때) 중국식으로 개혁개방해라. 중국의 건설적 경험을 배워라. (이번에는 무상원조가 없다, 으흠.)
“愿意向朝方介绍中国改革开放和建设的经'564;。”
김정일: (전하, 황공무지로소이다.) 교류와 협조를 더욱 강화해 주옵소서. 쌍방이 각 방면에서 실질적으로 합작하여 꾸준히 새로워진 것은 크나큰 성과이옵니다. (쌍, 손님을 빈손으로 돌려보내다니!)
“朝方愿同中方加强沟通和协调,推动双方各'046;域务实合作不断取得新的重大成果。”
온가보는 미 국무장관 클린턴도 만났고, 한국의 대통령 이명박과 일본의 수상 구산(鳩山 하토야마)도 만났지만, 천안함 피격에 대해서는 시종일관 중립의 입장에 섬으로써,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깨는 행위(한국의 군사적 보복)를 반대한다고 엄중히 경고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지지를 확고하게 밝혔다. 한걸음도, 반걸음도 물러나지 않았다. 경제문화는 한국, 정치외교군사는 북한이라는 ‘오랑캐로 오랑캐를 제압하기’ 수법을 고수했다. 대신 그는 김정일에게 불장난 그만하라는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만 날 천 날 먹고 마시고 뒹굴다가 몸이 근질근질 심심하면 불장난하는 짓 그만하고, ‘공부하고 일하라!’고 벼락 치듯 충고했다. 이것이 온가보가 이번에 한국에게 준 최고의 선물인지 모른다.
중국식 평화와 안정은 이것이다. 북한이 저지르는 크고 작은 불장난은 평화와 안정을 깨는 행위가 아니다. 단, 그에 대해 한국이든 미국이든 군사적 보복을 단행하면 북한의 나무 한 그루 개 한 마리 쓰러뜨리고 죽여도 그것은 평화와 안정을 깨는 천인공노의 행위다. 그에 대해서는 중국이 절대 좌시하지 않는다. 해괴망측한 논리다. 이걸 뒤집으면 한국이 먼저 제한적인 기습 공격을 단행하면 그것도 평화와 안정을 깨는 행위가 아니다. 단, 그에 대해서 북한이 도발하면 그것이 평화와 안정을 깨는 행위다.
1950년 1월까지 조선인으로 구성된 부대 3개 사단을 미리 보낸 모택동의 시대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북한이 전면전을 벌이려고 중국에 손을 내밀면 그것도 평화와 안정을 깨는 행위기 때문에 군사를 미리 보내 주지는 않는다는 뜻이 있다. 그러나 일단 북한의 기습으로 전면전이 벌어지면, 한국과 미국이 반격할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평화와 안정을 깨는 행위이므로 그때는 바람같이 압록강을 넘고 서해를 넘본다.
북한 주민이 아무리 빈곤과 독재에서 시달려도 북한이 현상유지만 하면, 그것 또한 중국식 평화와 안정이다. 단, 이제 북한이 한국으로부터 달러와 물자가 거의 끊기면서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알고, 공짜로 뭘 주는 것은 300만이 굶어 죽을 때도 딱 거절한 만큼 생색만 내고 개혁개방을 노골적으로 권고했다. 선전선동이 아니라 진실을 직면할 때가 가까워졌다는 것을 중국도 이제 인식하기에 이른 듯하다. 중국은 신중하다. 그러나 일단 말을 꺼내면 반드시 실행에 옮긴다. 그것은 ‘중국이 영원히 세계제일’이라는 중화주의의 자존심이요 고집이다.
자유통일의 최대 걸림돌은 김정일 집단과 중국 그리고 한국의 친북좌파다. 여기서 이번에 천안함 피격을 계기로 중국이 반의 반 걸음 정도 비켜섰다. 김정일 집단과 한국의 친북좌파가 절망적인 심정에서 물불 가리지 않고 가까워질 것 같다. 이명박 정부는 죽어도 중도실용을 고수할 것이고.
(2010. 6.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