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하 MB)은 오만(傲慢)하다. 앞뒤가 안 맞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MB는 오만한 것 못지않게 비겁하다. MB는 정통우파와 지지자와 대한민국과 국민에게는 오만하지만, 친북좌파와 반대자와 북한과 민중(서민)에게는 비겁하다.
MB는 불도저다. 일단 목표를 정하면 저돌적으로 밀어붙인다. 산도 강도, 집도 담장도 그냥 밀어붙인다. 그에게는 두 종류의 사람만 필요하다. 하나는 일체 군소리 않고 시키는 대로 세계최고 속도전을 펼치는 무지막지한 일개미부대, 다른 하나는 ‘잘한다, 최고다, 얼쑤, 역시!’를 연발하며 손바닥이 얼얼하게 손뼉을 치는 박수부대!
MB는 자신이 정한 목표에 대해 추호라도 이의를 다는 자에게는 눈길 한 번 안 준다. 이전에 아무리 박수부대로, 호위부대로, 몰표부대로 도움을 줬더라도 감히 천하의 MB가 정한 목표에 이의를 다는 자는 그날로 찬밥 신세다. 임시 일꾼의 대열에도 끼어 주지 않을뿐더러 박수부대에서도 제외한다. 그런 자들은 바로 용도가 폐기된다. 부글부글 미움의 대상보다 무서운 싸늘 무관심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칠거지악(七去之惡)으로 쫓겨난 못된 여인 신세가 된다. 영원히 잊힌 여인 신세가 된다. MB는 잊힌 여인이 내릴 오뉴월 서리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무조건 야들무릎 꿇으며 복종하고 버들허리를 배배꼬며 아양 떠는 미인이 쌔고 쌨기 때문이다. 대문간을 어슬렁거리는 ‘거지와 깡패’를 주인에게 알릴 것도 없이 몽둥이찜질하는 효도르급 떡대가 쌔고 쌨기 때문이다.
MB는 설계도가 어디 있느냐고 도대체 설계도가 있기는 하느냐고 따지는 자는 뱁새눈으로 0.1초 동안 눈에 띌 듯 말 듯 싸늘하게 쏘아보고 밤낮으로 MB의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일꾼, 아니 일기계의 어깨를 툭툭 친다. 회전문 인사의 한 줄짜리 인력 풀(pool)제 명단을 새삼 확인한다.
‘역시 마음에 든다!’
박수부대를 향해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오른손을 들어 반원을 그리며 크게 흔들다가 깜짝! 왼손까지 올려 하트 모양을 만든다.
MB는 목표가 달성되면 어떤 효과가 있을 것이며, 수십 년 계속 사업이 저렇게 버려지면 (예를 들면, 군 첨단화를 위해 예정된 예산배정) 어떻게 될 것인지 의문을 표하는 자에게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강행군하느라 지친 몸의 잠깐 휴식을 위해 우아한 하품으로 응답한다.
MB는 그러나! 반대파가 다짜고짜 인신공격을 퍼부으며 대한민국의 한복판을 장악하고 낮에는 MB의 목표에 돌멩이를 던지고 밤에는 촛불을 들고 MB가 즐겨 부르던 옛 노래를 부르면 끝없이 양보한다. 눈물을 글썽이며 동조하고 사죄도 마다하지 않고, 그들의 요구보다 앞서 도덕적 해이와 국가 부채와 가계 부채를 마구 쌓는 새 목표를 제시하고 또 제시한다. 그래서 인기가 올라가면, 정부의 환율 정책 덕을 톡톡히 본(MB 생각에) 대기업에게 호통치고, 사교육을 줄일 게 틀림없는(MB 생각에)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주저하는 대학총장에게 눈을 부라리고, 돈놀이에 눈이 먼(MB 생각에) 대형은행에게 착하게 살라고 중소기업과 서민에게 미소 지으라고 햇살을 비추라고 팔을 비튼다.
그것만이 아니다. 2천만 주민 중 단 한 명이 반대하는 것도 눈 뜨고 못 보는 김정일의 뜻을 받들어 북한의 방송과 신문에서 MB에게 아무리 상스러운 욕설을 퍼부어도 MB는 한 마디 대꾸도 못한다. 청와대는 아는지 모르는지 아가페적 사랑으로 김정일 이름 다음에 무력 적화통일을 노골적으로 암시하는 거룩한 직함을 꼬박꼬박 붙인다. 심지어 MB의 최측근 중에는 3대 세습까지 미리 인정하고(아마 그 자들은 한강의 기적을 낳은 박정희의 3선 개헌에는 피가 끓어올라 몇 년 간 잠도 제대로 못 잤을 듯) ‘역사에서 미끄러진 괴물’(헤르타 뮐러의 말)에게 극존칭을 써도 꽃으로도 때리지 않는다.
관광객이 총 맞아 죽어도, 대한민국 노동자를 무단 억류해도, 무단 방류로 대한민국의 야영객이 죽어도, 어뢰로 대한민국의 군함을 격침해도, 일단 처음에는 MB는 신중 또 신중 말을 아낀다. 전후사정을 알아 보지도 않고 그 자리서 대기업 캐피탈 업체를 교양 없게 질책한다거나, 명령 체계를 망가뜨린 자가 누구인지 알아 보지도 않고 그 자리서 국방장관에게 격노하는 것과는 판이하다. 그러다가 어디를 보나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면 금방이라도 북한에게 한 방 먹일 듯이 비장한 경고장을 선보이지만, 친북좌파가 연일 길길이 뛰고 북한이 더 세게 나오고 냄비 여론이 시나브로 가라앉으면 아무런 조치도 안 취한다. 결국 대북 풍선 한 개 못 날리고 대북 확성기 한 번 못 튼다. 대대적인 합동훈련 중일 때도 노골적 도발에 대해 상징적 응사 한 번 못한다. 두 세대에 걸친 스탈린 체제로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는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에 대해서는 오불관언이다. 아직 인권의 개념조차 없는 중공이 비토권을 가진 UN에서 찬성표 하나 던진 걸로 크게 생색을 낸다. 연간 10억 원씩만 남북통일기금에서 풍선 날리기에 지원해도 자유통일인지 적화통일인지도 불분명한 통일세 5천조 원보다 효과가 크다는 것을 MB의 비핵개방3000 목표에만 집착하는 일기계들이 알 리가 없다.
2010년 8월 <<뉴스위크>>가 이명박 대통령을 위대한 지도자 중 7위로 선정했다. 그 자체로는 자랑스럽다. 그러나 아직은 모른다. 김대중은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 후 그는 김정일에게 한 번 만나 달라고 애걸하고 복걸하며 5억 달러를 바쳤다는 것이 밝혀졌다. MB의 오만과 비겁을 외국의 일개 신문이 알 리가 없다. 세계금융위기에서 선방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삼성과 LG가 세계최강 일본의 가전업체를 누른 것은 이들 두 업체의 연구개발투자가 일본의 경쟁업체를 능가한 결과이지(삼성전자는 IBM에 이어 미국국제특허가 3등과 한참 차이나는 세계 2위), 게다가 이미 해외생산이 더 많아 환율효과는 거기서 미미하다는 것을 <<뉴스위크>>가 제대로 알 리 없다. 더군다나 작은 정부를 만든다며 세계가 특히 일본과 중국이 부러워하던 대한민국의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MB가 해체해 버렸다는 것을 제대로 알 리가 없다. 미래의 성장 동력을 억누르고 우선 당장 화려한 실적을 쌓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눈앞의 통계만 보는 일개 시사주간지가 알 리 없다.
(2010. 8. 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