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밉다며 집에 불 놓는 교육정책

이명박 정부는 김/김/노 정부에 이어 사교육 잡는다며 교육 자체를 아예 망치고 있다.

 

“어떻게 사교육을 줄일 수 있을까?”

이것은 지난 30년간 6공화국 1기(노태우 정부)만 빼고 5공화국과 6공화국 2기부터 5기까지 이어지는 최우선 교육 화두이다. 당연히 기기묘묘 사교육 대책은 거의 유일한 교육정책이 되다시피 했다.

 

“왜 사교육이 번성할까?”

“어떻게 공교육을 내실화할까?”

 이것은 6공화국 1기의 교육부 대문과 현관에 각각 내걸린 교육 고민이었다. 노태우 정부는 다른 4정부와는 달리 사교육에 대해 어떻게(how)라는 질문을 던지는 대신 왜(why)라는 질문을 먼저 던졌다. 어떻게(how)라는 질문은 사교육이 아닌 공교육에 던졌다. 노태우 정부는 위생시설이 엉망인 집에서 빈대가 번성하듯이, 사교육이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공교육의 총체적 부실에서 번성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노태우 정부는 교육의 목표를 새로 제시하고 정부의 규제를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정부가 학생과 학부모의 사교육 서비스 상품 구매를 금지하는 것은 민주화 시대에 걸맞지 않다고 보고 재학생의 학원 출입을 정식으로 허용했다. 사교육 서비스 판매자가 현직 교사가 아닌 한, 개인과외도 허용했다. 대신 새 교육의 목표에 반대할 뿐만 아니라 교육을 정치화하고 이념화하고 조직화하려는 일선 교사들은 달걀세례를 맞으면서도 굴하지 않고 공교육의 장에서 배제했다.

 

 정보화시대에 걸맞은 자율적 행동과 통합적 사고를 갖춘 인재를 키우는 것이 6공화국 1기에서 내세운 교육의 새 목표였다. 그래서 도입된 것이 수학능력시험이다. 원래 수능은 예체능과 직업관련 과목 외에는 모든 과목을 통합적으로 이해할 것을 요구했다. 그 이전의 평면적이고 개별적이고 단순한 지식습득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당연히 대학 전공 학습에 가장 중요한 사고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에게는 아주 어려웠다. 200점 만점에 175점이면 서울대에 합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노태우 정부(정원식이 주도)는 알았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수학능력이고 대학에서는 한 단계 높은 지식이 요구된다. 그래서 노태우 정부는 대학 본고사를 허용했다. 기본적인 수학능력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기는 대학에서는 본고사를 안 보아도 되었다. 어디까지나 대학의 자율이었다.

 

 대학 본고사는 일부 대학에서 2년만 실시하고 새 정부(6공화국 2기)에 의해 바로 폐지되었다. 6공화국 2기(김영삼 정부)의 교육 이상형은 5공화국이었다. 사교육 때려잡기와 대학 정원 늘리기로 교육에 관한 한, 전두환은 지금도 학부모의 슈퍼스타다. 도시락 2개 싸 들고 학교에 가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공부하면 그것만으로 가난한 집안의 자녀도 얼마든지 졸업정원제로 정원이 늘어나서 명문대(SKY대학의 정원이 거의 2배로 증원) 또는 웬만한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던 시절이었으니까! 김영삼은 독재자로 경멸하던 전두환의 인기가 못내 부러웠다.

“공부 안 하고 누구나 대학가게 만들자! 그러면 사교육도 사라질 것이고 누구나 대학 졸업장 받게 되어 인기 폭발할 것이다.”

 

 6공화국 2기 정부는 규제의 육모방망이를 2개 준비했다. 하나는 이미 말한 대로 대학에 휘둘러 본고사를 폐지하게 만들었다. 다른 하나는 일선 중고등학교에 휘둘렀다. 김영삼 정부는 5공화국에서 크게 번성했던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을 범죄시했다. 일정 시간 이상은 못하게 만들었다. 인기폭발의 사정(司正)을 단행하여 여러 교사와 교장의 인격을 살해했다.

 

 6공화국 2기 정부는 인기영합의 사탕봉지를 4개나 준비했다. 먼저 중학생에게! 대도시에선 중학생이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고입 연합고사를 폐지했다. 다음은 퇴학당한 자에게! 그들이 원하면 모두 학교에 새로 받아들여 전원 졸업장을 쥐어 주었다. 이제 고등학생에게! 수능문제를 쉽게 냈다. 마지막으로 대학 설립으로 명예와 돈을 한꺼번에 얻으려는 사람들에게! 대학 정원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1996년 대학설립 준칙주의로 봉이 김 선달도 대학을 설립할 수 있게 만들었다. 교육은 더 이상 인재 키우기 백년대계가 아니라 아무나에게 졸업장 쥐어 주기 신분해방 관제(官制) 쿠데타가 되어 버렸다.

 

 교육에서 전두환이 누리던 인기를 김영삼이 가져갔을까? 천만에! 명문대 졸업장은 더욱 중요해졌고 전에는 중위권 이하면 스스로 포기했던 대학도 이젠 하위권도 안 가면 창피한 시대가 되어서, 정부의 호시탐탐 규제로 열심히 가르칠 수 없게 된 학교에서 벗어나 너도나도 사교육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6공화국 3기와 4기는 쌍둥이 정부인데, 그들은 대한민국의 교육이념을 뒤집는 새 교육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가장 잘 알맞은 세력이 전교조였다. 당연히 그들은 개선장군 자격으로 복직되었다. 그들은 새 교육 목표 구현에 가장 적합한 이해찬의 작은 방에 수시로 드나들며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새 교육 목표에 걸림돌이 되는 나이 든 교사들은 명예 퇴직금을 받고 대거 쓸쓸히 교육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김/노 정부는 사교육 때려잡기와 새 교육 목표를 한데 묶었다. 그것은 세 방향으로 추진되었다.

하나는 학력(수능과 내신) 이외의 요소를 대입 전형요소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도입하는 것이었다. 수시모집의 이름으로 독창적인 요소를 많이 도입할수록 대학은 교육부로부터 칭찬을 많이 받았다. 이것저것 따져보지도 않고 직감적으로 그들은 사교육은 학력우선 경쟁풍토에서 생기는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에, 이렇게 하면 사교육이 원천적으로 확 줄어들 것으로 믿었다. 웬걸? 사교육은 더 번창했다. 학교서 미처 대비해 주지 못하니, 사교육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김/노 정부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돈이 많은 가정일수록 유리해졌다. 돈으로 엉터리 스펙을 쌓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다른 하나는 학습 부담을 줄여 준다며 수능과목을 계속 줄이고 가능한 한, 문제를 쉽게 내는 것이었다. 내신 과목도 서울대와 교육대 외에는 계속 줄였다. 수능 과목과 내신 과목이 줄어들면서 수업은 파행적으로 이뤄졌다. 고3이 되면 어떤 교사는 반에서 한 명도 수능에서 선택하지 않은 과목을 가르칠 경우도 있다. 자연히 1학년 때부터 학생들과 학부모는 맞춤형 학습을 시작했다. 이런 요령을 가장 잘 가르쳐 주는 데가 사교육 시장이다. 일선 학교에선 누구도 차마 입시와 관련 없는 과목은 수업 시간에 떠들거나 졸아도 좋다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대학 정원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것이었다. 김영삼의 대학설립 준칙주의는 아주 요긴하게 쓰였다. 정원을 못 채우는 대학이 속출하도록 마구 증원했다. 실업계도 75% 진학하게 만들었다. 원서만 내면 대학에 갈 수 있다지만, 명문대 선호는 그럴수록 심해지는 것을 알고 노무현 정부는 아예 대학 평준화를 추진했다. 거센 반발에 직면하여 이것만은 실현하지 못했다.

 

 김/노 정부가 호언장담하던 사교육 때려잡기는 성공했을까?

국민 누구나 아시다시피 그것은 정부와 골수 지지자가 아닌 한, 국민이 하나같이 예상한 대로 보기 좋게 실패했다. 사교육에 대한 전제 조건이 틀렸으니까, 성공할 수가 없다. 그러나 교육에 대해 절대 권력을 가진 위대한 민주/자주/통일 대통령에게 누구도 반대할 수가 없었다. 군소리 않고 재빨리 새 제도에 맞춰 가는 수밖에 없다. 이 때 정부의 규제 철퇴로 엉망이 된 공교육보다는 입시가 복잡해질수록 주관성이 강해질수록 정보력과 유연성이 빼어난 사교육이 최고의 도우미 역할을 담당한다. 입시가 너무 복잡해서 이젠 아예 대학원서는 준(準) 슈퍼컴퓨터를 보유한 사교육 기관을 통해야만 낼 수 있다.

 

 빈대가 밉다고 집을 불태우는 교육정책은 이명박 정부에서 절정을 이루고 있다. 교육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의 불쏘시개는 3개가 준비되어 있다. 오른쪽에 하나, 왼쪽에 하나, 가운데 하나!

 

 오른쪽 포퓰리즘의 불쏘시개는 교원평가와 학업성취도 평가 강행이다. 조선과 동아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이 둘을 강행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블랙 코미디다. 교원평가는 전교조가 반대한다고 무조건 옳은 방향이라고 밀어붙이고 지금까지 교사는 평가무풍지대에 있었다고 하는데, 대한민국 건국 이래 평가는 한 번도 안 한 적이 없다. 근무평점이 바로 그것이다. 둘째, 입시 과목의 무자비한 축소로 수업을 제대로 열심히 할수록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이 심하고 평가가 최하로 떨어질 과목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것이다. 또한 도대체 제일 중요한 수업평가는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노태우 정부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의 교사들은 핀란드 포함 전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헌신적으로 가르쳤는데, 그렇게 못하도록 가로막은 자가 누구냐는 것이다. 학생의 학습 부담을 줄여 준다며 학교에서 커피 값 보충수업과 무료 자율학습을 못하게 가로막은 자가 누구냐는 것이다. 심지어 한때는 모의고사도 못 보게 한 자가 누구냐는 것이다.

 

 학업성취도 평가도 그렇다. 그것은 좋은 제도다. 그러나 고입 연합고사와 특목고 필기시험은 왜 금지하느냐는 것이다. 똑같은 학력 평가인데, 정부가 하면 옳고 일선 학교에서 하면 나쁜 것인가. 도대체 기준이 없다.

 

 가운데 포퓰리즘의 불쏘시개는 특목고 입시 개편과 공사(公私) 자율/자립고 설립이다. 자율고? 자립고? 말은 좋다. 자유주의 우익 정책이다. 그러나 입학 필기시험은 절대 못 보게 한다. 사립은 내신 50% 이내에서 추첨, 공립은 100% 이내에서 추첨이다. 추첨이야말로 전형적인 평등주의 좌익 정책이다. 따라서 이것은 좌도 우도 아닌 중도실용(기회주의) 포퓰리즘이다. 겉은 우익, 속은 좌익이다. 특목고는 노태우 정부가 평준화를 보완하기 위해 만든 제도이다. 그런데 이것을 사교육의 온상이라고 보고, 실세 왕차관을 내세워 외고는 영어 내신만으로 과학고는 수학과 과학만 반영하고 나머지는 면접이나 캠프 생활로 뽑으란다. 최소한 중학까지는 뇌의 모든 부분을 골고루 발달시켜야 하는데, 영어 또는 수학/과학만 기형적으로 발전시키란 말인가. 이런 학생은 나중에 외곬으로 창의력이 고갈되고 사회성이 떨어져 아무 것도 못한다.

 

 왼쪽 포퓰리즘의 불쏘시개는 입학사정관제의 도입과 입시과목 기절초풍 축소이다. 사교육 덕분에 한국의 학력은 아직도 핀란드에 이어 세계 2위인데, 오바마 포함 세계가 부러워하는 이 학력을 김/김/노/이 정부는 만악의 근원 곧 사교육의 온상으로 보고, 마침내 이명박 정부는 미국을 본받아 우리 실정에 전혀 안 맞는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했는데, 이것은 대한민국 입시 역사상 주관적 요소가 가장 강한 것이다. 대한민국 사람이 어떤 국민인데, 이미 자기주도적 학습에 관한 사교육은 번창일로다. 학생들은 학교수업 이외에 스펙 쌓기에 대학생 이상으로 신경을 써야 한다. 부자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바와는 정반대로 입학사정관제는 수시모집 뺨치게 잘살수록 유리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학생의 화려한 스펙과 교사의 아름다운 추천서에는 입시라면 물불을 안 가리는 민족답게, 추천서에 절대 나쁜 말을 못 쓰는 문화에 어울리도록 입학사정관이 절대 알아챌 수 없는 거짓과 사기도 판을 칠 것이다.

 

 뿐이랴, 이제 사회와 과학 과목은 중학교부터 파행 수업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한 과목만 파고들면 되니까! 도대체 어떤 학생을 뽑으란 말인가. 초등학생부터 국영수에 집중하는 강남의 부자들은 쾌재를 부를 것이다.

“역시 대통령을 잘 뽑았어! 강부자 만세! 고소영도 만세!”

(2010.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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