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 대통령의 사상(자유민주주의 사상)과 업적을 기리고 보전하는 아름다운 전통을 세우자”고 했는데 아마 까맣게 잊은 모양이다.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대한민국’이 없다
최 응 표 -뉴욕에서-
오늘의 대한민국 현실은 1930년대 말의 유럽과 1945년의 해방정국 그리고 1975년 월남 패망기의 혼합형 위기 상황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런 위기상황의 존속 배경은 폴 케네디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우리 머리위에 ‘미친 정권(crazy regime-김정일 정권-)이 존재한다는 것과 한국을 포위하고 있는 4대강국의 존재 때문이다. 우선 ‘미친 정권’과의 특수 관계부터 살펴보자.
정글의 생존법보다 더 살벌했던 해방정국이라는 우리만의 특수상황, 다시 말해 2차 대전 후 국제냉전(國制冷戰)의 최전선에서 민주주의냐 공산주의냐의 이념선택을 강요당하며 스탈린의 음모와 김일성과 남로당(南勞黨)이 벌이는 살인, 방화, 테러, 파업으로 무너져 가는 죽음의 땅을 헤치고 탄생한 대한민국의 ‘고난의 역사’를 이해하면 ‘미친 정권의 탄생과 배경 그리고 현재의 상황이 올바로 인식 될 것이다.
그래서 오늘의 위기상황 역시 대한민국 탄생의 고난의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풀어가는 것이 정도(正道)라고 생각하며, 거기에 남북문제해결의 새로운 길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건국정신과 근대화정신을 국민의 양심에 각인시키는 것이 국가지도자, 사회지도자, 지식인들의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하며 그것이 국가안보를 위해 해야 할 대통령의 제일의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통령의 65주년 8.15 경축사에 대한민국이 없다. 대한민국 건국 62주년은 어디가고 건국주역들의 정신과 노고(勞苦)는 다 어디 갔는가. 스탈린의 음모로 공산화의 길로 끌려가는 한반도를 반쪽이나마 자유민주화의 길로 바로 잡은 건국대통령을 기리는 것에 왜 그렇게도 인색한가.
스탈린과 모택동과 김일성의 합작으로 일어난 정치적으로 군사적으로 가장 참혹했던 6.25 전쟁을 겪으면서도 탄탄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연 이승만 정신을 애써 외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비록 우리생전에는 이룩하지 못하더라도 후손을 위해 남들과 같은 번영의 터전만이라도 닦아 놓읍시다......”라며 가난에 찌들어 독일로 팔려간 광부들과 간호사들의 손을 붙잡고 울던 가난한 나라 대통령의 눈물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오늘처럼 번영한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어떤 눈물을 흘려야 할까.
1964년 너무도 가난해 직접 돈을 빌리러 가 눈물을 흘리며 도와달라고 애원하는 박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주며 서독 뤼브케 대통령은 “울지 마십시오. 잘사는 나라를 만드십시오. 우리가 돕겠습니다. 분단된 두 나라가 합심해서 경제부흥을 이룩합시다. 공산주의를 이기는 길은 경제 건설뿐입니다.”며 위로하던 이 역사의 한 장면,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는 대통령과 눈물을 닦아주며 격려하는 대통령, 이것이 산업화를 위해 겪었던 우리의 눈물의 현대사다.
이처럼 피와 눈물과 땀으로 시작해 오늘의 성공한 대한민국을 가져온 건국정신과 근대화정신을 외면한 채 성공한 대한민국의 영광만을 앞세우는 것엔 문제가 있고 거기엔 진실성도 안 보인다.
광화문의 역사적 의미가 대한민국 건국의 역사적 의미의 상위(上位)에 놓일 수 없고, 조선시대정신이 대한민국 근대화정신의 우위에 설 수 없다. 에리 프롬은 오늘날의 혼돈은 “인간보다 하위에 있어야 할 가치들이 상위에 올라갔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대한민국 건국의 역사적 의미와 근대화정신을 대신할 어떤 가치도 우리로선 용납할 수가 없다. 지금 한국의 혼란은 잘못된 가치판단이 가져온 예측된 결과다. 다시 말해 가치기준의 상하 위가 뒤바뀐 결과란 말이다.
눈에 보이는 현실을 신중하게 살피면 해결책이 나온다고 했다. 지금 우리가 신중하게 살펴야 할 한국의 현실은 무엇인가. 대통령이 본 시장 할머니의 고충, 어린이집에서 만난 젊은 엄들의 어려움, 공단에서 만난 중소 기업인들의 호소, 간담회에서 만난 젊은이들의 취업걱정도 국가가 해결해야 할 현실이다. 그러나 보다도 신중하게 살펴야 할 현실은 역시 구가안보가 아닐까.
국가안보의 근간은 이념무장이다. 그래서 ‘한국전쟁’의 저자 페렌바크는 한국전쟁이 남긴 중요한 교훈 가운데 하나는 “세계질서는 미사일이나 핵무기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이념무장으로만 유지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대통령의 경축사에서 대한민국 건국이념과 산업화 정신은 찾아볼 수가 없다. 어떻게 보면 양비론적 이론만 늘어놓은 느낌이다. 하긴 중도실용을 통치이념으로 하는 본인으로서는 스탈린과 김일성의 공산화의 길을 마다하고 자유 대한의 길을 선택한 이승만의 건국이념을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으로 받아들이기가 거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명박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대한민국 건국이념 수용에 그처럼 인색해서야 어디 현실을 바로 볼 수 있겠는가. 젊은이들 사이에 반한정서(反韓情緖)의 흐름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진 것도 대통령의 그런 무이념(無理念)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
李 대통령은 작년 어느 연설에서 “선임 대통령의 사상(자유민주주의 사상)과 업적을 기리고 보전하는 아름다운 전통을 세우자”고 했는데 아마 까맣게 잊은 모양이다. 대통령의 건망증은 여기서 끝이지 않는다. 천안함 폭침 후, 이 대통령은 對北 심리전 재개와 자위권 차원의 응징을 약속 했다.
그런데 3개월이 지난 지금, 對北 삐라는 어디 가고, 對北 방송은 다 어디 갔는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 사정이라면 납득할만한 변명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니 김정일이 멋대로 끌고 가려는 것이 아닌가.
작년에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물밑 접촉이 있었다는 뉴스를 접하고 느낀 것은 실망과 배신감과 분노뿐이다. 김대중과 노무현처럼 김정일 만나는 것에 왜 목을 매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말이다.
더 기막힌 것은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 문제를 놓고 숫자흥정을 했다는 것이다.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한을 머리수로 계산할 문젠가. 각 1명, 각 4.5명, 각 10명, 이게 도대체 어느 나라 자국민 보호법인가. 몇 명이 아니라 생존해 있는 국군포로와 납북자 전원 송환 없는 정상회담은 없다고 압박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이 대통령이 다 잘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금강산 관광객 살해사건과 천안함 사건 이후 對北지원중단에 절대다수의 국민이 박수를 보낼 것이다. 기왕 김정일 버릇 고치기에 나섰다면 좀 더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북정책에 있어서 갈지 짜 걸음은 금물이다.
거리의 불량배에게 용돈 주고 술 사준다고 절대로 불량배의 버릇은 고쳐지지 않는다. 라인홀트 니버의 말처럼 비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서 사랑이나 인도적이라는 인간적 감정은 통하지 않는다. 그러니 인도적 쌀 지원 같은 싸구려 감상주의는 아예 입 밖에도 꺼내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제 대통령이 살펴야 할 현실은 이승만의 건국정신과 박정희의 근대화정신을 국민의 양심 속에 어떻게 각인 시키느냐는 문제와 30%에 이르는 종 북 세력의 벽을 어떻게 허무느냐는 것이다.
대한민국 없는 광복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성공 없는 대한민국의 오늘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더는 건국정신과 근대화정신을 기리는 데 인색하지 말자. 새 시대를 위한 역사교육의 길이 여기에 있고 대북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여기에 있다.
2010. 8. 25.
李 대통령의 건망증이 걱정이다!
- 최응표(뉴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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