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벽두에 이명박 대통령(MB)은 테스토스테론 호르몬 분비가 절정에 달했다. 세계금융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구 5천만 이상의 7대 부자 나라(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태리, 한국) 중 한국이 나 홀로 플러스 성장한데다가, 11월 빼빼로 데이에 G7을 확대하여 당당히 의장국으로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게 되어, 주연배우로 각광 받을 걸 생각하면 절로 입이 벌어져 우정 어금니를 악물어야 했다. 20대 초반에는 몸이 허약하여 국민의 4대 의무 중 제일 힘든 것을 면제 받았지만, 나이 일흔에는 하루 세 시간만 자도 전혀 졸리지 않았다. 왜 이리 날짜는 더디 가는지! 우두머리로 올라서면 테스토스테론의 급격한 증가로 온 몸에 위엄에 넘치고 덩치도 훌쩍 커지는 침팬지처럼, MB는 나이 일흔에 어깨가 쩍 펴지면서 키가 1cm 정도 자랐을지도 모른다.
광화문의 100일 촛불 시위는 아련한 추억으로 마치 고려시대 팔관회 연등 축제처럼 정답게 여겨졌고, 공천학살 운운하던 껄끄러운 앙숙은 여자로서 가장 치욕스러운 잊힌 존재로 대중매체에서 가물가물 사라졌고, ‘핵실험이다, 장거리미사일 발사다,’ 앙탈을 부리다가 UN에서 새로운 제재의 대형 혹이나 하나 더 달았지만 그래도 정신 못 차리고 2009년 11월 9일 3차 서해교전을 일으켰던 김정일의 군대는 국군의 매서운 반격에 혼비백산 달아났다. 이제 김정일만 현실을 직시하고 중국의 장춘 같은 데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 제의에 응하면, ‘비핵개방3000’을 본격적으로 가동하여 김/노 정부보다 두 배 세 배 아니 3000이란 통 큰 숫자에서 보듯이 열 배라도 퍼 줄 용의가 되어 있었다. 받아줄 자보다 퍼줄 자가 더 안달이었다. G20 전에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면! 생각만 해도 입이 절로 벌어졌다.
“나는 왜 이래 운이 좋을까?”
무지개 꿈이 먹구름 악몽으로 변하는 데는 채 넉 달이 걸리지 않았다. 2010년 3월 26일 밤 9시 22분, 귀가하던 전도양양 무술 고단자 청년이 집을 눈앞에 두고 컴컴한 골목길에서 불쑥 떠오른 몽둥이 한 방에 뒤통수를 맞고 쥐도 새도 모르게 영육(靈肉)이 분리되듯이, 1200톤 천안함이 불쑥 솟아오른 어뢰 한 방에 단숨에 두 동강이 나서 어둡고 차가운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이건 북한과 중국과 대한민국의 친북좌파에겐 물증에 아랑곳없이 완전범죄 조건을 갖추었다!) 46명이 한 순간에 불귀의 객으로 싸늘한 몸을 떠나 자유통일이 되는 그 날까지 하늘나라에 차마 올라가지 못하고 백령도 앞바다에서 떠돌게 되었다. 4개월 전 대청해전에서 북한의 초계정은 반파되어 달아났는데, 그것은 고작 125톤, 사망 1명이었다. 천 배 만 배 보복한다던 북한의 호언장담은 빈말이 아니었다. 군함 피해는 10배, 인명 피해는 46배!
MB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아니야, 아닐 거야! 정상회담해야 하거든!”
북한에 특이 동향이 없다고 지하 벙커에서 입을 크게 벌려 고래고래 외쳤다. 북한과 연계되었다고 예단하지 말라고 눈을 가늘게 뜨고 엄중히 경고했다. 얼빠진 대한민국의 군인을 족쳐야 한다고 다그쳤다. 북한을 범죄자로 몰아가지 말라고 VIP 메모를 건넸다. 대신 보고체계를 중간에 가로채어 자신에게 충성을 다한 국방부의 장수만 차관(국방비를 대폭 줄이는 과정에서 감히 실세에게 대든 직속상관 허수아비 장관을 MB에게 일러바쳐 해임시킴)과 청와대의 외교안보수석 김성환(김정일에게 극존칭을 쓰고 김정은의 3대 세습에 알랑방귀를 뀜)은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지진파가 드러나고, ‘새떼’ 대포 난사(亂射)도 드러나고, 해공군 합동 작전도 드러나고, 결정적으로 미국의 인공위성 사진에 비파곶을 떠난 북한의 잠수함과 잠수정의 이동경로가 또렷하게 드러났다. 여론도 들끓었다. 도저히 북한을 일방적으로 감쌀 수 없었다. 한미(韓美)가 주축이 된 국제합동조사반을 가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나기 피하듯 그 결과에 따라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약속을 비장하게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휴전선의 대북 스피커도 가동하고 풍선 삐라도 뿌리겠다! 귀신도 곡할 솜씨에 희망을 걸고 폭뢰설, 피로설, 음모설을 마구 퍼뜨리고 한가락하는 국내외 물고늘어지기 전문가를 총동원하고 언제나 굽은 팔 편인 방송과 인터넷과 일부 신문을 일렬로 집합시켜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정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김/노 정부의 열렬 팬들은 궁지에 몰린 쥐떼로서 바로 고양이에게 달려들었다. 가외의 북풍 군것질로 배가 불러진 고양이는 눈에 띌 듯 말 듯 윙크를 던지며 슬슬 물러났다.
너무 크게 이길까 걱정했던 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정부는 참패했다. 도리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이빨을 드러내고 발톱을 세웠던 김문수 호랑이만이 의미 있는 승리를 거머쥐었다.
2002년 6월 29일 김대중의 이적(利敵) 3대 교전수칙으로 참수리호의 6명이 생목숨을 잃었지만, 월드컵 4강 대결에서 태극전사들이 검은 리본으로 그들을 추도했지만, 그것은 2명의 교통사고 사망자로 덮어쓰기함으로써 아무 것도 아닌 일로 둔갑시킨 광란의 선전선동이 떠올랐다. 인터넷과 방송으로 퍼 올리고 퍼 가고 띄우고 반복하자, 냄비 국민은 금세 펄펄 끓었다. 그 길로 김대중의 후계자는 1% 여론에서 51% 이상의 득표로 용상에 올라 6.15선언을 10.4공동성명으로 유지발전시킬 수 있었다.
지방선거 패배는 MB가 합동조사발표 전으로 돌아가는 불감청고소원 빌미가 되었다. 4대강에 들어갈 22조원이야 연 매출 2조 원의 수자원공사를 앞세워 단번에 마련할 수 있지만, 풍선 삐라, 휴전선 스피커는 단돈 백만 원 천만 원은 도무지 30조 원 국방예산에서 빼낼 수 없다며 기억의 하드 디스크에서 스스로 지우기해 버렸다. 이어 대기업에게 꿀밤 안기고, 중소기업과 서민에게 알밤 골라 주기로 선수를 치자, 바로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식이 북한에서 쏜살같이 날아왔다. 신의주가 물에 잠겼단다!
인도주의의 깃발이 MB의 측근에서 번개같이 올라갔다. 여기저기서 ‘옳소’ 천둥이 치고 ‘맞소’ 바람이 불었다. 야릇한 미소를 띤 MB가 지켜보는 가운데 통일부에서 표정관리하면서 서쪽 바다를 가리키며 시기상조를 들먹였다. 혹 국민들이 해석을 곧이곧대로 할까 봐, 국가보안법 위반 전과자가 여기저기 90도 각도 인사를 해대면서 2인자로서 크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온달 머리와 이완용 심보로 징집을 피하여 12년간 고시공부하여 마침내 고시도 합격하고 징집도 면제받은 자는 어찌나 수단이 좋든지 온갖 번드레 말로 여당의 꼭대기 자리에 올라가 연일 인도주의의 나팔을 불었다. 아니, 홀로 호랑이 발톱을 곤두세웠던 자도 인도주의의 만파식적(萬波息笛)을 불었다. (잠시 잘못 생각했다고 곧 회개하길 바랄 뿐이다. 2인자와 민중의 깃발을 달고 혁명을 꿈꾸던 동지 생활을 그리워하며 영혼에서 우러나서 그랬다면, 이제 믿을 자는 집요한 언론 플레이로 한 순간에 파렴치범으로 낙인찍힌 총리 낙마자 정도밖에 없을지 모른다.) 아니, 10년 연속 여론 1위로 면류관을 두 번이나 눈앞에서 놓쳤던 자도 인도주의의 징을 깨질까 두렵게 크게 울렸다. 햇볕정책을 비판하다가 사주(社主)가 투옥되고 국세청의 표적 먼지 털기에 혼백이 한 동안 달아났던 신문사들도 질세라 좌고우면하며 괴벨스의 논리로 인도주의의 큰 북을 둥둥 울렸다.
비는 한국에 더 많이 내렸고, 쌀은 1년 생산의 10분의 1을 10년간이나 꼬박꼬박 200만 인민군의 군량미로 바쳤으되 한국의 빈민과 탈북자에게는 창고에서 썩어도 한 되도 주지 않았다. 단 한 번도 90% 강제징수하는 협동농장 대신 10%만 세금으로 가져가는 개인농지로 바꾸라고 입 밖에도 낸 적 없다. 그러면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성공한 것처럼 3년도 안 되어 도리어 자급자족은 물론이거니와 인구 당 한국의 두 배의 농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외국에 수출할 수도 있다고 모깃소리로 중얼거린 적도 없다. 의심하면 될 일도 안 된다며 무조건 갖다 바쳤다. 일말의 양심은 있는지, 인도주의와 민족을 들먹이며! 입바른 소리는 내정 간섭이라며 김정일이 발끈하며 손가락을 까딱하여 당장 휴전선의 방사포가 서울 바다 불바다를 만들세라, 영혼까지 부들부들 떨며 감히 입 밖에도 못 낸다. 그건 MB도 나노 단위의 오차도 없이 똑같다.
북한의 자연재해는 열에 아홉 인재(人災)다. 김정일과 그 측근들에게 할리우드 일류 배우의 사치 생활을 제공하고 핵무기와 미사일과 땅굴과 생화학 무기로 동족을 말살하는 것에만 신경 쓰느라 산에 나무 한 포기 없고 강에 둑 하나 제대로 정비한 것 없는 마적깡패약탈경제에서 비롯되었지,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 그런 것이 아니다. 쌀이든 의약품이든 개성공단 임금이든 김정일의 39호실로 집결하여 김정일에 대한 충성도에 비례하여 당원과 군인에게 하사되어 그렇지 한국에서 아니 보내 줘서 그런 것 아니다.
주면 줄수록 김정일 공산독재체제만 강화되고 적화통일의 가능성만 커진다. 북한 주민에게는 라면 한 봉지 전해지지 않는다. 분배권을 그들이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UN이 감시해도 저녁에는 다시 빼앗는다. 심지어 아이들에게 줬던 과자도 밤에는 빼앗아 지옥에서 올려다보던 미국의 마피아 대부 돈 콜레오네도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눈물짓게 만든다.
이제 다시 MB의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금년 벽두의 수준에 도달하기 시작했다.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은 이제 거의 분비되지 않는 듯하다. 멀리 러시아까지 날아가 김정일의 39호실을 튼실하게 해 줄 제2개성공단을 세워 주겠단다. 10.4 선언에서 노무현이 보장했던 바로 그것이다. G20정상회의에 남북정상회담이라, MB는 S교회에서 큰 소리로 통성기도한다.
“하나님 아버지, 감사하나이다. 저는 왜 이리 운이 좋은지요?”
(2010. 9. 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