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범은 파렴치범이다. 인질범은 아무 죄 없는 약자의 자유를 폭력으로 박탈하고 그 생명을 위협하여 약자의 보호자로부터 돈을 뜯어내거나 자신의 위기를 모면하려는 자이다. 파렴치한 인질범이 주로 노리는 대상은 어린이나 여자다. 가끔 인질 사건이 벌어지면 전 국민이 때로는 전 인류가 치를 떨며 온통 TV나 라디오의 시시각각 속보에 눈과 귀를 고정시킨다. 인질의 가느다란 SOS가 간간이 들려 올 뿐 경찰의 작전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으면 사람들은 분통을 터뜨린다. 경찰은 경찰대로 불철주야 인질의 안전을 확인하고 인질범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인다. 경찰 작전의 최우선 순위는 인질의 안전이고 경찰 작전의 최하등 순위는 인질범의 안전이다. 인질은 어떻게 해서든 살려야 되지만, 인질범은 여차하면 살해할 수 있다.
 
 가끔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지만, 경찰의 일부가 인질범과 한 통속이라면 어떻게 할까. 그 경찰이 인질범에게 온갖 정보를 제공하고 인질에게 준다며 인질의 보호자로부터 공공연히 돈을 뜯어 계속 인질범에게 바친다면 어떻게 할까. 인질이 하나가 아니라 수십 명이 되는데, 그 중의 일부는 이미 살해되었고, 살아남은 어린이와 여자는 폭력과 공포와 기아와 강제노역에 시달린다면 어떻게 할까. 인질 사건은 지지부진 아무 진척이 없는 가운데, 인질 중 한 명이 기적적으로 탈출하여 인질범과 경찰의 관계를 폭로한다면 어떻게 할까.
 
 김정일은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니고 인질범이다. 2300만 북한주민을 인질로 삼아 그 중 300만은 이미 굶겨 죽이거나 때려 죽였다. 김대중이 시작한 햇볕정책이란 것은, 인질을 구해야 할 경찰이 말로만 걱정할 뿐 인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인질범과 벌건 대낮에 결탁하여 위기에 처한 인질범을 살려 주고, 인질의 안전을 빌미로 인질 구출 작전과 인질범 제거 작전을 영구 폐기하고 인질범이 달라는 대로 주고 하자는 대로 하고, 인질범에게 대대적으로 무기를 구입할 돈을 제공하여 인질범에게 기존의 인질에 두 배에 해당하는 인질을 새로 확보할 기회를 주자는 개수작이다.
 
 한국에는 이미, 영화 <<빠삐용>>이 매우 인간적으로 보일 만큼 처절한 대하드라마를 저마다 가슴에 안고 인질 상태에서 벗어난 탈북자만 2만여 명이 두 눈 멀거니 뜨고 지켜보고 있다. 그들은 한 목소리로 인질범과 옛 경찰의 결탁을 폭로한다. 그러나 여기에 귀를 기울이는 현직 경찰은 없다. 신문도 없다. 방송도 없다. 인터넷도 없다. 국민도 없다.
 
 인질범이 대량살상무기를 잇달아 선보이는 데 그치지 않고 축지법과 구식법(龜息法)을 사용 바다 밑으로 잠입하여 어뢰 한 방으로 군함을 두 동강 내고 46명의 군인을 살해했다. 국민의 경악과 분노에 경찰이 잠시 제정신을 차리는 듯하더니, 군경(軍警) 합동으로 인질범 제거 작전을 재가동하겠다고 공언하더니, 어물쩍 어물쩍 삐라 뿌리기와 같은 아주 작은 것 하나도 실천하지 않는 사이에 인질범 숭배찬양 세력은 인질범이 전쟁을 도발한 지 1초도 안 되어 ‘절대 백두산 밀영의 거룩한 분이 가해자가 아니라’는 결론을 바로 딱 정해 놓은 다음, 피해 당사자가 도리어 해괴망측 가해자 논리로 정황과 물증을 무시하고 말과 글의 매체를 장악하여 억측을 무한히 양산하고 의혹을 뭉게뭉게 피워 올려 냄비 국민의 관심을 냄비처럼 순식간에 식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때마침 인질들이 사는 마을 일부에 물난리가 났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정신 차릴 듯하던 현직 경찰이 옳다구나 앞장서고 인질범 숭배찬양 세력이 가련한 인질을 돕자고 생난리다.
 
 인질 중 일부가 탈출하던 때부터 쳐도 16년 동안 인질의 SOS에는 닭이나 돼지 잡는 것 대하듯 맹숭맹숭하던 자들이 인질범이 비공식 기네스북 1위 비자금을 풀어야 할 정도로 급전이 필요하여 SOS를 치면 화들짝 놀라서 안달복달한다. 그들에게 인질범의 비자금은 신성불가침! 그들은 곧 죽어도 인질범 돕는다는 말은 않고 가증스럽게도 인질들의 불가항력 참상을 들먹이며, 전당포 주인이 필요할 때만 여는 콧구멍 창문처럼 인질범이 지정한 개구멍으로만 스스로 알아서 서로 바치려고 아우성이다. 모처럼 찾아온 인도주의(인질범에게 눈도장 찍기)의 황금 기회에 뒤쳐질세라 새로이 경찰이 된 자들이 더 설친다.
 
 이런 자들일수록 평소에 인질과 탈출한 인질에겐 거지에게도 주면 눈 흘김 당할 100원 한 닢도 버릴지언정 차마 아까워 안 주고 그들의 신음과 증언에는 사오정의 귀를 들이대는 자들이다.
 
 이런 자들일수록 천신만고 탈출하여 타국에서 떠도는 인질은 개돼지 보듯 하던 자들이다.
 
 이런 자들일수록 불법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에는 침식도 잊고 뛰어다니지만, 헌법에 의해 날 때부터 대한민국 국민인 빠삐용은 돕기는커녕 그들에게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던 자들이다.
 
 이런 자들일수록 2천만 인질을 강제노동시켜 그 과실을 독점하는 인질범을 제거하자는 말에는, 2천만 인질을 미끼로 돈 뜯어내는 인질범을 제거하자는 말에는 인질의 안전을 들먹이며 펄쩍 뛰던 자들이다.
 
 이런 자들일수록 인질 중 20만 분의 1의 얼굴을 닭장 안에서 잠시 보여 주겠다는 말에 감지덕지하여 삼궤구고(三跪九叩) 머리를 조아리며 면죄부와 돈 보따리와 눈물 보따리를 들고 찾아가는 자들이다.
 
 이런 자들일수록 용도를 일절 묻지 않고, 인질을 단 한 명이라도 풀어달라는 말은 불경스럽다고 감히 생각도 못하고, 인질범이 지정한 개구멍으로 돈도 주고 식량도 주는 것을 인도주의라고 스스로 양심을 속이는 자들이다. 아마 그들은 자신의 양심을 먼저 속이지 않으면 대번에 미쳐서 46인의 뒤를 따라 서해에 뛰어들 것이다.
(2010. 9. 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