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해병대는 결코 작지 않다.
대한민국 해병대는 ‘귀신잡는 해병’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많은 戰功(전공)과 전투경험을 쌓아왔다. 6·25전쟁 당시 통영지구 작전과 도솔산지구 작전, 월남전의 짜빈동 작전 등을 성공시켜 ‘무적 해병’이라는 칭호까지 거머쥐었다. 이후 1973년 해병대 사령부가 해체돼 해군의 예속부대로 되었고 1987년 11월 다시 해병대 사령부로 재창설되는 浮沈(부침)을 겪었음에도 해병대의 역사와 전통은 대한민국 戰史(전사)에 길이 빛나고도 남는다.
2010년 11월1일 해병대 사령부 재창설 23주년을 맞아 해병대는 ‘작지만 강한 해병’이란 슬로건과 함께 ‘충성’, ‘명예’, ‘도전’이라는 핵심가치를 선정하고 선포식을 가졌다.
그런데 ‘작지만 강한 해병’이라는 슬로건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작다’라는 스스로를 위축시키는 용어를 사용해 해병대의 사기와 군기를 떨어뜨릴 필요가 뭐가 있느냐는 것이 논쟁의 촛점이다. 원래 광고카피나 슬로건 등에는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접미어는 쓰지 않는다고 하는데 軍의 표어에 사용했으니 의아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군의 해병대는 결코 '작은' 부대가 아니다. 우리나라 해병대의 位相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병력 규모는 2만7천여 명(장교 2천여 명, 부사관 4천3백여 명, 병 2만7백여 명). 해병대를 보유한 57개국 중 미국(17만4천명), 프랑스(3만4천명), 대만(3만명)에 이어 네 번째다. 북한의 경우 해군 소속 특수부대 ‘해상저격여단’ 등 해병대 기능을 하는 병력이 7700명 정도로서 우리는 이의 세 배가 넘는 병력을 가지고 있다.
2개 사단과 1개 여단을 갖춘 한국 해병대는 부대 규모 면에서도 3개 원정군으로 이뤄진 미국, 3개 사단급의 대만에 이어 세계 3위이며, 상륙작전 수행능력은 미국, 영국 다음으로 우수하다고 평가받는다.
‘과격하다’는 부정적인 인상 때문에 혹은 소수 정예라는 의미로 ‘작다’(‘적다’라는 표현이 본래 맞지만)라는 표현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야성적인 군대의 이미지와는 상충된다. 전투 발발시 상륙작전과 게릴라戰의 막중한 임무를 감내해야 할 해병대가 자기비하적 용어를 쓸 이유가 없다.
오히려 천안함 爆沈(폭침)과 북한의 3代 세습으로 국가안보가 蹂躪(유린)되는 와중에 해병대는 더욱 강력하고 무력적인 표어를 설정했어야 했다. 일례로 북한 군부의 표어를 보면 초지일관 명확하고 잔인하다고 느껴질 만큼 적개심이 불타오른다. 그것 하나만큼은 정말 부럽다.
그러나 우리는 군대의 표어까지도 어찌된 영문인지 행정편의적·非전투적으로 전락하니 군대가 맞나 싶다. 정신전력의 가장 기본인 표어에서조차 해병대의 막강한 決死抗戰(결사항전) 정신이 드러나지 않으니 무슨 사명을 가지고 전투에 임할지도 의문이 든다.
군대는 군대다워야 한다. 합법적 무력집단이고 유사시 그 가용전력이 100% 발휘될 수 있도록 정신적·물리적 조건이 완벽한 대비태세로 갖춰져 있어야 한다. 전투프로답게 해병대가 다시 그 야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자신감 넘치는 슬로건이 짜여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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