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 경질! "'청와대 개자식들'부터 청소했어야"

국군을 눈치보게 만든 것은 이명박과 청와대 외교안보팀, 사람을 그런 식으로 내침으로써 이명박의 비겁과 위선 다시 드러나

김태영 국방부 장관 경질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결국 사임하고 말았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어제 밤 김 장관 교체를 발표하면서 "최근 연속된 군 사고와 군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오늘 사의 수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자진사퇴라기보다는 사실상의 문책성 경질이다.

이와 함께 청와대의 구구한 설명이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23일 연평도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부터 군(軍)의 대응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는 것이다. 적의 공격이 계속되던 때라 대응 사격이 늦었던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방법의 대응 타격이 기대에 너무도 못 미쳤다는 것이다.

 

이런 보도만 보면 이명박은 국군통수권자로서 할 일은 했는데, 김태영 장관과 국군이 불민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리고 김태영 장관의 책임을 물은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도 된다.

 

물론 지난 번 천안함 사태에 이어 연평도 사태를 겪은 일, 그동안 끊이지 않았던 육-해-공군 사건사고들을 생각하면, 김태영 장관이 책임져야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김태영 장관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듯한 일처리가 과연 타당한 것일까?

 

청와대는 이명박이 "왜 연평도에 K-9 자주포 말고는 대응 타격 수단이 없나" "왜 1분에 한 발 정도밖에는 타격이 안 되나" "왜 군은 전폭기 공격도 안 된다고 하나"며 군의 대응에 답답해했으며, 이 대통령이 당일 밤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해서 "군은 100번의 성명보다 행동으로 말해야 한다"며 군을 질타했다고 주장한다.

 

이명박의 비검함이 軍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러한 주장을 믿을 국민은 아무도 없다. 그동안 이명박이 언제 그렇게 국군에 강경대응을 주문할 만한 최고사령관다운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준 적이 있나?

 

광우병 촛불 난동 때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시위대의 '아침이슬' 노래를 들으며 어쩌구 했던 사람이 이명박이다. 전경들이 폭도들에게 쇠파이프로 얻어 맞을 때 찍소리 못하고 '명박산성' 뒤에 숨어서 사태가 가라앉기만 바랐던 사람이 이명박이다. 천안함 사태가 났을 때 청와대의 첫 반응은 무엇이었나?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 아니었나? 그따위 소리를 한 자를 외교안보수석으로 쓰고, 다시 외교통상부장관으로 승진시킨 사람이 누구인가? 이명박 아닌가?

 

왜 군이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했냐고?  천안함 사태 후에 국제조사다, 안보리 회부다,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한다 하면서 김빠지는 헛짓거리만 하고, 말로만 대북응징을 한 사람이 누군가? 바로 이명박 아닌가? 그런 이명박의 말과 행동에서 군인들조차 강력한 대북응징 의지를 읽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뭘 믿고 대북 강경대응을 한단 말인가?

 

현역 장성인 국방비서관이  '확전 자제' 운운하는 메시지를 국방장관에게 전한 것도 문제가 됐다고 한다. '확전 자제' 논란으로 청와대가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되자 문제의 국방비서관과 국방장관을 경질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왜 국방비서관이 그런 메시지를 국방장관에게 전했겠나? 그도 눈치가 빤한 사람일 텐데, 청와대가 어떻게 돌아가고, 대통령 속마음이 어떤지 알고 그런 것 아니겠나?

 

임태희, 김덕룡 같은 자들이 물밑으로 제3차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같은 보통사람의 귀에도 들어오는데, 국방비서관이 그 소문을 못 들었을까? 대통령 광 나게 할 정상회담에 재뿌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면  지금 청와대 분위기에서 그게 이상한 거 아닌가?

설사 국방비서관이 대통령의 마음을 잘못 읽었다 해도, 그런 빌미를 제공한 것은 앞에서 본 것처럼 비겁한 행태로 일관한 이명박 자신이다.

 

대통령이 강경해야 軍도 강경해진다

 

이명박은 "군이 강경 대응을 주문하고 대통령이 말려야 하는 것이 정상 아니냐. 그런데 어떻게 군이 교전규칙만 들먹이고 있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무식하고 무책임하고 비겁한 얘기다. 대통령이 강경대응을 말해야 군도 강경하게 나가는 것이다. 그게 정상이다. 대통령이 말랑하게 나가는데 강경하게 나갈 수 있는 군대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이명박이 그런 발언을 한 것이야말로 '軍최고통수권자'라는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아직도 모르고 있다는 자신의 무식을 고백하는 얘기밖에 안 된다.

 

박정희 대통령이 그랬던가? 8·18도끼만행 사건 당시 "미친 개는 몽둥이로!"라면서 앞장서서 군을 독려하지 않았던가? 그런 대통령이 있었기에 1공수특전단원들이 목숨을 걸고 경무장만 한 채 공동경비구역으로 들어가 미루나무를 베어버렸던 것이다.

 

軍은 김태영 장관 사임 소식이 전해지자 "모든 책임을 군에 뒤집어 씌운다"며 격앙되어 있다고 한다. 십분 이해가 가는 소리다. 군이 잘못한 거 많다. 무엇보다도 천안함 사태 때나, 지금이나 전쟁준비가 안 되어 있는 군대임이 입증된 것이 큰 문제다. 하지만 그렇게 만든 것은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이다. 병역미필자들만 골라서 국가지도부, 안보팀을 꾸린 대통령의 잘못이다.

 

아랫사람에게 책임 전가하는 비겁한 대통령

 

홍사덕 의원이 현 외교안보팀을 가리켜 "대통령을 오도하는 개자식들"이라고 한 것은 백번 옳다.

김태영 국방장관도 언젠가는 책임을 져야 했다. 하지만 그 시기도, 방법도 부적절했다. 김태영 장관에게 책임이 있다면, 대통령과 청와대 외교안보팀의 책임은 더 크다. 대통령은 김태영 장관의 책임을 묻기 전에 '청와대의 개자식들'부터 청소했어야 한다.

 

또하나, 대통령은 김태영 국방장관을 그런 식으로 버림으로써 연평도 사태보다 더 큰 정치적 상처를 입게 됐다. 나름 열심히 일하던 사람, 마지막까지도 온갖 욕을 먹어가면서 직무를 수행하던 사람을 그런 식으로 내침으로써, 이명박은 자신의 정치적 안녕을 위해서라면 헌신짝처럼 사람을 버리는 냉혹한 자, 자기의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전가하는 비겁하고 위선적인 자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됐기 때문이다.

 

이제 장관이든, 청와대 참모진이든, 이명박 재임 중이든, 퇴임 후든 간에, 이명박과 정치적 운명을 같이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당장 대포폰 의혹 등 청와대가 연루된 각종 의혹과 관련된 자들이 의리를 지키고 입을 다물지 두고 볼 일이다. 이명박과 그 주변사람들을 둘러싼 의혹이 쏟아져 나오고 이명박이 곤경에 처했을 때, 그를 감싸주고, 그를 동정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그때 이명박은 자업자득(自業自得)이란 말을 곱씹어 보게 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청와대의 개자식들'에 추가해야 할 인간들이 늘었다. 김태영 장관을 그런 식으로 내치라고 조언한 자들, 그들도 외교안보팀 못지 않은 '개자식'들이다. 연평도 포격사태에 이어 이번 국방장관 경질로 안 그래도 이명박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던 보수층의 마음에 가속도가 붙었다. 굿바이,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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