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X월 X일, 황해도 해주시에서 인천항을 향해 북한산 인삼을 실은 두척의 화물선이 출항했다. 지난 정권 때는 상상할수 없었던 일이지만, NLL(북방한계선)이 사실상 무력화되고 서해평화협력지대가 조성된 현재는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2013년 X월 대통령이 서해평화협력지대 조성안에 승인 결재를 한 이후 상당 부분의 남북경협은 해주-인천 루트를 통해 이루어지게 되었다. 보수단체가 우려하던 북한의 서해상 도발도 지대 조성 이후로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그렇게 모든것이 순조로워 보였다. 한반도에 평화와 안정이 도래한 듯 보였다.
그때, 인천 앞바다를 경계중이던 해경 선박이 불온한 조짐을 캐치했다. 북한 화물선의 루트가 인천항이 아닌 영종도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상한 낌새를 감지한 해경은 해군 측에 정보를 타전하지만, 돌아온 것은 '화물선의 항법장치 일시 이상으로 추정됨. 상황을 주시하고 추후 문제가 있으면 다시 송신할 것'이라는 메시지였다.
이윽고 화물선은 영종도 앞바다에서 정지했다. 그리고는 갚판의 덮개를 풀더니 그 음험한 진의를 드러내었다. 첫 화물선의 갑판에 설치되어 있던 것은 인삼 저장 콘테이너가 아닌 S-125 중/저고도 대공미사일 포대였다. 또한 두번째 화물선에는 스틱스 대함미사일 포대가 숨겨져 있었다.
대공미사일을 탑재한 채 정지한 북한 화물선은 레이더를 가동하고 미사일의 발사준비를 시작했다. 스틱스를 장착한 화물선 또한 미사일 런처의 방향을 영종도 쪽으로 향했다.
이제야 사건의 심각성을 감지한 해군 고속정이 출동했지만, 그때는 이미 북한의 협박성 메시지가 남한에 전달된 뒤였다.
'만일 제시한 시각까지 우리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우리는 영종도 공항 및 공항에서 이륙하는 민항기에게 무자비한 타격을 가하겠다.'
북한의 요구는 '서해 5도의 반환과 OOO 국방장관의 경질'이었다. 주어진 시간은 12시간. 여유를 가지고 협상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다. NLL이 있을 당시였다면 물주먹 공격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퇴거시킬 가이드라인이 미비한 이상 쉽사리 제압할 수가 없었다. 이윽고 '평화수역'인 인천 근해에서도 고속정의 도발이 일어났다.
청와대. 백발이 센 대통령의 이마에서 흐른 땀이 안경에까지 송글송글 맺혔다. 이미 인천은 패닉 상태에 빠졌고, 서해 5도 지역은 전시 대피 체제에 들어갔다. 영종도 공항은 마비되었으며, 증시는 실시간으로 폭락했다.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이번 사태에 어떻게든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북한과의 핫라인을 열었다. 전화기 상대편에는 북한 인민무력부장이 있었다. 안경에 맺힌 땀방울을 손가락으로 닦아내리며 대통령은 말했다.
'알겠습니다. 우리는 평화를 원합니다. OOO 국방장관은 오늘부로 경질하겠습니다.'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
이상의 내용은 물론 실제가 아닌 가상의 시나리오일 뿐이다. 일종의 소설이라고 보아도 좋다. 하지만 현 대선후보 중에는 노무현 정권의 잔재인 '서해평화협력지대' 조성을 주장하는 후보가 실제로 존재한다.
서해평화협력지대란 2007년 당시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것이다. 내용인 즉슨 NLL 근방 어로 가능 지역에서는 양측의 어선들이 공동 어업을 하고, 한강하구에서 연평도에 이르는 어로 불가 지역은 평화수역으로 조성해 남북의 어떤 군사력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협의한 것이다. 일견 그럴듯해 보인다.
공기부양정의 먹이가 되는 서해 5도
물론 이 주장은 국민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하나의 판타지에 불과하다. 우선 북한은 군사 협정에 있어서 절대 신뢰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휴전 이후 지금까지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건수는 무려 42만 5천건 이상이다(리버티헤럴드 2009년 7월27일기사 참조). 이 정도면 신뢰할수 있는 파트너로서는 빵점이다. 무엇을 믿고 이런 위험천만한, 아니 무모한 협정을 하자는 건지 필자는 의문이다.
둘째로 서해 5도에 대한 도발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NLL 체제에서는 북한의 어선뿐만 아니라 휴전선과 같은 원리로 군함 또한 통제가 가능하다. NLL 침범 시 경고와 경고사격만으로도 대부분 통제할 수 있다. 혹자는 북한의 사곶 전대 80여척을 NLL이 막아낸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서해평화협력지대가 만들어질 때는 문제가 달라진다. 맨 위의 가상 시나리오에서는 위장 화물선의 공격을 상정했지만, 실제로는 다른 방식을 사용해 공격할 수도 있다.
NLL이 있다면 북한이 사곶전대를 총동원해 공세를 펼친다 해도 쉽사리 서해 5도를 빼앗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북한이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악용해 고속 기동전을 펼친다면 위험해진다.
좋은 예가 북한의 공기부양정 전력이다. 북한에서 운용되는 공방급 공기부양정은 최대속력 45노트(시속 83km)로 매우 빨라 해안 침투에 유리하지만, 반대로 방어력이 약해 헬기 전력으로 쉽사리 격퇴 가능하다. 하지만 이것도 타이트한 NLL이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남북한 어선이 꽃게철에 수없이 뒤엉켜 있는 공동어로수역, 심지어 이를 확장한 서해평화협력지역에서 무슨 수로 러쉬해오는 공기부양정들만 깔끔하게 처리한단 말인가?
NLL이 있는 현재에도 공기부양정은 위협전력으로 간주된다. 하물여 훨씬 느슨한 체계인 서해평화협력지대에서는 사실상 서해 5도의 미래가 불투명해진다.
서해평화협력지대의 정체
서해평화협력지대는 서해 5도를 북한의 손아귀에 내주는 협정이다. 인천 및 수도권에 대한 위협을 설령 차치한다 해도 말이다. 지도만 보아도 서해 5도는 대한민국의 통제권에 넣기 쉽지 않은 위치이다. 아무리 보아도 북한에 훨씬 더욱 가깝다. NLL이 있어도 이 정도인데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설정한다면?
영역선은 절대 느슨해져서는 안된다. 그 무엇보다 긴장되어야 하는 곳이다. 필자는 단언한다. 만일 서해평화협력지대를 공약에 넣은 유력 후보가 당선된다면 그의 임기 이내 서해 5도의 안전은 담보할 수 없게 된다. 한반도는 지금 격랑 앞에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