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주필 개인이 사과할 게 아니라 조선일보사가 직접 독자와 국민에게 정중히 사과하는 게 올바른 태도 아닐까? 민족정론지(民族正論紙)임을 자임하는 조선일보가 창간 이래 최대의 수모와 망신을 당하고 있다. 그것도 필화(筆禍)가 아닌 주필(主筆)의 접대성 호화 外遊(외유)행위 때문이다.

주필이 어떤 자리인가? 신문 기자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명예요, 자부심이다. 평생을 언론 일선에 살아도 그 자리에 오르기란 문자 그대로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그런 만큼 고귀하다. 주필이 특정기업으로부터 취재 협조를 받아가며 호화 대접을 받는 건 어느 나라에서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송희영 주필은 어제 '주필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조선일보 차원의 사과는 없는 것 같다. 오늘 아침 조간신문과 인터넷을 뒤져보았지만, 이런 대목은 발견할 수 없었다. 前 주필 개인이 사과할 게 아니라 조선일보사가 직접 독자와 국민에게 정중히 사과하는 게 올바른 태도 아닐까?

오늘字 조선일보 사설을 보았다. 검찰 특별수사팀이 이석수 前 특별감찰관과 연락을 취한 것으로 알려진 조선일보 기자의 휴대폰 압수를 비판하는 사설이 눈에 띄었다. 다른 때라면 이해가 가나, 지금 상황에선 맞지 않는 듯하다. 自省의 목소리부터 내는 게 독자들에 대한 예의이지만 사설 등에서 그런 글은 찾을 수 없었다.

조선일보가 주도한 '우병우 수석 몰아내기'에 동조했던 경향신문, 한겨레신문도 이제는 조선일보 공격으로 전선(戰線)을 달리하는 듯하다. 결국 진퇴양난, 고립무원의 지경에 이른 것이다. 조선일보가 자정(自淨)의 능력을 갖췄더라면, 좀 더 내부기강 확립에 힘을 썼더라면 이런 수모는 없었을 것이다. 안타깝고 딱하다.

이번 사건은 조선일보를 아끼고 사랑하는 독자와 국민에 대한 배신이요, 조선일보의 기라성 같은 선배 언론인에게도 씻을 수 없는 오점(汚点)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