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가치'는 '박근혜 구하기'인가?

국회의원직만 이어갈 수 있다면 보수우익이니 나라니 따위는 언중에도 없는 자들이 널린 것 같다.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오늘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여 한국당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는 소식이다. "보수우파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세력 규합"이라는 그의 명분과는 달리 보수우파 대분화의 서막이 오른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당장 줄탈당이 이어질 것 같지는 않지만 홍 의원은 연말 쯤에 40~50명까지 동조하리라고 예고한 바 있다. '보수우파의 가치' 운운하지만 실상은 내년 총선에 후보로 공천되기가 어렵다고 판단하는 자들이 우르르 뛰쳐나갈 것이다.

이로서 좌익 20년 집권의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보수우익이 붕괴된 것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결정적이었지만 기실은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서막이 올랐다. 한국당(새누리당)의 후보 난립으로 광역단체장 17석 중 8석을 겨우 건졌고, 특히 교육감은 17석 중 13석을 좌익들에게 내주고 말았다. 교육 패권을 넘겨준 것이 결정타였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도 막히고, 법외 노조 판결을 받아 기가 죽었던 전교조는 좌익 교육감들의 비호를 받으며 다시 학생들과 학부형 선동에 기승을 부렸다. 그렇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한 새누리당이 20대 총선에서 공천 파동을 겪으며 세가 노골적으로 쪼개지고 말았다. 이 여파가 바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다. 최순실은 쏘시개에 불과하고 이미 탄핵당할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붕괴된 새누리당이 당명까지 바꾸고 나름의 재건 노력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좀처럼 복원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중 중요한 요인은 역시 현역 의원들의 의원직 유지에 대한 불안감이다. 한국당에서 다음 총선 후보로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나갈까 말까를 재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직만 이어갈 수 있다면 보수우익이니 나라니 따위는 언중에도 없는 자들이 널린 것 같다. 이것이 보수우익 붕괴의 가장 큰 이유이자 재건에 큰 걸림돌이다. 20대 총선 공천 파동의 연장전이 벌어질 조짐인 것이다.

홍 의원의 예고대로 한국당에서 40~50명이 더 떨어져 나와 애국당에 합친다면 결국 한국당과 애국당·바른당 등으로 보수우익의 후보는 난립하게 된다. 승패는 보나마나다. 지난 보선에서 여당인 민주당은 꼬마당인 정의당에 창원 국회의원 후보를 양보했다. 3개 당으로 쪼개진 보수우익 진영에서 그런 기적은 바랄 수가 없다. 그럴 가능성이 있다면 쪼개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직도 탄핵 가담자들을 성토하며 '우리끼리'를 부르짖는 지지자들이 한심스럽다. 박근혜가 탄핵된 것은 물론 그들에게도 큰 책임이 있고 최순실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가장 큰 책임은 역시 박근혜 자신에게 있었다. 보수우익을 아우르지 못하고 오히려 '배신의 정치'라며 분파를 조성했다. 그리고 막상 탄핵이 눈앞에 들이닥치고 있는데도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이렇듯 근본적인 책임은 박근혜에게 있는데 일부 지지자들은 억울하다는 측면만 보고 점점 외톨이의 길을 가고 있다. '보수의 가치'는 '박근혜 구하기'인가? 아니다. 박근혜는 보수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젠 그 도구로서의 효용성을 상실했고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분열로는 절대 그를 구할 수도 없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 삼류작가 2019-06-17 오후 4:15

    정확한 지적입니다. 이대로 가면 보수분열로 문재인이 총선에서 결정적인 승리를 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건 문재인이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기도 하죠. 참 아이러니칼합니다. 박근혜를 지지한다는 사람들이 문재인의 충복이 되어가고 있는 형국이라니요.

  • 白丁 2019-06-15 오후 9:13

    무슨 미사여구로 포장을 해도 이유는 공천이다. 한국당에서 공천에 대한 확신만 있었다면 나가라고 밀어도 버텼을 것이다. 제놈의 탈당의 변이 맞다면 조원진 탈당해서 창당할 때 함께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참으로 비겁하고 치사한 놈이다. 유승민보다 더한 놈이다. 차라리 나 한국당에서는 차기 공천 못받을 것 같아 탈당한다고 솔직히 말했으면 사내답기나 하지...헌데, 니가 애국당 공천으로 박근혜 팔아서 또 당선 될 수 있을거라고 믿는가?

  • 골든타임즈 2019-06-15 오후 7:39

    사기탄핵 배신자,
    사이비 보수, 가짜보수는
    좌파들이다. 대청소 대상이다.
    오늘의 난국을 초래한 무리는 도장들고 나르샤 일당이다.

  • 천영수 2019-06-15 오후 6:21

    애국자님, 탈당을 재고 있는 40~50명 중 '보수의 가치'를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다음 총선에서 공천만 보장된다면 나갈 사람 없습니다. 공천 여부가 문제지 보수의 가치 따위는 말로만 쓰는 명분일 뿐입니다. 홍문종도 공천만 보장된다면 절대 나갈 사람이 아닙니다. 박근혜는 지금 감옥에서 세상사와 인연을 끊겠다는 듯 돌아 앉아 있는데 무슨 주군입니까? 세월호 팔아 정치하는 군상들도 한심하지만 박근혜 팔아 정치하려는 군상들도 꼴불견입니다.

  • 애국자유수호자 2019-06-15 오후 5:53

    박근혜대통령을 구하지 못하고 가려면, 현재 자유한국당의 타탄핵 찬성의원들은 모두 사퇴하시오.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여,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확립하시오. 배신을 하여 자신의 주군을 버리는 의원들은 전혀 필요없읍니다.
    진실을 말못하는 언론을 이길 자신없으면 시퇴하시오. 40-50명 분당해서 이들이 보수의가치를 확립함이 백번 낫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