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J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박2일에 걸쳐 현란한 수사와 요란한 제스처로 세계 언론을 흥분시켰다. 남북 군사분계선에서 연출된 '번개회동' '깜짝쇼 회담' 등에 대해 국내 언론은 '역사적 사실'임을 크게 보도했다. 이 역사적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국민들에게 "영변 핵시설 폐기는 옳은 방향이나 여러 단계중의 한 단계일 뿐"이란 한 마디를 던져 놓고 떠나갔다.

이번 남·북·미 3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혹시나 기대를 가지게 할 것인가 하는 희망사항은 교착사태 그대로 숙제만 남기고 끝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도 한반도 비핵화의 길 입구에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즉석에서 "옳은 방향이지만 비핵화 조치의 여러 단계 가운데 한 단계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비핵화를 촉구하는 제재조치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국내 언론은 66년 만에 미국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은 것이 역사적 사실이라고 대서특필했다. 황홀경에 빠져 미쳐 헤어나오지 못하는 듯한 형국이었다. 그러 외국 언론은 냉정하고 비판적으로 엇갈린 평가를 했다. 뉴욕타임스는 '타고난 쇼맨(a showman by nature)이자 드라마틱한 순간을 즐기는 (tv쇼)전문가'. CNN은 '새 단계의 쇼맨 본능, 북한 비핵화 향한 진전의 신호, 역사적 만남', WSJ는 '상징성넘어설지는 불확실', 중국의 환구시보는 '사적관계, 국익과는 별개', AP통신은 '전쟁중인 두 나라가 화해', BBC는 '믿지 못할 그림 연출' 등으로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과 김정은을 내세워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자기 정치를 하고 갔다. 김정은을 '자유의집'으로 찾아오게 해 극적 효과를 챙겼고 문재인 대통령도 트럼프의 자기 정치에 열심히 동조했다. 결국 '남북한 군사분계선의 세 사나이'란 한 편의 영화는 트럼프 주연, 문재인·김정은 조연이었다. 이 한편의 영화가 대한민국 국익과 북한 비핵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