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의 출현 앞에서 네안데르탈이 멸종했듯, 저들 586 구인(舊人)들도 결국은 역사의 무대에서 쓰레기통으로 이동할 것이다.
인헌고 학생들이 운동권 교사들의 이념주입에 반발해 학생수호연합을 결성하고 자신들의 ‘사상적 이의(異意)’를 제기하려 궐기했다. 이념교사들은 학생들의 이런 정당한 외침을 침묵시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밑으로부터 일어나는 각성과 반항은 아무도 제어할 수 없다.
이제 586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운동권의 전횡은 후배 세대의 혁명적 반항 앞에서 역사의 저편으로 밀려날 운명에 처했다. 저들은 지난 40년 동안 우리 정치사에서 가장 긴 전성시대를 누려왔다. 1980년대부터 이미 저들은 우리 사상계의 독점적 우상으로 군림해 왔기 때문이다.
586 담론은 일종의 사이비 종교 같은 것이다. 민족주의와 극좌 사회주의와 민중주의를 조금씩 섞어 현대판 ‘임꺽정 스토리’를 읊는 586 담론은 깊은 공부하기 싫은 젊은 불만 집단에 손쉬운 밀교적(密敎的) 아지트를 제공했다. 196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도 그런 밀교 집단들이 숱한 가출 청춘 남녀들을 유혹해 괴기한 혁명 놀이를 하곤 했다. 이건 지적(知的) 좌파와도 거리가 먼 컬트(cult) 현상, 악령 씐 좀비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밀교는 혹세무민 효과가 매우 크다. 우리 사회에서도 조선조 말기와 일제 식민 통치를 거치면서 근대적 계몽성과는 무관한 주술적 메시아 사상과 종말론이 세상을 들었다 놓곤 했다. 민족주의 혁명이라는 낭만적이고 거역할 수 없는 명분, 사회주의 혁명이라는 한풀이 세계관, 그리고 ’민중‘이란 어휘가 담은 복수의 정서가 한 데 엉겨 수많은 죽창과 낫의 드라마를 연출해냈다. 그 선전-선동 앞에서 그 어떤 ’폴포트의 10대‘들이 조반유리(造反有理), 혁명무죄(革命無罪)를 외치지 않을 수 있었을까?
한국의 586들은 바로 그런 도취 속에 오늘의 우리 10대~20대를 몰아넣으려는 21세기 판 주술사들인 셈이다. 그러나 우리 10대~20대는 1960년대의 중국 홍위병이나 1970년대의 캄보디아 폴포트의 10대와는 너무나 다르다는 걸 저들 거짓 메시아 전도사들은 미처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오늘의 우리 10대~20대는 586 꼰대들이 졸업은커녕 입학도 채 못한 근대성과 정보화와 국제화, 그리고 개인주의 세례를 듬뿍 받은, 586과는 전혀 다른 ’자유의 세대‘다. 이들은 전체주의, 사이비 종교, 주술, 집단화가 먹히기에는 너무나 민감하고 예리하고 초(超)감각적이고 지구화된 세대다.
지금도 물론 주한 미국 대사관저의 담을 넘는 ’최신의 구인(舊人)‘들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오늘의 젊은이들은 좌익 전체주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히 조국 규탄 촛불 집회를 열 만큼의 독립적 사고와 용기와 이성을 발휘하고 있다. 586 전성시대에는 꿈도 못 꿀 일이었다. 호모 사피엔스의 출현 앞에서 네안데르탈이 멸종했듯, 저들 586 구인들도 결국은 역사의 무대에서 쓰레기통으로 이동할 것이다. 인헌고 학생들의 출현은 바로 그 도태과정의 시작을 알리는 청신한 새벽 종소리였다.
10월 3일, 9일, 25일의 국민/시민의 반(反)문재인 총궐기, 인헌고 학생들의 저항, 대학생들의 반(反)불공정 규탄 등은 오만한 586 무리로서는 도저히 소화해낼 수 없는 뜻밖의 날벼락이었을 것이다. “아니, 감히 나를, 우리를, 이 무오류의 혁명세력에 젊은 너희가 대들다니?!” 하고 대경실색했을 것이다. 그만큼 저들은 터무니없는 자만심과 자존 망대와 오만방자함과 독선에 빠져있는 치유 불능의 환자들이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망해버리는 것밖엔 없다.
운동권의 진지(陳地) 혁신학교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자유의 반란이. 이 반란은 다른 진지들에서도 줄줄이 일어나야 한다. 일어날 것이다. 저항, 반항, 거역, 조반, 혁명은 운동권의 전유물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자유의 정신이야말로 그런 것들의 단골이다. 자유여, 자유인들이여, 일어나라, 일어나 싸워라, 일어나 싸워 이겨라!!
류근일 2019/10/23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세뇌와 억압에 노라고 말한 인헌고 학생들
- 류근일(조선일보 前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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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10-23, 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