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水平線)의 야경(夜景)

“바다마저도 잠이 들었나. 밤이 깊은 해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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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대왕

 

위 사진은 10월21일 0시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바라본 수평선(水平線)의 야경(夜景)이다. 대중가요(大衆歌謠) ‘해운대 엘레지’는 해운대의 밤풍경을 이렇게 흥얼거린다.

“울던 물새도 어디로 가고 조각달도 흐르고 바다마저도 잠이 들었나.
밤이 깊은 해운대…”

해운대 앞바다는 비록 잠이 든 듯 조용하지만, 저 멀리 수평선에는 고기잡이배들의 집어등(集魚燈)이 불야성(不夜城)을 이룬다. 바로 그 집어등이 어화(漁火)다.특히 코로나19로 시련을 겪고 있는 어부(漁夫)들에겐 어장이 바로 생업의 현장이다. 어부는 어장을 찾아 고기를 잡아야 하는 고달픔도 잘 견뎌내야만 한다. 그래야만 처자식들을 먹여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부들은 칠흑(漆黑)같이 어두운 야음(夜陰)에도 집어등을 켜고 고기떼를 불러 모은다. 그물을 치고 낚시를 드리워서 고기를 잡아야만 만선(滿船)의 귀항(歸港)을 기다리는 아내에게 전하는 기쁨의 새벽 선물이 될 수 있다.

달이 밝지 않는 초승이나 그믐 무렵엔 집어등을 밝혀야만 고기떼들이 불빛 따라 먹이를 찾아 모여든다. 어부들에겐 비록 힘든 어장이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휘황찬란한 수평선의 야경이 연출된다. 어부들은 힘들고 고되어도 파도야 치건 말건 바다는 좋은 곳이라고 외친다.

2002년 2월26일 시인 편운(片雲) 조병화 선생이 해운대 P호텔에서 하룻밤 묵으며 해운대 야경을 읊은 멋진 시(詩) 한 수를 필자에게 남겨줬다.

<여수(旅愁)

아, 바다는 넓고 좋아라
그러나 백치의 애인처럼 슬퍼라
14층 호텔 베란다의 창문을 여니
쏘아 몰려드는 차가운 바닷바람
멀리 출렁거리는 고깃배들의 등불
반짝, 반짝, 두서넛
밤새 육지를 치고 돌아가는 파도 소리
웍짝 루루루 웍짝 루루루
루루루..........
오, 먼 곳에 내 사랑아>

이제 시인(詩人)은 먼 길 떠나고 그 어른이 남긴 시혼(詩魂)만 남아 파도를 쓰다듬고 바다를 어루만지니 이것이 바로 인거유문(人去留文)의 애달픔이요, 그 정한(情恨)이 오늘 수평선의 어화(漁火)로 환생(還生)한 듯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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