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문재인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속내

보수야당이 부자 대변당, 서울 대변당이라는 이미지를 걷어내지 못하면 문재인이 아무리 무능해도 그 대안이 될 수 없다. 문재인의 지지율은 보수 성향의 국민들에게는 의문 그 자체다. 우리가 보기에는 한 일도 없고 그나마 하는 짓이라고는 나라 망치는 짓만 골라서 하고 있는데도 지지율이 좀처럼 내려가질 않으니 답답한 마음에서 여론조사 기관의 신뢰성까지 거론하기도 한다. 지난 3년여의 국정난맥을 눈으로 봐온 지금은 보수색이 옅은 중도층이나 좌파 성향의 국민들조차 문재인 정권이 무능하다는 사실에는 대체로 동의한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의 지지율이 빠지지 않고 보수 야당의 지지율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근데 지방에 사는 내가 보기에 요즘 주변에서 하는 말들을 들어보면 문재인 지지율의 원인을 하나 정도는 유추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조선일보를 보니 재산세 감면 기준을 두고 공시가격 6억 원 이하와 9억 원 이하 사이에서 갈등을 빚다가 최종적으로 '6억 원 이하'로 결정한 것이 다름아닌 문재인의 자신의 결정이었다고 한다. 문재인은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12·16 대책에도 불구하고 풍선효과가 생기는 등 시장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면 더욱 강력한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공언하면서, 특히 3년 전보다 집값이 지나치게 많이 뛴 곳에 대해선 원상회복돼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이 부분이 야당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왜냐하면 2020년 7월 김종인 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집값은 한 번 올라가면 내려가지 않는다"며 "가격이 오르지 않도록 진정시키는 게 목표가 돼야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재화는 한정되어 있다. 한정된 자산중에서 A자산의 가격이 B자산의 가격보다 더 오르면 B자산 소유자의 부(富)가 A자산 소유자에게 재분배(再分配) 된다는 것은 경제학원론에 나오는 말이다. 심지어는 A자산이 B자산보다 먼저 오르는 경우에도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물가변동은 제로섬 게임처럼 사회구성원의 부를 재편성하는 것이다. 서울 아파트값이 지방 아파트값보다 더 오르면 서울지역에 집 가진 사람들은 더 부자가 되고 지방사람들은 더 가난해지는 것이다. 이제는 지방에 사는 사람들도 서울 집값이 오르면 자신들의 실질 재산이 줄어든다는 것쯤은 다 안다. 서울지역 무주택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러니 지방 사람들이나 서울 무주택자들은 문재인 정권의 무능 때문에 서울 집값을 이렇게 수억 수십억 올려놓은 것에 분노하면서도, 집값을 원상회복하겠다고 하니 계속 지지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미 올라간 집값 그대로 인정해 주자는 부자 대변당 같은 소리나 하는 보수 야당보다야 차라리 못할갚에 원상복귀시키겠다고 큰소리치는 문재인에게 더 마음이 가는지도 모른다. 수억, 수십억씩 불과 한두 해 사이에 가격이 올랐는데 이는 완전한 거품이고 불로소득이다. 근데 그걸 그대로 인정해 주자고 하면 지방민들이나 수도권 무주택자들이 그런 소리 하는 보수 야당에게 마음을 열어 주겠나.

요즘 서울 집주인들이 아우성이다. 공시가격이 올라 보유세 부담은 느는데 팔려고 하니 양도세 내야 하고 증여하려니 증여세 내야 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부산 사람들은 이런 말에 분노한다. 배부른 투정, 팔자 좋은 넋두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증여세 양도세 그보다 더 낼 테니 내가 사는 집값도 서울처럼 좀 올려달라’는 말이 바로 나온다. 그런데 보수 야당은 이런 주장에 동조하여 퇴로를 열어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방민들이나 무주택자들은 퇴로를 열어주자는 말을 불로소득을 그대로 인정해 주자는 말과 동의어라고 생각한다.

경제논리로만 보면 보수 야당의 주장이 옳을지도 모른다. 양도세를 낮추어서 매도 물량을 증가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옳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한국에서 부동산은 더 이상 경제가 아니다. 이성을 마비시키는 공정과 정의의 문제, 정치 문제, 사회 문제가 되어 버렸다. 손에 물 한방울 안묻히고 한해에 수억 수십억씩 버는 걸 보며 상실감과 피로감에 젖은 국민들은 집값을 원상회복 시키든지 아니면 양도세를 지금보다 더 올려 불로소득을 근절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공정과 정의를 갈구하는 국민들은 오른 집값 그대로 인정해 주고 양도세도 낮추어 주자고 하는 보수 야당에게 마음을 열지 않을 것이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진 경제논리만 내세워서는 안된다. 부자 대변당 이미지를 불식시키지 않는 한 문재인에게 실망한 중도층이 보수야당으로 돌아서질 않는다고 본다.

보수 야당이 부동산 문제에 대해 좀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서울 집값 폭등의 근본 원인이고 저출산의 근본 원인인 수도권 과밀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수도권 과밀 해소를 위해 지방 공공기관이 그 지역 대학 출신들을 할당제를 해서 더 뽑겠다고 하니까, 부산이 지역구인 하태경이 公正 운운하며 반대하면서 이 곳 부산시민들을 격분시킨 것도 최근의 일이다. 고등학교 졸업 시점부터 서울로 청년들이 다 가버려 지방에는 청년이 없고 매달 서울로 생활비와 숙식비를 송금하는 가난한(?) 지방민들의 입장에서는 하태경의 공정은 보수 야당 = 서울 대변당이란 이미지만 더 각인시켰을 것이다.

보수 야당은 소외감 느끼는 지방민들과 무주택자들의 심정을 무겁게 헤아려 경제논리나 공정논리 같은 가벼운 접근은 조심해야 한다. 부자 대변당, 서울 대변당이라는 이미지를 걷어내지 못하면 문재인이 아무리 무능해도 그 대안으로 국민에게 다가가지 못할 수도 있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 naidn 2020-11-07 오후 5:31

    나라야 망하던 말던, 청소년들의 미래야 있던 없던
    내 집, 내 돈에만 집착하는 천박한 쓰레기 군상들 !

  • 청년백수 2020-11-07 오전 8:08

    부동산문제해결에 실패했는데도 지지율이 유지되는 이 아이러니. 그러나 상대적 박탈감은 콘크리트 지지의 중요한 배경이라는 선생님의 말씀 동감합니다. 야당은 새겨들어야 할 것입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