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를 마녀로 몰아 가해자의 조작된 신화를 지키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여권 진영에 속한 한 대학 교수가 전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 손편지를 공개하여 2차 가해 행위를 저질렀습니다. 그는 자신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한 사과의 글을 올리면서 또다시 피해자에 대한 부적절한 시각을 드러냈습니다. 이런 과정을 보면서 저는 비뚤어진 채 굳어버린, 진영에 대한 맹신이 인간을 얼마나 무모하고 잔인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새삼 깨닫습니다.
솔직해집시다. 피해자의 감정까지 섬세하게 들여다볼 정도로 몰입해서 한 자 한 자 읽었으면서, 피해자의 이름은 눈에 안 들어왔다는 말을 믿으라는 것입니까? 피해자에 대한 공개 질문이 2차 가해가 된다면, 공인의 성추행 혐의에 대한 사회적 고발에 따른 시민의 질문 권리가 묵살되는 것이라니, 이 무슨 해괴한 논리입니까?
가해자는 공인이지만 피해자는 공인이 아닙니다. 공인이 아닌 피해자가 공개 질문에 답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시민의 권리를 박탈한 사람, 시민의 물음에 답해야 할 상황에서 진실을 감추고 도망친 자들은 누구입니까? 수년 동안 서울시청 6층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공개 질문은 피해자가 아닌 그들에게 해야 맞습니다. 그리고 가해자들에게는 침묵하고 피해자에게만 답변을 강요하는 것이 어떻게 시민의 권리가 될 수 있습니까?
손편지의 내용이 피해자답지 않다는 주장은, 지난 수십 년간 피해자다움의 여부를 처벌의 기준으로 삼는 바람에 법의 심판을 비켜 간 수 많은 성범죄자들을 옹호했던 주장입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자기편의 비리는 감추고 두둔해서 합리화시키려는 진영논리가 참으로 무섭고 지긋지긋합니다. 이렇게 끼리끼리 밀어주고 감싸주는 전근대적 패거리 문화가 우리 정치를 피폐하게 만들고 한국 사회를 분열로 몰아갔습니다. 그리고 조국 사태와 이 정권 고위 공직자들의 부도덕함과 부조리에서 보듯이, 그들만의 내로남불 반칙과 특권으로 사익을 추구하며 우리 사회를 병들게 했습니다.
권력이 정의롭지 못할 때는 지식인들이 나서서 바로서게 할 책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식인이 사회적 책무를 망각하고, 진영논리에 빠져 그 사람이 그럴 리 없다는 오도된 믿음을 지키기 위해, 아무 죄책감 없이 피해자에게 교묘하게 비틀린 누명을 뒤집어씌워 사람들의 눈을 가리려 한다면, 우리 사회는 정말 위험천만한 사회가 되고 말 것입니다.
민주당 광역단체장들의 연이은 성범죄는 시민의 불행이자 국가의 불행입니다. 그 불행을 가중시키는 것이 이런 몰염치한 2차, 3차, 다중 가해 행위입니다. 진실을 알고 싶은 게 목적이라면 이미 진실을 밝힌 피해자를 모욕할 것이 아니라 전임 시장의 휴대폰 내용을 공개하도록 유족들을 설득하면 될 일입니다. 공인인 가해자가 답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자료에 진실을 묻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김모 교수는 진영논리에 함몰돼 정의와 상식에 반하는 무분별한 추가 가해 행위를 중단하고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합니다. 김모 교수의 행동에 부화뇌동해 진실을 은폐하려는 음모에 가담하고 있는 사람들도 자중하기 바랍니다. 피해자를 마녀로 몰아 가해자의 조작된 신화를 지키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것은 올바르지 못한 짓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일로 다시 한 번 고통받았을 피해자와 피해자의 곁을 지켜주시는 모든 분들께 위로와 응원의 말씀을 전하며, 저 역시 사회의 편견과 가해자의 압박에 고통받는 이 땅의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들 편에 서겠습니다.니다.
가해자는 공인(公人)이지만 피해자는 공인이 아닙니다
-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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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2-29, 1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