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사람은 버리고 가고 어리석은 자는 가지고 가려고 발버둥친다
신축년 새아침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출명소마다 출입이 봉쇄돼 환희의 일출광경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선량한 국민들이 거대한 그 무엇에 쫓기기나 하듯 이곳 저곳에 삼삼오오 모여 숨죽이고 있다가 태양이 수평선을 박차고 솟아오르자 환호성을 질렀다. 그 환호성의 이면에는 환란과 강추위가 덮쳐 있었다. 질병에 시달리고 강추위에 떨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우울한 기색도 역력해 보였다.
새해를 맞아 일출을 보며 소원성취 기도(祈禱) 한 번 올리는 소박한 바람마저도 모두 틀어막히고 어렵게 되었으니 '흰 소의 해' 신축년의 첫 발걸음이 무겁게 느 지는 것 또한 우리가 겪어야 할 고역(苦役)이요, 인과응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러한 민생현장의 모습과는 달리 이 땅의 못나고 어리석은 위정자들은 민초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고 생색내기와 내 편 챙기기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뜻있는 국민들의 한숨소리가 깊어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래도 언덕 위의 대궐 속에서는 간신배들의 교언영색이 권력을 희롱하고 출세욕에 목이 마른 벼슬아치들은 앞뒤를 가리지 않고 북향 재배하고 있으니 오늘의 새아침 풍경이 마치 1636년 겨울 병자호란 당시의 남한산성에 갇혀 있던 인조(仁祖)임금의 모습을 클로즈업시켰다. 그때 주화론자 최명길은 "성(城) 안에는 임금을 앞에 두고 서로 자신들의 주장이 옳다고 우겨대는 말(言)먼지가 자욱하고 성 밖에는 오랑캐의 말발굽이 일으키는 말(馬)먼지가 자욱함"을 한탄하며 위기에 처한 국운을 걱정했다는 기록도 있다.
시국이 이렇게 어수선한데도 누구 하나 앞장서서 바른 소리하는 강직한 공직자는 보이지 않고 썩은 환부를 도려내려는 '메스'를 빼앗아버리려는 음모와 계책(計策)이 난무하고 충혈된 독기가 살벌하니 어리석은 대궐 주인은 우왕좌왕 비틀거리고만 있다. 고대광실 높은 집만 바라보며 호출을 기다리는 권력의 하수인(下手人)들만 우글거리니 착각에 눈이 멀어진 궁궐 주인은 "어허라, 태평연월이로구나, 풍악을 울려라'고 헛소리만 치고 있다.
환란에 휩싸인 국민들은 갈 길을 잃고 허둥지둥 찾아 떠도는 신축년 새아침이 참으로 혼란스럽게만 느끼어졌다. '아함경(阿含經)'에 이르기를 "강 건너 저쪽은 평화로운 땅이다. 그러나 배가 없으니 어떻게 건너갈까? 걱정이 태산이구나. 걱정할 것 없이 갈대나 나무로 뗏목을 엮어서 건너가면 되지. 강나루를 건넌 뒤에는 그 뗏목을 가져가려 하지 말고 뒤에 오는 다른 사람들도 이 뗏목을 이용할 수 있도록 나루터에 그냥 띄워 놓고 내 갈 길을 가라, 이렇게 하는 것이 그 뗏목에 대해 내가 할 일을 다 하는 것이다"라고 적혀 있다.
신축년 새해 아침 이 나라 최고 위정자가 '아함경' 구절 한 번 읽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고 위정자도 타고 온 뗏목과 사공들을 모두 데리고 가서 호의호식시키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최고 위정자가 무리하게 욕심을 내서 내 편을 모두 데리고 산으로 오르려 하면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버릴 것은 버리고 남길 것은 남겨 놓고 가는 것이 후대를 위해 잘하는 것이 될 것이다.
욕심내지 마라. 욕심은 만병의 근원이 된다. 내 편이라고 해서 너무 집착하지 마라. 마지막 가는 길은 모든 것 버리고 홀홀단신 맨손으로 가는 법이다. 현명한 사람은 정리해서 버리고 가고 어리석은 자는 무리하게 가지고 가려고 발버둥친다. 옛 말에 나라가 어지러우면 현명한 신하가 생각이 나고 집안이 어려우면 어진 아내가 생각이 난다(國難卽思賢臣,家貧卽思良妻)고 했다. 현명한 신하는 찾아보기 어렵고 칼잡이들만 설쳐대는 형국이 참으로 불행해 보이는구나.
이 땅의 최고 위정자여, 어리석음으로부터 벗어나시라. 권력이 천년만년 나의 것이란 착각에서도 벗어나시라.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다. 권력에 기생하는 놈들은 숙주(宿主)의 몸에서 영양분이 소멸되면 숙주를 버리고 다른 숙주에게로 옮겨 가 또 피를 빨아먹고 산다.
위정자들에게 보내는 새아침 편지
- 문무대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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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1-01, 10: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