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北에 원전 건설 추진, 이적행위”

“세컨더리 보이콧, 국제왕따 자초하는 위험천만한 일”
북한 원전 추진, 진실 은폐하면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밝혀야
우리는 원전 중단, 북한에는 원전 건설, 사실이라면 누가 봐도 모순이고 기가 막힙니다.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국제사회까지 기만한 것입니다. 청와대는 얼렁뚱땅 정치공세로 치부하며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됩니다. 진실을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 2003년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도 DJ 대북 송금 특검을 주도한 만큼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사실 국민들도, 저도 궁금했습니다.
왜 산자부 공무원들이 일요일 야심한 밤에 도둑처럼 들어가 자신들이 작성한 문서를 파쇄 했는지 의문이었습니다. 뭔가 뒤가 구린 것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왜 그런 무리수를 두었는지 이유가 분명해졌습니다. 청와대 주장대로 법적으로 문제없고 단순한 실무 경협 차원의 검토였다면, 비밀스럽게 저장 관리할 이유도, 일요일 한밤중에 몰래 삭제할 이유도 없었을 것입니다.

북한은 여전히 핵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핵 능력 강화를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국민 몰래 북한에 원전을 지어줄 방안을 연구하고 있었다면 그것은 정말 충격적입니다. 북한에 정말로 원전을 지어주려고 했다면, 그것은 UN 안보리 대북 제재 위반일 뿐만 아니라 명백하게 대한민국 법률 위반입니다. UN 안보리가 북한과는 모든 과학기술 협력을 중단하도록 결의한 것이 4년 전입니다. 3년 전에는 모든 회원국이 북한에 산업용 기계류도 이전하지 못하도록 결의했습니다. 북한 원전 건설은, UN 대북 제재에서 이탈해 국제사회 ‘왕따’를 자초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더욱이 미국으로부터 세컨더리 보이콧을 당하면 우리 경제 전체가 치명타를 받는 위험천만 한 일입니다.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와 검증이 합의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면, 그것은 국가안전 보장과 공공복리를 중대하게 해치는 행위입니다. 국가안전 보장과 공공복리를 중대하게 해치는 사업은 애초에 남북교류협력법상 협력사업 승인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북한이 원전을 군사적으로 전용할 가능성이 충분한데 적법절차 없이 원전을 지어주려고 했다면, 그것은 이적행위입니다.

중요한 것은 문서 작성과 파기를 지시한 윗선을 찾는 것입니다. 사업의 성격상 윗선은 청와대임은 분명합니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탈원전을 강조하는데 산자부 공무원들이 청와대 지시 없이 수조 원이 들어가는 엄청난 북한 원전건설 계획을 만들 리 없고, 또 공들여 만든 문건을 파기할 리도 없기 때문입니다.

문 대통령께 요구합니다.
첫째, 북한이 원전건설을 요청한 것인지, 아니면 먼저 제안을 하신 것인지 밝혀 주십시오. 남북정상 간 대화에서 이 문제가 어느 정도로 논의되었는지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북한 원전 건설 추진의 사실 여부와 구체적인 내용을 국민 앞에 소상히, 직접 밝혀야 합니다. 문 대통령은 과거 대북 송금 특검 당시 ‘관계자들의 해명이 충분하지 않아 특검이 나온 것이고, 전직 대통령이라도 대북 송금에 관여한 것이 드러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할 정도로 대북정책의 적법성, 투명성을 강조하신 바 있습니다. 그때 말씀하신 원칙 그대로라면 지금 직접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셋째, ‘3밀’ 위주의 대북한 짝사랑과 저자세에 벗어나기 바랍니다. 그래야 진정한 상호호혜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지난 4년간 이 정부의 대북정책은 밀실에서 수립, 북한 정권에는 밀착, 그리고 이번 북한 원전 추진 문건에서 드러나듯이 국민에게는 비밀인 ‘3밀’ 정책이었습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밀집, 밀접하면 코로나19에 쉽게 감염될 수 있듯이, 남북관계의 특수성만 강조해서 밀실, 밀착, 비밀의 ‘3밀’을 버리지 못하면 반드시 사달이 나게 되어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보편적 기준과 규범에 입각해서 북한 비핵화와 남북협력 정책을 추진해야, 국제사회의 지지와 북한의 변화를 함께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청와대가 야당의 정당한 문제 제기와 비판에 대해 법적 조치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졸렬합니다. 그만큼 뒤가 구리고 도둑이 제 발 저려하는 모습입니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야당의 주장을 반박할 게 아니라 국민을 속이고 국제사회를 기만한 의혹에 대해 진실을 밝히는 것, 그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이고 도리입니다. 지금 온 국민과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지켜보고 있음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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