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가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논란'에 대한 입장을 내어놓았다. 산업부 보도자료는 "향후 남북경협이 활성화될 경우를 대비하여" 검토한 아이디어라고 해명하고 있다. 또한 산업부가 만든 내부자료는 미·북간 비핵화협상이 진전되면 추진 가능하다는 판단을 토대로 작성된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
산업부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북한 원전 건설에 적용될 국제규범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전혀 없는 것 같다. 이 문제에 관한 논란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 사항을 간략히 정리하면 이렇다.
1. 북한 원전 건설은 유엔안보리와 미국의 대북제재가 해제되는 것만으로는 국제법상 불가능하다.
2. 원전건설을 포함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대북 협력은 북한이 핵폐기를 완료한 후 NPT에 복귀하고 IAEA전면사찰을 받을 때만 가능하다. 이는 NPT III조 2항과 이의 이행을 위해 설립된 NSG(Nuclear Suppliers Group)의 지침과 통제 리스트에 명시되어 있고 이는 모든 NSG회원국들의 국내법과 수출통제체제에 반영되어있다.
3. 북한이 NPT에 복귀하는 것은 핵폐기가 완료되기 전에는 불가능하다. 핵무기를 한 개라도 보유한 상태에서는 비핵국(Non-Nuclear Weapon State)으로 NPT에 복귀할 자격이 없다.
4. 북한이 핵폐기를 완료하고 NPT에 복귀하더라도 '한국형 경수로'를 우리정부의 독자적 결정만으로 북한에 건설해 줄 수 없다. 미국의 원천기술과 라이선스가 포함된 품목의 대북 이전에는 미국의 동의가 필요한데 미·북 원자력협력협정이 체결되기 전에는 미국이 동의해 줄 수가 없다. 북한이 미국의 원천기술로 건설된 원전을 비평화적 목적에 전용하지 않는다는 법적의무를 협정형태로 수용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절차는 UAE에 원전을 건설할 때도 거친 것이고 어느 나라에 원전을 수출하든 필수적으로 거치는 법적 요건이다.
이러한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는 전제하에 북한비핵화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원전건설을 검토한 것이라면 호들갑을 떨 일은 못된다. 다만 문 대통령이 아니라 차기 대통령 임기 중에도 일어날 가망이 없는 일을 산업부가 멀리내다보고 검토한 것이 신기할 뿐이다.
북한도 잘 알고 있는 이러한 법적 제도적 규범을 산업부가 모르고 검토한 것이라면 그 무지의 수준에 경악할 일이다.
북한 원전 건설은 국제법을 위반하여 극비리에 추진할 수가 없고 미국과 공모를 해도 핵폐기 이전에는 불가능한 것인데 산업부는 왜 그간 숨겨오다가 감사원의 감사를 앞두고 관련 파일을 삭제했을까? 추측의 영역에 속하는 일이지만 북한 원전 건설을 추진한 비밀이 탄로나는 것보다는 문재인정부가 추진해온 탈원전 정책의 명분과 정당성을 부정하는 증거를 인멸하려는 시도였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북한 원전 건설은 비핵화완료 이후 남북 에너지협력 차원에서 실무적으로 검토해 본 것이라고 둘러댈 수 있지만 탈원전정책의 명분은 치명적 타격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