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소명(疏明)을 한번 비웃고 말 것인가

문제를 문제로 여기지 않게 되는 것, 이런 게 바로 국기 문란이고 민주주의의 타락입니다. 문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논란에서 가장 마뜩치 않은 것은 ‘공직자의 설명되지 않은 소득원’이라는 중대한 문제가 희화된다는 것입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사는 사람이 자신의 재산과 지출을 소명하지 못하는 것은 그동안 뇌물로 생활했을 중대 범죄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뇌물을 주고받은 구체적 증거를 잡지 못했으니 처벌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고위 공직자 후보자가, 그것도 각종 뇌물의 대상이 되기 쉬운 국회의원이 ‘때 되면 해외여행을 다녔고 딸은 조기유학시켰으며 통장은 46개다. 그러나 월 60만 원으로 세 식구가 먹고 살았다’는 것을 소명이랍시고 내놓는 것은 막나가자는 것과 같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국민들도 이제 이런 소명을 한번 비웃고 말뿐이라는 것입니다. 후보자 본인이 ‘이게 뭐 대수냐, 범법의 증거가 있냐, 그냥 같이 웃고 치우자’는 태도로 당당하니 보는 이들이 헷갈리기도 하거니와, 어차피 장관으로 임명될 것이 뻔하니 굳이 분노하는 게 귀찮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문제로 여기지 않게 되는 것, 이런 게 바로 국기 문란이고 민주주의의 타락입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고위공직자의 임명 기준과 원칙 자체를 무너뜨리고 희화시키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고질병이 됐습니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청문채택 보고서를 강행한 것을 모두 합해 30번인데, 문재인 정부는 이미 27번입니다. 보는 사람이 낯이 뜨거운데도, 이 정부는 ‘상관없다, 얼마 안 남은 임기 동안 우리 사람 챙기려면 너무 바쁘다’는 태도입니다.

좋습니다. 이 마당에 황희 의원을 굳이 또 장관으로 임명하신다면 막을 길은 없지요. 단, 장관 임기 동안 그 댁 가계부를 매월 세세히 공개해 주십시오. 최고급의 소비지출을 월 60만원으로 막는 신공을 국민이 믿을 수 없다는 데 대통령께서는 신뢰한다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출처가 불분명한 돈으로 살면서 쓸 것은 다 쓴 공직자’를 우리 편이라 장관 임명했다는 의혹을 사후적으로라도 푸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황희 의원님, 의원님도 60만 원으로 생활하는 것에 아주 익숙하실 테니 기꺼이 가계부 공개를 약속하실 것으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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