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제도 막기 어려운 말기 증세

천군만마 같던 ‘대깨문’도 흩어지고, 문재인 혼자 지는 해를 보며 장탄식할 날이, 대문 밖 저 앞에서 중얼거리며 오고 있다. <말기증세가 찾아드니 이런 짓까지 하누나>

“도둑이 달릴까 했더니 우뚝 선다”는 속담이 있다. 잘못한 자가 도리어 기세등등 따지고 들 때 쓰인다. 검찰이 월성원전 문제를 수사하고 있으니 문 정권은 오금이 저릴 것이다. 게다가 김은경이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되니 검찰의 칼끝이 목에라도 닿은 듯 두려울 것이다. 그래선지 청와대가 성을 벌컥 내었다. 원전 수사는 납득하지 못하겠다 했고, 김은경 구속에는 블랙리스트가 없다며 따진 것이다. 쫓기던 생쥐가 고양이를 향해 돌아선 꼴이다.

일이 이쯤 되면 비록 철면피한이더라도 “일의 추이를 지켜보겠다” 정도의 논평을 내고 목소리를 낮춘다. 그러나 청와대는 도리어 “월성원전 1호기 폐쇄가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억지를 부렸다. 사법적 판단이 될지 안 될지는 잠시만 있으면 검찰이 공소장을 손에 들고 흔들어 보여줄 것이다. 또 청와대는 검찰 수사를 비판하기도 했다 한다. 저지른 잘못이 없고 검찰 수사에 자신이 있으면 어디 한번 까보자 할 텐데 도리어 수사를 비판했다. 이는 일종의 압력으로 사법 방해가 아닐까. 죄에 죄를 보태는 어리석음 같아 보인다.

청와대는 또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실형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에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법원이 유죄 선고를 했음에도 딴소리를 했다. 이미 택시는 ‘유죄’를 남기고 떠났다. 그런데도 이제야 손을 들었다. 곧 있을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기 위해 법원을 겁박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면 검찰 입장에서도 유죄를 받아내려 더욱더 애쓰겠거니와 법원으로 하여금 정권에 꿇리지 않고 판결할 수 있도록 법원 몫의 노력도 해 줄 것이다. 김은경이 유죄가 되자 담당 검사가 울었다고 하지 않는가.

문 정권이 설사 쇠가죽을 뒤집어썼다 할진대, 이렇게 나오면 도리어 역효과만 맞음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거칠게 나온 것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에 SOS를 친 것이다. 공수처가 서둘러 조직을 정비하고 사건을 이첩받아라 눈을 꿈뻑인 것이다. 그러나 공수처가 이첩받더라도 과연 문 정권 뜻대로 움직여줄까? 일은 사람이 꾸민다(謀事在人), 그러나 승패는 하늘에 달렸다(成事在天). 문 정권의 의혹과 비리는 이미 차고 넘치는 데다 내리막길 절벽 앞에 선 권력이다. 이 권력을 위해 자존심도, 명예도, 고결성도. 절조도 다 버리고 문 정권의 호위무사가 돼 줄까? 문 정권 아래서는 공수처 설립이 비록 합헌 판결을 받았지만 그 판결이 천년만년 가지는 않는다. 정권이 바뀌면 또다시 위헌심판 제청을 할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마땅히 부끄러운 일에 도리어 성을 낸 것은 가만히 보고 있는 국민을 사람으로 쳐주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말기 증세이다. 종말은 시시각각으로 다가오고, 비리는 짝을 이뤄 불거진다. 이때는 비록 진시황제라 할지라도 능히 막지 못한다. 그러니 더욱 惡手만 두게 된다. 말기증세와 악수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악순환하다가 막을 내리고 마는 것이다. 천군만마 같아 보이던 ‘대깨문’은 파편이 되어 낱낱이 흩어지고 문재인 혼자서 지는 해를 보며 장탄식할 날이, 대문 밖 저 앞에서 중얼거리며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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