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100만 원을 더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곳

공적 재원 사용의 기본원칙인 투명성과 보편적 접근성이 무시되는 것은 어떤 논리로도 합리화되기 어렵습니다. <세금 100만 원으로 많은 걸 할 수 있지만, 무엇이 제일 절실한지가 중요>

서울시의회 보고서의 내용을 인용해 전 시장의 ‘마을생태계사업’을 비판한 조선일보 기사를 오마이뉴스 기사가 다시 비판했습니다. 두 기사 모두 아주 중요한 논점을 담고 있습니다. 지원금 100만 원을 받아 이웃과 뜨개질과 우쿨렐레 등을 같이 하면서 공동체를 느낄 수 있었다는 망우동 주민의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근대화와 산업화를 거치면서 국가와 개인 간의 완충을 하는 시민사회의 존재가 아직 약합니다.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는 허약한 시민사회를 압도하는 국가주의와 과도한 개인지상주의의 결합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시장경제가 불가피하게 가지는 폭력적인 얼굴을 다듬고, 그 안에서 사람의 얼굴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지역공동체 안에서 개인이 쉴 곳을 찾고 이웃과 무언가를 함께 도모하는 능동적 기회들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자발성이 생명인 시민사회가 정부 지원에 의지하는 게 말이 되냐는 비판도 중요합니다. 공동체를 느끼고 싶은 자발적인 마음들이 모여 스스로의 노력으로 주변을 바꿔나가는 게 바른 방식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소득수준에 비해 우리의 지역공동체가 너무 약하니 공적재원을 마중물로 단기간 투입하는 것은 검토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사업이 어떻게 운영됐는지가 이번에 알려지면서 많은 시민들이 세금이 이렇게 쓰여 왔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이것은 이 돈이 아는 사람만 챙겨갈 수 있는 성격이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공적 재원 사용의 기본원칙인 투명성과 보편적 접근성이 무시되는 것은 어떤 논리로도 합리화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세금지출의 우선순위는 혜택을 받은 사람끼리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마이뉴스 기사의 제목은 ‘100만 원으로 넌 무엇을 할 수 있니?’입니다. 시민의 세금 100만 원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 이 사업이었다는 자신감입니다. 과연 그 점에 서울시민 대다수가 동의할까요? 서울에는 전국에서 기회를 찾아 모여들었지만 성공하지 못한 취약층, 그리고 고령빈곤층도 많습니다. 이들을 돌보는 것은 서울 같은 대도시의 숙명입니다. 저는 100만 원을 더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곳이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런 이견들은 넓게 펼쳐놓고 함께 얘기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그 점에서 저는 두신문의 진지한 기사를 높이 평가합니다. 빈곤층을 돌보는 게 우선인지, 중산층의 취미생활과 지역공동체 활성화가 우선인지, 극소수의 시민만 챙겨가는 구조였다면 이를 어떻게 고칠 것인지 등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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