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도 자기가 양돈장을 현지 지도하면 피곤해지는 건 간부들이 아니라 자기를 따라다니는 돼지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허탈감을 느꼈다.
북한 김정은이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북한에서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커다란 위기를 조성하는 중대사건’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김정은의 모습을 보면 대단히 흥분되고 격앙되어 있다. 김정은이 언급한 ‘중대사건’의 의미에 대해 방역망이 뚫려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는지 아니면 북한의 현 경제적 어려움의 책임을 간부들에게 돌려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내부 기강잡기용인지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아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정짓기는 어렵다. 그러나 노동신문에 나온 보도자료 등을 보면 방역 장기화에 따른 식량난 대비과정에서 허위 보고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는지 유추해 볼 수 있다.
김정은이 회의 서두에서 당 전원회의가 있은 지 얼마 안 되어 다시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거론하면서 국가비상방역전의 장기화의 요구에 따른 결정집행을 태공했다고 질타한 것을 보면 필경 10일 전에 있는 당 전원회의 결정 집행과 관련된 사건이라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 시점에서 10일 전에 있었던 당 전원회의 결정 내용들을 되돌아본다면 김정은이 제일 방점을 둔 결정이 ‘인민 생활 안정’과 관련된 ‘특별명령서’ 발령이다. 인민 생활과 관련된 문제라면 당 전원회의 결정으로 처리할 수 있었는데 ‘특별명령서’를 발령했다면 이것은 군 통수권자인 ‘최고사령관의 명령’을 의미한다. 군 통수권자의 명령으로 단기간 내에 주민들의 생활안전에 기여할 수 있는 재량 중 제일 쉬운 것이 전략미(군량미)를 풀어 주민 식량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김정은도 지난 기간 이런 방식을 여러 차례 썼다. 그래서 주민들도 보릿고개가 오면 군량미 창고를 열어주기를 고대한다.
10여 일 전에 있는 당 전원회의 특별명령서가 군량미로 일단 부족한 식량을 메우는 것이라면 10여 일이 지난 지금쯤 북한 가정들에 군량미가 배급미로 들어갔을 것이고 거리들에는 ‘사랑의 배급쌀’을 싣고 달리는 군 차량들이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김정은에게 보고된 양만큼의 군량미가 실지 창고에 없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예전 같으면 군량미 창고에 상부에 보고된 양보다 적은 식량이 보관되어 있다면 급히 중국에서 수입하여 김정은의 명령은 일단 집행하고 가을에 가서 채워 넣으면 되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은 북중 국경이 막혀 있어 돌려막을 방법이 없었을 것이고 결국 이실직고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김정은이 지금까지 자기가 허위 보고에 속히웠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알아차렸다면 과히 노발대발 흥분할 만한 사건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쯤은 북한 간부 누구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김정은이 양돈장이나 양어장 방문 시 거기에 꽉 차있는 돼지나 물고기들을 보면서 대단히 만족하여 주민들에게 풀라고 지시하는 모습들이 북한 언론에 자주 나오는데 북한 사람이라면 주변 양돈장이나 양어장에서 날라다 채워놓았다는 사실쯤은 다 알고 있다.
김정일 때 김정일도 자기가 양돈장을 현지 지도하면 피곤해지는 건 간부들이 아니라 자기를 따라다니는 돼지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허탈감을 느꼈다. 가령 김정은이 북한군 모 부대에 긴급 기동훈련 명령을 발령하면 명령받은 부대들 지휘관들이 주변 농장이나 기업소들에서 기름을 빌려 명령을 일단 집행하고 후에 다시 갚아주고 있는 현실은 북한 간부들은 다 알고 있다. 북한군 부대들의 기름탱크들을 우에서 불의에 검열하면 많은 양을 미리 빼먹어 정상적인 기동훈련도 보장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비밀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에서 코로나 방역망이 뚫여 확진자가 나왔다면 의료체계가 취약한 북한이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북한은 의료체계가 취약하므로 확진자가 나왔다면 그 지역 자체를 완전봉쇄하여 초기에 차단하는 북한식 방역시스템을 발동한다. 그러므로 확진자가 나와도 절대로 큰 위기로 번져지지 않는다.
이번 전원회의 보도자료를 보면 문책 인사의 폭이 2013년 12월 장성택 숙청 후 최대폭이다. 김정은이 이번 문책 인사가 앞으로 ‘전당적인 집중투쟁, 련속투쟁의 서막’이라고 했고 앞으로 당적, 법적 검토조사가 진행된다고 했으니 더 많은 간부가 대거 문책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북한 권력구조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 자리를 메울 5060세대 간부인력은 얼마든지 있다. 지금 북한의 5060세대는 북한의 복지시스템의 피크시절을 경험한 세대로서 체제 자체는 흔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20년 후 북한 간부 인력을 지금의 2030세대가 메울 수밖에 없는 ‘생리적인 변화’가 온다면 사정은 달라질 것이다. 향후 20년 후를 대비해야 할 이유이다.
2021년 7월 1일 국민의 힘 국회의원 태영호
김정은이 언급한 중대사건, 군량미 허위 보고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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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7-01, 10: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