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애쓴 여가부에는 죄송하지만 지금은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인정하고 바로끼울 때입니다
여가부 폐지론이 불붙은 듯해서 매우 반갑습니다. 국회에 있을 때 저는 남녀 평등문제가 타 부처에서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는 문제, 청소년 복지가 여가부로 가서 실종되는 문제를 제기하며 여가부 폐지를 주장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다들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었지요. 지금이라도 이슈가 되어 다행입니다. 다만 반페미(여성혐오)적 포퓰리즘 아니라 운운하기 이전에 여가부가 주장하는 남녀평등과 취약계층 지원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여가부가 걸림돌이 되므로 폐지하자는 거죠. 애초에 일을 제대로 해내는 것보다 장관 차관 자리 만드는 것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진행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안할 수 없습니다.
그동안 애쓴 여가부의 수고는 인정하나 그렇다고 잘못 끼워진 단추를 그냥 두고 갈 순 없지 않겠습니까? 바로 끼워서 제대로 굴러가도록 하는 것이 국민들과 본래 여가부의 역할에 많은 기대를 한 분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 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1. 여가부가 '남녀 평등을 실질적으로 실현할 만한 구조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통령직속 위원회로 변경하고,
2. '취약계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 찔끔찔끔 생색내기 식으로 취약 계층을 지원하고 있는 여가부를 폐지하고 각 부문별로 관련 부서에서 실질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업무 분장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여가부에서는 자신들이 취약 계층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하지만 그들의 선의에도 불과하고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며, 오히려 여가부가 (그 부처의 존속을 위해서인지) 각 업무를 다 찢어서 예산이나 업무범위도 찔끔찔끔 갖고 와 집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취약계층 지원조차도 잘 안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더이상 여가부의 존속을 위해 취약계층 업무를 희생시켜서는 안되고 실질적인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부서에서 제대로 지원해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취약 계층지원을 하는 게 아니라 실종시키는 부서가 되었다는 자조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하필 청소년 복지나 다문화가정이나 그 대상인 청소년, 다문화 모두가 정치적으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취약층이다 보니 여가부로 가게 된 게 아닌가 하는 말도 나올 정도입니다. 얼마나 서글픈 얘기입니까?
본래 행정부처의 역할 분담은 집행업무의 내용에 따라 구분되어야 합니다. 예컨대 기재부, 산자부, 행안부와 보건복지부 등…그런데 여가부는 집행업무의 실질적 구체적 내용의 구분이 아니라 집행업무의 대상(여성이냐 가족이냐)에 따라 구분함로써 사실상 다른 부처의 업무와 성격상 중복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녀평등문제가 워낙 증요하기 때문에 여가부에서 다루겠다”가 되려면 다른 부처에서 다룰 때보다 예산이나 인력면에서 훨씬 더 강력한 집행이 가능하고 종합적인 가이드가 가능해야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여가부는 대선의 전리품 나눠먹기로 전락해 바렸습니다. 따라서 남녀 평등이라는 본래의 취지조차 살리지 못하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 야심있는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기피부서가 되고 있습니다.
시대가 많이 달라져서 과거와 달리 군대 문제처럼 여성차별보다 남성의 역차별이 이슈가 되는 경우도 많이졌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경제력, 세대, 지방에 따라 여성비하적 전근대적 문화가 잔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런 의식문화의 개혁을 위해서라도 여가부처럼 주변적 집행부처가 아닌 대통령직속 위원회로 두고 일을 해나가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입니다. 여가부를 폐지할 경우, 현재 여가부가 다루고 있는 구체적 업무 분장별 해결방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양성평등: 우선 현 시대의 과제는 여성 차별 해소에 국한되지 않고 남녀 차별 해소가 과제이므로 용어도 여성이 아니라 양성평등으로 변경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양성평등의 문제는 특정부문에 국한된 행정 집행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전략과 방향이 결정되고 행정 집행시 전 영역에 걸쳐 포괄적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고 전달되어 준수되도록 해야 할 문제입니다. 따라서 일개 행정부처의 장 수준이 아니라 대통령 직속권한으로 각 부처를 지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여가부를 폐지하고 대통령직속 양성평등위원회를 두고 각 부처마다 장관 직속으로 양성평등담당을 둬서 관리를 하도록 하면 될 것입니다. 지금의 여가부는 발언권도 예산도 매우 주변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어 대통령직속 양성평등 위원회를 두는 것이 오히려 양성평등을 촉진할 걸로 기대합니다.
2. 청소년복지: 청소년기에 있는 아이들은 주로 교육부에서 담당하고 복지업무는 보건복지부에서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복지가 여가부 업무가 되어 청소년복지가 학교교육과정과 교육시설, 지역아동센터와 복지관 등 지역복지시설과 연계되어 시행되지 못하고 유명무실해지고 있는 실정임. 여가부의 빈약한 예산과 인력으로 현실적으로 청소년복지를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불가능함. 특히 학교교육 과정과 방과후 지역복지시설과 분리하여 시행될 수 있겠는가? 오히려 여가부가 아니라 청소년복지 예산이나 인력을 적절히 교육부와 복지부로 분산배치하고 제대로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입니다.
3. 다문화가정: 남녀평등, 청소년복지와 마찬가지입니다. 다문화가정의 문제는 다문화가정의 자녀교육, 가정폭력, 일자리, 문화적응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성격상 큰 정책의 방향은 다문화가정지원위원회를 국무총리 직속으로 두고 국무조정실에서 각 부처별 업무를 조정, 각 분야별 관련 부처와 기초자치단체에서 지원하도록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여가부에서 지원한다고 해도 제대로 다 지원하기 어렵기 때문에 예산의 지원이 편중되어 일회성 행사 중심으로 형식적으로 흐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개선이 시급합니다.
4. 성폭력 가정폭력: 여가부보다 법무부 등 업무 관련성이 더 큰 곳에서 담당하는 것이 맞습니다. 성폭력 가정폭력 사건의 예방정책 수립, 원활한 수사, 피해자 보호절차 등을 위해서도 행안부나 법무부의 인프라를 같이 활용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겁니다.
남녀 평등·취약계층 지원 제대로 하기 위해 여가부 폐지해야
- 이언주(前 국회의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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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7-08, 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