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식 파괴정치' 아닌 '보완의 정치'를 해야

원인은 제도가 아니라, 운용에 있다. 대통령은 수준 미달자를 장관으로 기용하고, 장관은 대통령과 여당의 심기를 살피다 보니 제도 자체가 잘못인 듯한 착시가 생긴 것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권력형 성폭력'으로 치러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여성가족부 장관은 "국민 전체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집단학습을 할 기회”라고 밝혔다.

여당 소속 단체장들의 권력형 성범죄로, 안 써도 될 혈세를 838억 원이나 들여 유례없는 부끄러운 선거를 치르게 됐는데도 '집단학습 기회'를 운운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여성가족부 장관은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사건은 권력형 성범죄 아니냐’는 질문에도 답변을 거부했다. 박원순 전 시장 사건 당시 여성가족부는 한참 뒤 입장문을 내면서도 피해자를 ‘피해 고소인’이라고 칭했다.

여성가족부 자체,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여성가족부의 기능에 대해선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돼 왔다. 그러나, 많은 제도가 그렇듯 문제의 원인은 제도가 아니라, 운용에 있다. 대통령은 수준 미달자를 장관으로 기용하고, 장관은 대통령과 여당의 심기를 살피다 보니 제도 자체가 잘못인 듯한 착시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야 한다. 제도가 잘못이라면서 다른 제도 운운하는 것은 친문세력 장기가 아닌가. 검찰만 해도 운용이 관건이다. 검찰 제도 자체가 잘못인 양 검찰을 무력화하면서 공수처라는 이름의 '정권보위부'를 현재 집권세력이 밀어붙인 결과는 어떠한가.

고민정 의원 같은 여당 핵심 인사들이 권력형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 부르자며 사실상 '2차 가해'를 주도했는데, 여성가족부 장관과 여성가족부에 소신을 발휘하길 기대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20·30대 남성들이 토로하는 불평등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또, 남성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하는 영역은 당연히 존재한다. 가령, 여성의 인권이 낮은 중동 일부 국가 등에서 여성 외교관이 남성 외교관과 똑같이 일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나.

승진, 임금, 육아 등에 있어 남녀 차이가 여전히 큰 부분도 여전히 있다. 제도적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양성평등'을 전담하는 장관급 부처나 조직을 둔 나라가 유엔 회원국 중 90여 개나 되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여성가족부를 양성평등부 등으로 이름을 바꾸고, 기능과 역할을 재조정하자고 어제 제안한 것은 이런 점을 감안한 것이다.

우리 시대 최고의 혁신은 '정권교체'이다. 그러나, 본말을 전도시키는 '문재인식 정권교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일부 문제가 있다고 자체를 부정하는 '문재인식 파괴정치'가 아니라, 문제점을 시대에 맞게 개선하는 '보완의 정치'를 해야 한다.
국정운영에 있어서도 '문재인식 파괴정치', 분열의 정치, 시사건건 편가르기 정치를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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