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저팔계 외교술’ 아들대에도 먹히나

北은 대화로, 南은 선거로, 美는 중국으로…결국 북핵은 누가 해결하나. 김정은이 6·25 전쟁 정전협정 체결 기념일 (북한에서는 전승절이라 함) 68주년인 27일 연설에서 지난해와는 달리 자위적 핵 억제력 강화와 ‘피눈물 삼키며 돌아서야 했던’ ‘낙동강의 恨’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보건 위기와 장기봉쇄가 전쟁 못지않은 시련’임을 인정했다.

한편 북한은 ‘전승절’ 경축 분위기를 고려한 듯 남북 통신선 복원 소식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대외용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만 조용히 보도했다. 김정은이 7·27 연설에서 당연히 격하게 언급했어야 할 핵 억제력 강화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제부터 점차 대화를 향해 몸을 풀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2019년 하노이 미북회담이 결렬된 후 냉각기에 들어섰던 남북관계가 2년 반 만에 다시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훈풍이 과연 누구에게 이로울지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내년 3월까지 한국에서는 대선 열기가 과열 상승선을 그을 것이다. 대선 기간 남북정상회담이나 남북 대화 이벤트가 어느 정치 세력에게 이로울지는 자명하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 간 친서에서 정상회담은 논의한 바 없다면서도 내년을 앞두고 대선 판세에 변수로 작용할 남북정상회담은 피하겠다는 확답은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이 대선이라는 우리의 정치 일정을 지렛대로 식량이나 코로나백신 지원을 요구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통해 제재를 돌파하고 핵 보유국 지위를 굳혀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지금 미국의 관심은 중국에 쏠려있다. 최근에는 북핵 문제에 대한 언급도 줄어들고 있다. 북한은 대화를 통해 실리를 챙기고 정부와 여당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남북 카드를 활용하고 미국은 중국에 집중하고, 그러면 북핵 문제는 누가 해결할 것인가.

지금 정부와 여당은 북핵이 더 증강된 현실 앞에서도 연내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과 종전선언 촉구 국회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어쩌면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의 ‘저팔계 외교술’을 저리도 잘 활용할까. 김정일은 냉전체제 붕괴 후 ‘자기 잇속만 챙길 수 있다면 적에게도 추파를 던지고 외유내강으로 적을 속여 넘기라’는 ‘저팔계 외교론’을 제시하고 미북 제네바 핵 합의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수십만 톤의 식량과 중유를 받아 위기를 넘겼다. 아버지의 ‘저팔계 외교’가 아들대에도 먹힌다고 생각하니 기가 막힌다.

2021년 7월 28일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