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도사(2)
지리산 도사(2)
지리산에서 오랫동안 참선 수행을 한 도사라고 불리는 구 선배를 알고 그와 카톡을 했다. 그는 산 속에서 카톡을 통해 세상과 통하는 사람 같았다. 지리산 위의 하얀 구름이 흘러가는 파란 하늘과 붉은 꽃이 어우러진 사진을 보내주기도 하고 그의 깨달음을 전해 주기도 했다. 그의 깨달음과 기독교적인 나의 믿음을 격의 없이 얘기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카톡이 왔다.
‘내면의 마음 속 상황을 그때그때 알아차리는 일이 중요하오. 자기가 어떤 생각이나 감정에 빠져 있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혹은 알아차리면서 지내는 것이지. 알아차림이 관건이자 열쇠요. 생각이나 감정들은 모두 일시적으로 지나가는 것일 뿐 인간의 지속적 본질은 아니요. 생각이 나가 아니고 감정도 나가 아니오. 만약 내가 감정이나 생각이라면 그 생각과 감정이 지나간 후에도 함께 사라지지 않고 버젓이 남아있는 나는 무엇이란 말인가? 나의 본질은 따로 있는 거요. 그 본질이 진짜배기 나라고 할 수 있지.’
생각하는 내가 있고 그 생각을 바라보는 내가 있다는 소리였다. 분노하는 내가 있고 그 분노를 바라보는 내가 또 있다는 소리였다. 성경은 인간이 영과 혼과 몸의 셋으로 구분되어 있다고 한다. 생각과 감정은 혼의 영역이라고 했다. 그리고 영은 하나님을 감지한다고 했다. 인간의 본질인 영이 혼에게 명령을 내리면 혼은 몸에 그 집행을 지시하는 구조라고 했다. 내가 도사에게 카톡으로 물었다.
‘감정이나 생각을 바라보는 그 본질이 영이 아닌가요? 이성을 초월한 진짜의 나’
인도의 철학자 마하리쉬는 내면의 흰 스크린에는 수많은 생각이나 감정이 비추어진다고 했다. 화면에 비치는 생각이나 감정이 본체가 아니라 하얀 스크린 자체가 인간의 본질이라고 했다. 나는 그 스크린이 영과 흡사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다.
‘가까이 갔네’
도사의 카톡 대답이다. 그가 계속했다.
‘말똥말똥 자기의 생각 감정을 알아차리며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 의식 모든 것이 일어나는 바탕 모든 것이 소멸하는 귀일처 한 생각 일어나고 한 생각 사라지는 지점 우리들은 내면이 일층만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알지 그런데 이층이 있소. 그 이층으로 올라가면 이름 지을 수 없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놈이 존재하고 있지.'
그의 말에 대해 나는 이렇게 되물었다.
‘혹시 그 일층인 두뇌에는 이성과 생각이 살고 지하층인 몸에는 성욕 식욕 권력욕 같은 욕망이 살고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이층에는 영이 살고 있는 건 아닌가요?’
‘내면의 말똥말똥 생생한 그놈. 그놈이 걸친 임시 옷이 육신. 그놈과 육신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호흡’
나는 갑자기 궁금해지는 게 있었다.
‘그 놈이 옷을 벗은 후에는 어디로 갑니까?’
예수는 미래의 세계와 천국을 얘기했다. 인간이 죽으면 천사같은 새로운 옷을 입고 영적인 존재가 된다고 했다. 불교는 윤회를 얘기했다. 초기 기독교에서도 윤회를 얘기하는 일파가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기독교를 믿는 정신의학자 구스타프 융도 자기는 기독교도 이지만 윤회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알 수 없는 게 너무 많았다. 성경을 보면 광야의 세례요한은 누구의 환생이냐고 묻는 부분도 나온다. 예수는 엘리야의 환생이라는 대답을 해 주고 궁극적인 것은 인간이 영적 존재가 되어 사는 다른 세상을 알려주고 있었다. 부처도 인간이 윤회를 벗어나는 걸 사람들에게 알려줬다. 도사는 인간이 몸이라는 옷을 벗은 후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대답하지 않고 이렇게 대답했다.
‘머리로 헤아리지 말고 직접 참선해 보시오. 내가 백날 떠들어봤자 소용없소. 스스로 발품 팔아서 찾아내야 의미가 있는 것이오. 가장 지도하기 어려운 사람이 당신 같은 사람이오. 머리좋은 사람. 자작극을 잘 만들어내니까. 에고가 가장 다루기 쉬운 사람은 머리 좋고 잡생각 잘 일으키는 사람이오.’
그는 죽비로 나를 한 대 내리치고 있었다. 깨달으라고. 나는 그의 내면 이층에 사는 그놈이 내리치는 것인지 아니면 일층에 사는 다른 놈이 나에게 말하는 것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성령이 나의 영에게 와서 가르쳐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른다.
'생각하는 내가 있고 그 생각을 바라보는 내가 있다'
- 엄상익(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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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8-03, 17: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