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구두 장인(匠人) "손님의 발을 보면 수명을 안다"

"최고재벌인 삼성家의 이건희 회장님도 제 생각에는 걷지 못해 죽었어요" 지하철 성수역 이번 출구로 나왔다. 백색의 태양빛이 옆으로 난 작은 골목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구두 장인들이 모여있는 수제화 거리였다. 파도치는 바닷가 바위에 붙어있는 따개비처럼 외국 제품이나 대량생산의 물결에도 웅크리고 살아가는 그들이 대단한 것 같다.

낮은 차양이 쳐져 있는 첫 번째 가게에 들어갔다.‘아빠는 구두장이’라고 소개된 집이었다. 열 평 정도의 좁은 공간 한쪽 구석이 공방이고 다른 쪽은 장인이 만든 구두들을 진열한 작은 매대가 보였다. 작달막하고 수더분한 인상의 남자가 있었다. 오십 년째 구두를 만들어왔다는 장인(匠人)이었다. 그가 바닥에 내미는 종이 위에 발을 올려놓고 칫수를 잰 후 그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를 보면서 내 어린 시절 동네 구두방의 비슷한 남자아이가 뇌리에 떠올랐다. 구두를 만들던 그 아이와 오십대쯤에 우연히 만난 적이 있었다. 그는 구두방을 오래 전에 때려치우고 비닐하우스에서 부추를 키워 식당에 납품한다고 했다. 구두를 공장에서 대량생산하고 밑창을 꿰매는 게 아니라 본드로 붙이기 때문에 예전 기술로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고 했다. 납득이 갔다. 나의 어머니는 작고 영세한 편물점을 했었다. 그러나 기계화된 대량생산의 니트웨어의 물결에 가게를 계속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아직까지 살아남았어요?”
내가 물었다.

“저는 혼자서 구두를 수선할 수도 있고 구두 전체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구두는 깔창 부분과 그 위에 얹히는 부분으로 나뉘어 있고 기술자가 나뉘어지거든요. 혼자서 다 못만들어요. 저는 구두 전체를 다 만들 수 있는 기술자에요. 시장 구석에 작은 박스 하나를 얻어 수선도 하고 구두도 만들면 얼마든지 살아남을 수 있어요. 큰 회사 제품이 이만 원 하면 저는 만 원에 구두를 만들어 줬어요. 그렇게 살아 남았어요. 저는 어려서부터 진짜 구두쟁이가 되고 싶었어요. 그게 목표였어요.”

진지해 보이는 그의 표정에서 뭔가 남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진짜 구두쟁이라는 게 뭐죠?”
나는 그의 직업관을 알고 싶었다. 우리 시절 그 직업은 각광받는 부러워하는 직업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돈을 조금 벌거나 시대의 흐름이 바뀌게 되면 다른 좋은 게 없나를 찾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냥 구두에만 미쳤어요. 구두를 보면서 어떻게 더 편하고 좋은 걸 만들 수 있나만 생각했어요. 저기 보세요. 제가 특허를 등록한 것만 해도 열 개가 넘어요. 구두부품의 특수재료를 개발하기도 하고 편한 신발을 만드는 방법을 고안하기도 했어요.”

선반 위에는 그가 얻은 특허증이 든 사진틀이 여러 개 도열해 있었다. 그는 정말 구두에 미친 사람이 맞았다. 그 아래 오래된 낡은 통기타가 벽에 기대어 있었다. 그의 마음의 여유를 보여주는 표지 같았다.

“평생 수많은 사람들의 발을 보아왔을 텐데 인간의 발이 전해주는 메시지가 있죠?”

글에서 읽은 떠오르는 얘기가 있다. 여러 사람을 모아놓고 그중 인물을 고르기 위해서는 그들이 벗어놓은 신발을 보라는 것이었다. 오랜 시간 그들을 받쳐온 신발의 모습을 보고 사람을 선택하라는 것이었다. 신발이 축축하고 냄새나면 그 사람은 뽑지 말라는 게 적혀있었다. 사람의 발만을 보고 살아온 구두쟁이는 어떤 체험과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사람들의 발을 보면 특히 가장 아래 있는 발바닥들을 보면 그 사람이 걸어온 인생을 정직하게 말해주는 것 같아요. 어떤 손님의 발을 보면 거칠게 살아온 인생이 발바닥에 그대로 찍혀 있어요. 그런데 손님으로 온 그 분과 몇 마디 나누다 보면 말투가 발바닥과는 달리 아주 지성적이고 점잖을 때가 있어요. 그런 분은 발바닥과 현재 사이에 어떤 괴리가 있는 것 같아요. 발을 보면 저는 그 사람이 일찍 죽을지 늦게 죽을지도 느껴져요. 발은 지구를 밟고 평형을 유지하는 기관이잖아요? 그게 균형을 잃거나 뒤틀린 사람은 오래 살지 못하더라구요. 인간이 잘 걷지 못하면 죽게 되어 있나봐요. 최고재벌인 삼성가의 이건희 회장님도 제 생각에는 걷지 못해 죽었어요.”

“구두 장인이 보는 예쁜 발은 어떤 거죠?”
예전부터 여인네들은 발을 예쁘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중국에서는 작은 발을 만들기 위해 전족을 만들기도 했다. 어떤 게 미적으로 예쁜 것인지 그 기준을 알고 싶었다.

“발가락이 뭉개진 발레리나의 발은 예술을 위한 예쁜 발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자기를 아끼지 않고 희생해 온 발들이 있어요. 저는 그게 보이죠. 그 발이 정말 예쁜 발이라고 생각해요.”

그 말은 경지에 도달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한 가지 일에 오십 년을 하면 그 일과 기술을 통해 다른 경지가 보이는 것 같았다.

“본인은 이제 어느 정도 완성된 장인이라고 생각하세요?”
그의 기술적인 경지를 알고 싶어 물었다.

“전에는 모양을 내는 구두를 잘 만드는 게 최고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찾아오는 분, 그만을 위한 개별적인 구두를 만들어요. 손님 개개인을 살펴보고 그 사람의 발에 맞는 걸 만들어야 진짜 구두쟁이라고 생각해요.”

구두 한 벌을 맞추고 정말 많은 걸 배운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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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장만보며 2021-08-12 오후 1:53

    엄선생님글을 좋아하는 독자입니다. 선생님 글에 감히 '토' 를 다는게 마뜩치는 않고,
    송구함을 무릅쓰면서....위글 내용중 중국의 '전족' 은 '예쁨' 을 위함이 아니고,
    대단한 악습이었습니다. 그 시대 남성의 성적만족감을 위함 이었다고 하고,
    5살 미만의 어린소녀때 발을 꽁꽁싸매서 성장을 억제하였기에 소녀들에게는 엄청난 고통이 이었을 것 입니다. 행여 그 시대 그 나라 남성들의 '못된 짓거리'가 '예쁨' 으로 오해될까 하는 노파심에 존경하는 분의 글에 감히 토를 달아봅니다. 죄송합니다.

  • bestkorea 2021-08-11 오후 9:15

    I like his last words. In other words, he takes a closer look at the
    characteristics of each guest and makes the shoes that best fit it.

    Maybe I think he has the wisdom to water the thirsty and to give
    bread to the hungry.

    So I guess he probably knows the one he loves the most.
    And he'll make one of the most beautiful and comfortable shoes
    (love and trust) for the person.

    I don't know who that one is, but I'm sure he/she's around
    the shoe repairman.

    God bless him and his lover.

    Thanks for sharing. Have a nice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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