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생활의 곳곳에 거짓의 지뢰가 매설되어 있었다. 일방적인 말만 듣고 남에게 피해를 준 경우가 많다.
명문 여고와 명문대학을 나온 미모의 여성이 나의 법률사무소를 찾아왔었다. 그녀는 가난 때문에 졸부집 아들과 결혼을 한 것을 한탄하면서 이혼하고 싶다고 했다. 열등감과 콤플렉스가 가득한 남편의 학대가 너무 심하다고 했다. 지방의 삼류대학을 나온 남편은 분할한 재산과 위자료를 안 주기 위해 폭행을 넘어서 자기를 죽이려고까지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구체적으로 그 사실을 제시했다. 육중한 나무문으로 된 차고의 자동문을 지탱하는 볼트를 은밀히 빼놓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녀의 간절한 호소에 분노한 나는 법정에서 그 남편의 비정(非情)을 무지막지하게 공격했다. 내가 생생하게 묘사한 법률서면 속의 그 남편은 거의 싸이코패스 수준이었다. 법원의 판사들에게 감정이 이입된 것 같았다. 변호사인 나의 주장만 있었는데도 법원은 나에게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뒤늦게야 그녀에게 이상한 점이 있는 걸 발견했다. 그녀는 ‘허언증(虛言症)’이 있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거의 다 거짓이었다. 그녀는 남편이 자기를 죽이려고 한 사실을 아들이 잘 알고 있다고 했었다. 남편의 골프백 바닥에 살인의 증거가 들어있는 걸 아들이 안다고 했다. 뒤늦게 확인해 봤다. 아들은 말도 안된다고 하면서 엄마의 망상증세를 얘기해 주었다. 미국 수사드라마의 한 장면을 자신의 것으로 해서 조작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녀가 워낙 확신을 가지고 말하니까 믿을 수밖에 없었다. 집요하게 말하면서 눈물까지 흘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판사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상습적인 소송꾼이기도 했다. 아이의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걸고 남편은 물론 재산이 있는 시아버지 시어머니를 상대로 네 차례나 소송을 했다. 그리고 모두 승소했다.
그녀는 담당 변호사인 내게도 소송을 제기해서 대법원 판사들까지 농락했다. 고운 얼굴에 눈물 연기를 하는 그녀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모두 나를 악덕 변호사로 간주했다. 악마는 더러 그런 모습으로 세상을 농락했다.
나는 그녀의 남편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었다. 변호사라는 직업은 일방적인 말만 듣고 움직이는 것이라 속을 때가 많았다. 속이는 그들에게서 돈을 받으니까 판단이 더 흐려지는지도 모른다.
인기가 절정에 있는 미남 탤런트에게 폭행을 당했다면서 고소를 해달라는 여기자가 있었다. 그녀가 미리 써 온 고소장의 문장도 완벽했고 상해 진단서도 확실했다. 그녀는 기자회견장에 변호사인 내가 입회해 주기를 바랬다. 진실이 확인되기 전에 잘 못 행동하면 연출자의 소품이 될 우려가 있어 입회를 사양했다.
신문에 나온 기자회견을 하는 그녀의 사진 모습은 청순한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사람들이 모두 동정할 것 같았다. 그녀를 변호하는 도중에 이상한 게 발견됐다. 그녀가 취재하려고 갔다가 폭행당했다는 시각에 씨씨티브이가 그녀를 포착한 광경이었다. 그녀는 거울을 보고 씩 웃으면서 립스틱을 다시 바르고 화장을 고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거울 뒤쪽에 숨겨진 카메라가 그 장면을 찍었던 것이다. 나는 바로 그 사건에서 손을 뗐다. 여성의 무서움은 남자들보다 훨씬 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 다른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시사프로그램 진행을 하는 인기사회자가 성폭행했다고 한 여성이 고소를 한 사건이었다. 그 여성은 나의 법률사무소를 찾아와 강간당한 경위를 적나라하게 얘기했다. 인기사회자는 사실 자체를 아예 부인했다. 극과 극이었다. 검사 앞에서 한 사람은 죽은 부모님을 두고 맹세한다고 하면서 자신의 말이 사실이라고 했다. 다른 한 사람은 하나님을 두고 자기는 진실하다고 했다. 검사는 솔로몬의 재판도 아니고 자기가 어떻게 진실을 알 수 있느냐고 했다. 법원도 헷갈리는 것 같았다. 일심은 유죄였고 항소심은 무죄였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 여성을 직접 보고 얘기를 들었던 나도 자신이 없다. 처음에는 그녀의 말이 진실이라고 확신했다. 일심이 끝나고 그 사건에서 손을 뗐었다. 내면 깊숙한 곳에서 어떤 찜찜함이 이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녀가 치밀한 거짓말로 나를 속였을 수도 있다는 직감이었다. 그게 뭔지는 모른다. 변호사 생활의 곳곳에 거짓의 지뢰가 매설되어 있었다. 일방적인 말만 듣고 남에게 피해를 준 경우가 많다. 기회가 되면 사과하고 싶은 사람이 많다.
나는 그녀의 남편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었다
- 엄상익(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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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9-02, 18:04












언제나 삶에 유익하고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오늘 읽은 말씀도 정말 공감이 갑니다.
여자나 남자나 거짓말하고 속이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반드시 진실과 하나님의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변호사님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피해자 분들도 힘을 내어 세상을 이기며 살아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