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의 반(半)인 지방사람들의 분노 간과해선 안돼

일극(一極) 과밀 도시국가 형태의 기형적 국가 모습을 바꾸기 위해 비수도권 소재 기업에 대한 법인세를 차등 적용해야. <이 공약 이재명에게 뺏기지 말았으면…>

내일이 수능일인데 둘째 자식이 시험을 본다. 근데 지원대학이 전부 서울에 있고 지방에 있는 대학에는 단 한 군데도 원서를 넣지 않았다고 한다. 첫째 아이도 지금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데 둘째도 서울로 가면 매달 서울로 원룸 임대료를 비롯한 생활비를 보내주어야 하고 학기마다 등록금도 보내주어야 한다. 지금 한국은 모든 것이 이런 식이다.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예외없이 서울로만 꾸역꾸역 몰려들고 지방에 있는 돈도 따라서 서울로 간다. 사람과 돈이 함께 계속해서 서울로만 모여들고 지방에는 빈 집과 미분양이 쌓여가는데 서울 집값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기만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방 출신들은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하는 순간 ‘지방 사람’이 아니라 ‘서울 사람’이 된다. 졸업 후 취업하고 인생의 경력을 쌓는 곳도 주로 서울이 된다. 편방향(one way) 벨트처럼 지방에서 서울로만 사람과 돈이 흘러가고 서울에서 지방으로의 역류는 일어나지 않는 기형적인 국가가 되었다. 가끔 지방에 발령받으면 본인만 잠깐 지방에서 생활하고 진짜 집과 가족은 모두 서울에 두고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서울에 있는 집은 팔지 않는다. 왜냐하면 서울과 지방 부동산의 가격 상승률이 다르기 때문에 지방 근무를 마치고 다시 서울로 들어가려는 시점이 되면 이미 지방보다 훨씬 더 오른 서울 부동산 가격 때문에 서울 입성(?)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울에 집과 땅을 가진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서울 기득권 세력’이 되어 간다.

이러한 일극 과밀 도시국가 형태의 기형적인 국가 모습을 바꾸기 위해 그동안 많은 시도들이있었다. 지역 할당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세종시 건설은 이미 진쟁중이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서울 지역 대학을 지방으로 옮기자는 의견도 있지만 효과는 둘째치고 실현 가능성이 없는 발상이다.

근데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부산상공회의소, 울산상공회의소, 경남 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비수도권 소재 기업에 대한 법인세를 차등 적용해 달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비수도권 기업 정책 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3개 상의(商議)는 이에 대한 건의문을 공동으로 작성해 청와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련 정부 부처에 보냈고 여야 각 정당에도 20대 대선 공약 채택을 건의했다고 한다. 3개 지역 상의는 “수도권 일극화의 심화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사회·경제적 격차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일자리 격차로 촉발된 20·30대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은 인구 편중화 문제를 가속하고 있어 이를 해소할 특단의 대책으로 비수도권 기업 법인세 차등 적용을 건의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고 한다.

평범한 시민인 내가 생각하기에도 지금 가장 효과적인 수도권 인구집중 완화 대책은 기업의 지방 이전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일자리가 생겨야 지방의 청년인구의 감소를 막을 수 있고, 지역 경제도 살고 지역 대학도 살고 지역 부동산도 살아난다. 서울 기득권자들은 대기업 본사의 사실상 100%가 서울에 모여 있는 현상을 두고 경쟁력 차원에서 이야기하는데 그럼 독일 남부의 지방 도시에 본사를 둔 벤츠나 아이치현에 본사를 둔 도요타 자동차나 대만 타이중에 본사를 둔 자이언트라는 세계적인 바이크 업체는 본사가 수도가 아닌 지방에 있어서 서울에 본사를 둔 한국 업체보다 경쟁력이 떨어지기라도 하는가?

지방 소재 기업에 대해 법인세를 차등 적용하자는 제안은 과거 다른 유력 대선 후보 중 한사람에게서도 나왔었다. 그 사람이 현재는 후보 경선에서 낙마하여 최종 후보군에 들지 못했지만, 서울에서부터의 거리에 비례해 법인세를 낮추어 주겠다는 당시의 공약은 매우 참신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최근 서울 지역 모 대학 교수도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대책으로 세제(稅制)지원을 통한 기업과 인구의 지방 분산을 제안했었다. 그리고 인구론을 전공한 서울대 모 교수도 현재의 수도권 과밀이 저출산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수도권 과밀 해소는 국가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일이라고 했다. 애를 안낳는 이유가 결혼이 늦어지기 때문이고 양육비가 비싼 때문인데 그 주된 원인이 집값 폭등이고 그 집값 폭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인구의 반 이상을 한 지역에 모아놓은 기형적인 국가 형태 때문이다.

부산 사람들은 윤석열이나 이재명을 모두 서울 사람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래도 노무현이나 문재인은 지방에 있는 고등학교를 나오고 부산에서 변호사업을 하며 자식들도 부산에 있는 학교에 다니며 부산에서 성장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에 비하면 윤석열이나 이재명은 본인 자신들부터 지방에서 살아본 적도 없고 자식들도 다 서울에서 키운 전형적인 서울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수도권 과밀과 지방 왜소화에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는 사람들로 인식하고 있다. 그나마 이재명은 지방분권특위라도 만들어 여당 내 대표적인 지방분권론자인 김두관을 그 특위 위원장으로 임명해 수도권 과밀 해소를 위한 정책개발을 약속하는 시늉이라고 하고 있지만 윤석열은 그런 모습조차 아직까지는 전무한 현실이다.

법인세 차등 적용을 통해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기업을 지방으로 내려 보내겠다는 이 공약을 윤석열이 눈에 띄는 대표 공약으로 내걸어 주었으면 한다. 현재 윤석열 후보가 1주택자 보유세도 없애고 양도세도 한시적으로 완화해 주겠다고 해서 서울 집부자들 불로소득을 그대로 인정해 주겠다는 것이냐 하는 반감이 지방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다. 불로소득을 만든 건 문재인인데 엉뚱하게 야당 후보가 불로소득 부자 대변인처럼 비쳐지고 있는 현상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점에 지방 분권을 상징하는 이런 공약마저 이재명에게 뺏기지 말았으면 한다.

여당의 모 선거 전략가가 어차피 투표날에는 자신에게 이익이 될 후보에게 투표할 거라며 이재명의 당선을 자신하던데, 윤석열 후보는 다수의 무주택자들과 서울 아파트값 상승으로부터 소외된 국민들, 그래도 아직 인구의 반을 차지하는 지방 사람들의 분노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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