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우리 세대. 기죽지 마세요

우리 아버지 세대가 일으키고 우리 세대가 뒤에서 밀어 오늘이 있다 오늘이 수능 시험일인 모양이다. 여러 신문마다 가족이 수험생을 포옹하고 격려하는 사진이 실렸다. 우리는 이제 막 선진국 문턱을 넘어 턱걸이 선진국이 되었지만 자식 사랑에는 어는 선진국 못잖은 선진국인 것이다. 눈물 난다.

저런 사진과 기사를 볼 때마다 우리도 저렇게 한번 사랑받고 커왔으면 하는 억울한 생각이 든다. 선생님은 월사금 가져오라 졸라 대지, 부모님은 돈 없다 하지, 아침마다 울면서 학교에 갔다. 선생님은 월사금 안 갖고 오면 학교 오지 말라 하고 부모는 돈 없다 학교 가지 말라 했다. 그래도 꾸역꾸역 학교에 갔다. 장한 의지가 있어서 간 것도 아니다. 학교에 가지 않으면 당장 아이스케키통을 걸머쥐고 장사하러 다녀야 하니까 울면서라도 학교에 가는 게 더 나았기 때문에 갔을 뿐이다.

하루 6교시 수업에 3시간은 수업. 3시간은 근로 시간이었다. 4교시 후 점심시간에 한 학급 78명 중에 도시락을 먹는 아이는 하나 아니면 둘이었다. 개울에 가서 돌을 지고 와 학교 담장 쌓는데 보탰고 모래를 지고 와서는 운동장에 깔았다. 수업 중에도 뒷산에 불이 났다 하면 수업은 그만두고 산에 불 끄러 올라갔다.

지금 세태와 비교하면 억울하고 서럽지만 우리가 저랬기에 지금 세태가 있는 것이라 위로하고 산다. 그 시절. 그 생활이 우리를 강하게 만들었고 이 나라를 위해 예비된 소년이고 청춘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단련된 정신과 팔뚝과 다리로써 우리 아버지 세대를 따라 이 나라를 반듯이 세웠다. 이래 놓고도 우리는 수구꼴통으로 불린다.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식 세대가 그런다.

서양 나라의 주점과 카페 등에는 노인이 벅적대지만 한국의 그런 곳엔 오로지 젊은이뿐이라는 지적이 어제 오늘 있은 것도 아니다. 돈을 버는 부모는 그런 데에 안 가고 부모에게 돈을 타 쓰는 자식만 가는 것이다. 부모는 가난해도 자식은 부자다. 그럼에도 우리네의 자식 사랑은 유별나다. 차라리 지나치다.

이러고서야 강건한 나라, 웅장한 나라가 되겠는가. 우리 아버지 세대가 일으키고 우리 세대가 뒤에서 밀어 오늘이 있다. 어쩌면 우리 세대가 사라지면 이 나라도 사라질지 모른다. 그대와 내가 자식을 지나치게 사랑했기 때문일수 있다. 그래도 분하지는 않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못살던 나라를 가장 잘사는 미국 같은 나라를 이 땅에 이룩했고 경험하고 살아봤다. 그저께 어느 나라의 신문도, 한 세대가 지옥과 천국을 동시에 살아본 나라는 유사 이래 한국이 처음이다고 썼다. 그 처음의 사람 중에 우리가 주인공이었으매 무슨 한이 있으리오. 무슨 원이 있으리오.

우리 지역 출신 시인 천상병의 시어처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즐거웠노라 할 뿐 무슨 미련이 있으랴. 또 어느 시인의 시어(詩語)처럼 떠나는 자야 떠나면 그뿐 진실로 가픔 찢는 아픔이사 남아서 살아야 하는 자에게 있는 것. 감히 부모 세대를 수구꼴통이라는 젊은이들을 볼라치면 내가 그때 아이스케키통을 매고 마는 건데 하는 때늦은 후회가 전혀 없지도 않다.

뼈가지 없는 수루메 같은 할망탕구들아. 손자 봐주지 마라. “공장에 일하러 갈래. 아이 볼래” 하면 모두가 공장에 일하러 가겠다 한다. 그만큼 아이 보는 게 중노동이다. 덜 떨어진 할망구들이 메마른 이파리 같은 나머지 자기 인생을 손자 봐주는데 바치고 있다. 하긴 뭐 자기 인생 자기가 사는 건데 누가 뭐라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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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뱀대가리 2021-11-19 오후 3:08

    어렸을쩍 일제하, 봄이면 개구리가 소리높여 울어댔다. 그때 낮이면 논이나 산기슭에서
    개구리를 잡아 먹었다. 까치알. 새알도 둥지에 올라가 먹어봤다. 잡곡투성이 밥도 없어
    배가 고팠다. 산기슭에 콩밭이 있었다. 가을이면 콩가지채 베어 불을 놓아 튀겨 먹었다.
    그 맛 지금도 잊지 못한다. 지금 이웃집 강아지를 보면 너무나 살이 졌더라. 탈북민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아니 남조선에 오니 강아지에게도 쌀밥을 왜 먹이냐'고 언성을
    높이더라., 대한민국 지금 이세상 너무나 멋지다. 저 북의 동포들에게도 언제쯤 이런
    세상 찾아 올건가?

  • 白丁 2021-11-19 오전 7:15

    절절히 공감합니다. 기 죽지 맙시다. 죄 지은 것 없습니다. 자랑스러운 세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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