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대통령들은 지금 묘지 안에서 미소지으며 편안히 잠을 자고 있을 것 같다.
<대통령들의 은밀한 유혹>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상류층에서 널리 알려진 재색을 겸비한 여인이 있었다. 그 여인이 내게 와서 비밀을 세상에 폭로하려고 하는데 그 대변인이 되어 달라고 했다. 그런 일들이 종종 있었다. 내용을 들어보니 두 대통령과의 불륜 관계였다. 그중 한 대통령은 살아있는 권력이었다. 평생을 스캔들 없는 성자같이 알려진 그분에게는 치명타가 될 것 같았다. 같은 남자로서 이해가 가기도 했다.
얼굴과 이름이 사방의 두꺼운 벽이었던 대통령은 자신의 욕구를 풀 길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 남자의 속성을 기막히게 알고 그 여인은 찾아갔던 것 같다. 나는 그 여인에게 서리 같은 한이 서리고 폭로할 마음을 가지게 됐는지 살펴봤다. 그녀가 사회의 진창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대통령은 외면했다. 체면상 그럴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성적 노리개로 생각하고 싫증 난 장난감을 버린 어린아이같은 망각일 수도 있었다.
그녀에게서 또 다른 감정이 엿보였다. 자신을 대통령의 부인과 동급으로 여기는 묘한 의식이 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화난 표정은 영부인과 자신이 뭐가 다르냐고 내게 묻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말렸다. 그리고 그녀는 침묵하기로 했다. 그 대통령들은 지금 묘지 안에서 미소지으며 편안히 잠을 자고 있을 것 같다. 사람은 누구든지 유혹을 만난다. 그에 따라 그의 운명이 정해지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이름있던 사람들이 감옥 안에서 원인 모르게 자살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나는 대충 그 원인을 짐작한다. 외형적인 고문이 없어진 대신에 심리적인 고문이 생겼었다. 수사기관은 그들이 유혹에 넘어갔던 사실을 들이밀면서 자백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었다. 조사를 받는 당사자들이 쌓아온 명예가 하루아침에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런 때 그들은 자살로 현실에서 도망가는 것 같았다.
한 장관급 인사의 뇌물사건을 맡아 변호사로서 일을 할 때였다. 나는 뇌물성을 부인했다. 그러자 검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 다른 사실을 기자들에게 알릴테니 선택하세요.”
잔인한 세상이었다. 약한 사람에게는 약한 유혹이 온다. 강한 사람에게는 강한 유혹이 온다. 유혹을 만날 때 인간은 연약하다. 솔로몬은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城)을 빼앗는 자보다 낫다고 했다. 그러나 그 말을 한 솔로몬 자신도 여성의 유혹에 이기지 못해 하나님의 진노를 입었다. 사람의 모든 지혜와 능력도 그에게 임하는 유혹에 이길 힘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 유혹이 우리에게 임할 때 죄라는 것을 알면서도 죄에 빠진다.
이십 년 전쯤 한 신학대학교의 초청을 받아 강연을 한 적이 있다. 강당에는 장래 성직자가 될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백지같이 깨끗한 앞날을 살려는 그들에게 때묻은 내가 뭘 말할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먼저 고백했다.
“저는 유혹에 약한 사람입니다. 유혹을 이기려고 스스로 노력도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스스로 불나방같이 유혹의 불에 덤벼드는 사람입니다. 지금도 앞에 아름다운 여인이 있으면 따라가서 무릎을 꿇고 사랑을 청할 그런 인간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성결한 여러분이 뭘 들을 게 있을까요? 지금이라도 집으로 가라면 강단에서 내려가겠습니다.”
그들은 그런 나를 웃으면서 받아들였다. 앞쪽에 있는 학장부터 교수들의 얼굴에는 어쩔 수 없이 약한 인간에 대한 긍정의 표정이 나타나고 있었다. 대통령 후보의 여배우와의 스캔들이 인터넷 공간에 끊임없이 떠오르고 있다. 이상하게도 대통령이나 장관들에게는 중세 수도사 정도의 도덕성을 요구하기도 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정치인이나 인기스타의 스캔들 기사를 즐긴다. 우상을 발가벗겨 놓고 보는 걸 즐기는 것 같다. 남의 타락을 기뻐하고 더 나아가서는 그 앞에 걸림돌을 놓기도 한다. 남이 유혹에 질 때는 그 무력함을 비웃지만 자신이 그랬을 경우 그 약함을 보편성으로 여기고 자신을 가련하게 여기고 남이 자신에게 동정해 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도나보다.
그러나 유혹은 아무리 봐도 선한 것이 아니다. 그에 지는 것은 죄다. 죄라는 것을 알면서도 죄에 빠진다. 내가 한다고 로맨스가 되는 게 아니라 불륜이 맞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담이나 가인처럼 그분을 떠나야 할까? 아니면 성경 속의 탕자처럼 죄는 죄라고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면서 일어나 아버지에게 돌아가야 할까.
두 대통령과의 불륜
- 엄상익(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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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2-14, 0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