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아동문학가들이 찾아든다. 해발 530여 미터 산중턱 2만6000여 평에 자리잡은 '동동나무의 숲'에는 중진 동화작가 배익천이 백발을 휘날리며 농부처럼 숲과 꽃을 가꾸며 창작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남도의 봄소식이 '동동나무의 숲'에 먼저 꽃소식을 전하고 있다.
'동동나무의 숲'에는 코로나19도 피해 가는 듯 작가 배익천은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자생 토종나무와 수국 등 꽃나무들을 손질하며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곳 소나무,동백, 편백, 상수리나무 밑에는 전국 동시동화작가들의 표지석(標識石)이 단정하게 놓여 있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작가들의 이름따라 '작가목(作家木)'으로 명명된 것이다.

아름다운 산수(山水)와 동시·동화의 글들이 한데 어우려져 '아동문학의 유토피아'가 되었다. 해마다 봄이 오면 '열린 아동문학'이 주관하는 '동심을 여는' 아동문학 축제도 열린다. '열린 아동문학상' 시상식도 함께 한다. 올해로 12번째가 된다.
동시 부문에는 전병호의 동시 '병산서당'과 동화 부문 정영혜의 '포상금이 얼마랴'가 당선작으로 뽑혔다. 심사위원장 강원희는 "꽃은 꺾어도 봄을 꺾을 수 없다"고 심사평을 남겼다. '병산서당'은 말미에 소개한다.
고성군은 '동동나무의 숲'을 기념하여 고성군을 '아동문학도시'로 선포하고 각종 행정지원을 하고 있다. '동동나무의 숲'은 벌써부터 전국에 알려진 '아동문학의 요람'이 됐다. 부모의 손을 잡고 찾아오는 어린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명소(名所)가 됐다.
'사단법인 동시동화나무의 숲'이 오늘이 있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성원과 노력이 있었다.그 중심에 동화작가 배익천과 사업가 홍종관, 박미숙 부부가 있다. 배익천은 안동교육대학을 졸업하고 교직에 있던 197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달무리'가 당선됐다.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1979년 부산MBC가 창간한 '어린이문예'로 직장을 옮겼다.
부산MBC는 '어린이게 꿈을', '청년에게 이상을', '가가호호에 위안'을 창사이념으로 내걸고 사시(社是)로 삼았다. 이같은 창사이념의 구현을 위해 '어린이문예'를 창간 무가지로 부산경남지역 어린이들에게 배포했다. 이때 배익천은 조유로, 선용 등 동시작가들과 함께 부산MBC로 직장을 옮겼다. 배익천은 후일 '어린이문예' 주간(主幹)도 맡아 활동했다. 배익천은 방송사에서 정년퇴직하면 본격적으로 창작활동에 전념하기로 하고 2008년 '작은 글마당'을 마련하고자 '무량산'을 찾아 들었다.
배익천은 방송사 근무 때 절친으로 만난 사업가 홍종관, 박미숙 부부와 인연의 끈을 튼튼히 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소천아동문학상, 이주홍문학상,대한민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대학에서 문예창작론을 강의하고 각종 문학상 심사위원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계간 '열린아동문학'은 언론인이자 동시작가였던 유경환 선생이 발간하던 것을 이어받았다. 발행인은 홍종관이고 박미숙은 편집위원, 배익천은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한국아동문학의 유토피아'로 불려지는 '동시동화나무의 숲'이 무량산 자락에 둥지를 틀고부터 한적하던 향촌(鄕村)에 불어오는 아동문학의 '붐'은 신선하고 향기로움을 더해 가고 있다. 심성이 거칠어지고 있는 요즘 세태는 문학을 통한 정서함양이 절실한 때이다. '동시동화나무의 숲'은 맑고 향기로운 서정의 목마름을 축여주는 옹달샘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제12회 '열린아동문학상' 동시부문 수상작 '병산서당'을 옮겨 싣는다.
<병산서당(屛山書堂)>
아이들이 책상 줄 맞추고 앉아
글을 읽었을 거야
병산을 굽굽이 돌던 낙동강 물은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을 거야
가끔 좋은 글귀에 놀라
바위에 부딪혀 찰싹 소리를 내기도 했을 거야
배롱나무는 꽃을 피워 몇 송이씩
만대루 난간으로 들어 올렸을 거야
몇 아이는 마음을 빼앗겨
살짝 곁눈으로 보았지만
서애 선생님의 기침소리에
자세를 가다듬고 다시 책을 읽었을 거야
ㅡ징계할 징
ㅡ삼갈 비
만대로 기둥 사이로
쉼없이 강물이 흘러가고
배롱나무가지에서 매미가
시원하게 목청을 높이기도 할 때
아이들은 하나 둘 책 속으로 걸어 들어갔을 거야
임진년에 얼마나 끔찍한 일이 있었는지
선생님이 왜 이 책을 썼는지
아이들은 하나씩 깨달아 가면서
책 속으로 난 길을 찾아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갔을 거야
지금도 여름이 오면
배롱나무는 꽃을피워 몇송이씩
만대루 난간으로 들어 올리지
그때 귀 기울이면
아아이들이 돌아와 글 읽는 소리
아이들이 그 읽는 소리 듣고 너무 좋아
철썩! 바위를 치며 튀어오르는 낙동강 물소리.
수상작품 '병산서당'에 대해 심사위원장 강원희는 "6·25전쟁의 치열한 전시상황에서도 아이들은 피난지 부산의 천막학교에서 배움을 멈추지 않았던 것처럼 임진년의 아이들도 병산서당에서 글공부를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전병호 동시인은 시대를 초월한 어린이들의 진정한 스승임을 느끼게 한다"고 심사평을 밝혔다.
병산서원은 경북 안동시 풍천면 병산리에 있다. 유명한 하회마을 입구 왼쪽편에 있다. 서애 유성룡 선생의 나라사랑 정신과 학문을 이어받고 모시는 서원이다. 작가 전병호가 430년 전 임진년 민족 수난의 역사를 오늘에 불러내어 작품으로 승화시킨 시상(詩想)의 전개가 돋보인다. 시대상황을 질타하는 서애 유성룡 선생의 추상같은 호령소리가 귓전을 맴도는 듯하다. 역사를 잊은 국민에게 내일이 없다는 역사적 교훈을 일깨워주는 수작(秀作)이다. 전병호, 정영혜 두 분의 '열린 아동문학상' 수상을 축하한다. 시상식은 6월4일 오후2시 '동시동화나무의 숲' 현장에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