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대통령제'는 공간과 무관하다

글씨를 잘못 쓴다고 붓을 탓할 수는 없다. 지금 많은 정치인들은 한국의 정치 제도인 '대통령 중심제'를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비판한다. 20대 대선 전인 2월 21일 서울 종로구 대화의집에서 ‘진영과 대권을 넘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는데, 토론회에 참석한 각계 각계 원로들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과 개헌 방향을 제시하면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끝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尹당선인도 당선 전후에 여러 번 청와대를 '제왕적 대통령제의 상징'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청와대를 나와야 한다”고 하면서 '용산이전'을 강행하고 있다.

'대통령 중심제'는 국민투표와 국민의 합의를 거쳐 통과된 헌법에 의해 규정된 것이다. 지금의 과도한 대통령의 권력ㅡ'제왕적 대통령제'는 일차적으로 헌법에 의한 것이며, 이차적으로는 통치자들의 통치 방식에 의한 것이다. 청와대 공간과는 별개의 문제다.

尹 당선인은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말씀하셨다. 일리가 있는 말 같은데, 그 뒤에 “의식이 공간을 지배하기도 한다”고 덧붙이면 좋을 것이다. 동물은 일방적으로 공간의 지배를 받겠지만, 인간은 동물과 다르다. 인간은 공간의 지배를 받기도 하지만 능동적으로 공간을 지배하기도 한다. 자연과 인간은 서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다. 이스라엘이나 스위스 같은 나라는 열악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되었지만, 동남아나 남미 지역에 자연환경이 우월한 후진국들도 많다. 미국은 그렇다고 쳐도 영국은 자연환경이 좋아서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되었던가. 청와대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상징'으로 된 것은 결코 공간 탓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청와대로 들어간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을 두고 청와대 탓을 많이 한다. 그런데 그건 아니라고 본다. 청와대로 들어간다는 것은 바로 권력을 잡는다는 것, 그들이 권력을 잡아서 그렇게 된 것이지 청와대로 들어가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권력이란 그 괴물 때문이지 청와대 건물이나 공간 탓이 아니란 말이다. 권력, 그것도 최고 권력은 아주 비정하고 무자비한 것으로 부자지간에도, 형제지간에도 나눌 수 없다고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권력 때문에 얼마나 많은 비극이 일어났는가. 인류의 역사는 권력 쟁탈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제왕적'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 집권 방식을 바꾸고 과도한 대통령 권력에 대한 견제장치가 효과적으로 마련되지 않는 한, 대통령궁을 용산으로 옮기든, 광화문이나 세종시로 옮기든지를 막론하고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탈피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글씨를 잘못 쓴다고 붓을 탓할 수는 없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새는 법, 그러한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수한다면 어디 간들 마찬가지일 것이다.

앞으로 어찌어찌하여 대통령궁이 용산으로 이전하게 되면, 국방부 청사 또한 권력의 상징으로 될 것이며, 여차하면 '제왕적 대통령제의 상징'이 될 것이다. 청와대 공간 탓을 하거나 '탈 청와대'를 고집하지 말고 헌법 개정과 집권 방식의 우량화를 도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지금 한창 뜨거운 청와대 '용산이전 논란'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와 '국민소통' 두 가지가 尹 당선인의 '탈 청와대'의 가장 주된 명분인 것 같다. 그런데 '제왕적 대통령제'는 장소나 공간과 필연적인 관계가 없다. 특히 청와대를 '제왕적 대통령의 상징'이라 하는 것은 일부 정치인들과 그들에 아부하는 언론의 관념적 프레임에 불과할 뿐, 청와대 공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러나 '국민소통'은 장소나 공간과 꽤 큰 관련이 있다고 본다. 지금의 청와대는 '국민소통' 면에서 어느 정도 부족점도 있다고 본다. 청와대는 '내부 소통'에 얼마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비서동과 춘추관이 그러하다. 그 부족점을 극복하는 것은 '용산이전'의 피해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외부 소통' 면에서는 오히려 청와대가 용산보다 훨씬 나을 수 있다. 경호 체제를 바꾸고 관저, 위민관과 경호실 외 청와대 본관, 영빈관, 상춘재, 녹지원 등 청와대를 완전 개방하면 본관 앞이나 녹지원에서 결혼식도 할 수 있고 '정치적 교감'도 느낄 수 있고 위민관 대통령 집무실을 바라볼 수도 있고 각종 행사도 치를 수 있을 것이다. 경호 체제를 좀 완화하면 청와대를 그대로 대통령궁으로 쓰면서도 얼마든지 개방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약간의 제약은 있겠지만, 그런 제약은 대통령이 있는 조건만으로 상쇄되고도 여유가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시내에 나가 국민들과 같이 오찬을 하기도 청와대가 용산보다 더 편리하지 않겠는가.

尹당선인은 '국민소통', '통합'을 중히 여기는 것 같은데, 선거 기간 중에는 네편, 내편이 있을 수 있겠지만, 당선된 후에는 전체 국민의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선거 기간 중 지지자들도, 반대자들도, 심지어 교도소의 죄수들도, 미워도 고와도 모두 챙겨주고 눈물을 닦아 줘야 할 국민들이다. 국민들의 충언에 귀를 기울이고 '용산이전'을 재고했으면 좋겠다.

尹당선인의 '탈 청와대' 이유를 무속이나 풍수지리와 연계시키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무엇에 씌인 게 아닌가' 하는 사람도 있다. 진영논리로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상기 두 가지 이유가 몰상식하고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이기 때문에,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에 찾아낸 이유 아닌 이유가 아닌가 싶다. 거듭 말하지만, '제왕적 대통령제'는 '제왕적' 헌법과 집권 방식 탓이지 장소나 공간과는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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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든타임즈 2022-04-01 오전 10:09

    孟母三遷之敎 맹모삼천지교. 읽어 보시라.

  • opine 2022-04-01 오전 12:52

    왕 휘지인들 그에게 털이 빠진 붓을 주고 글씨를 쓰라 할 때 과연 그는 붓을 탓하지 않을까? 아무리 명필이어도 붓을 탓할 경우가 있는 법.
    우리 헌법은 절대로 제왕적 대통령제 헌법이 아니다. 지금의 제왕적 대통령은 오히려 현행 헌법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것. 그것은 아직도 왕조적 사고체계를 벗어나지 못한 공무원, 그리고 일반 국민들이 만들어 낸 것. 대통령이 임금이나 되는 듯 임금을 모시고 살 듯 대통령궁 얘기를 하고, 대통령은 무조건 경관 좋고 건물 좋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 거느리고 집무하고 거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고체계가 문제인 것. 국민에게 책임질 일은 아랫 사람들에게 시키고 자신은 칭송받을 일이나 말만 하고. 그런 현상을 당연한 듯 받아드리는 국민들이 문제인 것. 이제 대한민국은 오히려 좋은 곳은 국민들에게 양보하고 집무에 편하고 경호에 문제가 없다면 자신은 더 낮은 곳을 찾아가는 그런 자세의 대통령이 필요한 국가가 되어야 하지 않겠나. 대통령은 결국 으뜸 공복일 뿐, 국가의 주인은 국민인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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