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논리로는 총천연색으로 평가하는 적극적 부동층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정당의 이익보다는 국민의 이익을 우선하는 정당이 승리할 것이다.
<나라가 망해도 정권만 뺏어오면 된다?>
1.
어렸을 때 꿈을 이루기 위해 불혹의 나이가 되면서 언론에 데뷔했다. 얼마나 공정했는지, 국정원 직원들이 3년간 지켜봐도 조기숙 성향이 파악되지 않는다고 했단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중도/보수성향의 학자들 모임에 초청받아 현안정책 관련 매월 공부모임을 했다. 그러다 청와대 근무가 시작되었고, 근무 중에도 공부모임에 나갔다. 참석자들의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이 통렬했다. 내가 적극적으로 해명하자 "결론은 노 대통령이 잘못한 게 없군요"라는 말이 나왔다.
당시만 해도 금융위기의 여파가 남아 있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임 정부에서 무분별하게 발행한 카드채 위기를 극복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을 때였다. 한 참석자가 "차라리 잘됐네. 지금처럼 하게 내버려둬요. 경제가 더 망가지면 우리가 정권 뺏어오기 쉬울 테니까…" 이 말에 충격받은 나는 "정권만 뺏어오면 나라가 망해도 된다는 말인가요?"라고 되물었다. 다른 참석자가 얼버무리며 그 상황을 모면했지만 나는 다음 달부터 모임에 나가지 않았다. 참석자 모두가 같은 생각은 아니겠지만 그런 소리를 듣고 다시 그 사람을 볼 자신이 없었다.
<1회성이 아닌 반복적 게임이 협력 가능케 해>
2.
인간사는 경쟁과 협력으로 점철된다. 대통령 후보자, 거대 양당, 동료, 친구, 심지어는 배우자 사이도 경쟁과 협력이 동시에 일어난다. 양자가 협력하면 시너지를 내서 파이를 더 크게 키워 윈윈하게 된다. 양자가 배신하면 서로 손해를 본다. 그러나 상대는 협력하고 나는 비협력하면 어수룩한 상대를 이용해 나만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나는 협력하고 상대가 비협력하면 나만 이용당하고 큰 손해를 입는다. 그 결과 인간은 상대에게 이용당하는 걸 피하기 위해 서로 비협력(배신)하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게 영화 '뷰티플 마인드'에 나오는 내쉬의 균형이다. 이것이 1회성 죄수의 번민 게임의 결과에 대한 예측이다.
이 세상이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으로 점철될 것임을 존 내쉬가 수학적으로 증명한 셈이다. 그러나 인간은 종종 아름다운 협력을 통해 우리 공동체를 지켜왔다. 왜 내쉬의 균형이 항상 초래되지는 않을까? 그 이유는 인간의 삶이 1회성 관계로 끝나지 않고 지속된다는 점에 있다. 즉 양자가 장기적인 관계를 맺게 되면, 서로 망해보는 학습을 통해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는 전략을 선택함으로써 협력한다는 것이다. 여기엔 세 가지 정도의 전략이 가능하다.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유전자의 세계에서 승자의 전략은?>
3.
1) 착한 남(여)자 콤플렉스:상대가 비협력해도 내가 상대를 믿어주고 협력하면 상대도 언젠가는 나와 협력하게 될 거라고 믿고 항상 협력하는 이타주의 전략
2) 나쁜 남(여)자 전략:나는 협력하는데 상대가 비협력을 택함으로써 상대가 나를 이용할 것을 두려워해 처음부터 끝까지 비협력하는 이기주의 전략
3) TFT(팃포탯;눈눈이이)전략:1회전에서는 무조건 협력하고 2회전부터는 상대가 택한 선택에 따라 맞대응하는 전략. 즉 상대가 비협력하면 나도 그 다음에 비협력하고, 상대가 협력하면 나도 그 다음엔 협력하는 전략이다.
실제로 연속적인 죄수의 번민 게임을 활용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 팃포탯 전략을 사용한 사람이 최종 승자가 되었다. 이는 이기적인 인간이 장기적인 관계에서 눈눈이이 전략으로 상대의 협력을 이끌어내 공공선을 성취할 수 있음을 설명해준다.
이상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는 생물학에서도 유사하게 발견되는데 이타적, 이기적, 상호주의 이타적 유전자 중에서 가장 생존 경쟁력이 없어 먼저 사라지는 건 이타적 유전자라고 한다. 그 다음이 이기적 유전자인데 나쁜 사람이 착한 사람보다 더 오래 사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이 중에서 가장 오래 생존하는 유전자는 때에 따라 협력과 비협력을 자유자재로 하는 상호적 이타주의 유전자라고 한다. 즉, 상대의 행동에 따라 맞대응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생물체라고 할 수 있다.
<상호적 이타주의가 가져다 준 혜택>
4.
눈눈이이 전략은 정치, 남북관계 등 인간사에도 적용 가능하다. 그런데 이를 현실에 적용할 때에는 주의할 게 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오차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현실에서는 소통의 오류 가능성이 상존하다. 그래서 이를 이론화한 악셀로드(Axelrod)는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상대가 한 번 비협력한다고 즉시 보복하지 말고 한두 번 더 기회를 주라고 조언한다. 즉 팃포탯이 아니라 팃포2탯 혹은 팃포3탯을 하라는 것이다.
이를 현실 정치에 이용하면 어떻게 될까. 상호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눈눈이이 전략은 장기적인 관계에서도 보복의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햇볕정책 이전의 남북관계가 그랬다. 서로 사랑하는 갑돌이와 갑순이가 헤어지게 된 것도 과감히 손해보면서 먼저 양보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상호주의를 벗어나 북측이 남측을 신뢰할 때까지 양보하면서 기다려주었다. 한반도가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나 공동번영을 꿈꿀 수 있게 된 것은 전적으로 팃포탯이 아니라 상호적 이타주의 전략에 의해 가능했다.
<어떻게 살 것인가?>
5.
악셀로드는 연속 죄수의 번민 게임의 주요원칙을 이렇게 정의한다.
1) 처음에는 무조건 협력하라 (의심이 너무 과하면 얻는 게 없다)
2) 두세 번 협력했는데도 상대가 배신하면 응징하라
3) 상대가 사과하며 협력을 약속하면 용서하라
나는 이 원칙을 내 인생에서는 물론, 논평에서도 적용해왔다.
불행히도 우리 정치에서는 유독 이기주의 전략만이 난무해왔다. 경제는 선진국인데 정치는 3류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우리 역사가 일제, 군사독재로 점철되면서 뚜렷한 선과 악이 존재했기에 상대와의 협력이나 타협이 용납되지 않는 적대적 문화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20대 대선에서 처음으로 여야 후보가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재명후보는 독재자의 산업화 기여를 인정했고, 윤석열 후보는 김대중, 노무현 정신의 계승을 약속했다.
<한국정치에서도 상호적 이타주의가 승리할까?>
6.
나는 향후 5년간 처음으로 정치권이 상호적 이타주의를 실천할 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선진국에서 새 대통령이 당선되면 6개월-1년간 가능하면 협조하는 허니문 기간을 주는 건 악셀로드의 첫번째 원칙 '처음에는 무조건 협력하라'를 실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윤석열 당선자와 신평 교수에게 내가 호의적인 걸 두고 "그들은 그런 대접을 받을 가치가 없다. 어차피 그들은 당신의 선의를 이용만 할 텐데 그들을 믿는 당신이 순진하다"며 훈계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나는 인생에서 한두 번 먼저 협력했다 손해 본 경험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 보는 눈을 키웠고, 편견에 사로잡혀 처음부터 이기적 전략을 썼다면 얻을 수 없는 좋은 친구를 얻기도 했다. 비협력하고 응징할 기회는 추후 얼마든지 있다. 일단은 이타적 전략을 통해 상호 협력을 유도함으로써 공공선을 성취할 수 있다면 그 정도 위험은 기꺼이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20-30대 젊은 세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기적 전략을 쓰는 50-60대와 달리, '먼저 협력하라'를 실천하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5년 후 정권교체/정권 재창출을 원한다면…>
7.
적극적 부동층은 각 정당의 행동이 협력인지 비협력인지를 민감하게 파악하고 그에 따라 맞대응해왔다고 생각한다. 지난 한 해 동안 국힘은 많이 변했다. 윤석열 후보도 과거의 보수정당 후보와는 많이 달랐다. 그러나 민주당과 지지자들은 그 변화를 무시하며 역대 보수당처럼 적대시하다 질 수 없었던 선거를 졌다고 생각한다. 승자가 되기 위해선 상대는 물론 국민의 소리에 눈과 귀를 열어 놓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맞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주야장천 정부를 비판만하는 것으로는 5년 후 정권교체도 보장되지 않는다. 흑백논리처럼 쉬운 게 없다. 그러나 흑백논리로는 총천연색으로 평가하는 적극적 부동층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내가 상호적 이타주의자로서 공정한 논평을 하고 싶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정당의 이익보다는 국민의 이익을 우선하는 정당이 승리할 것이다.
덧글: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나희도는 상호적 이타주의 전략으로 고유림과의 우정을 얻었고 지켰다!
5년 후 정권교체/정권 재창출을 원한다면…
- 조기숙(이화여대 교수) 페이스북
-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2022-04-04, 08:20












노무현 정권 나팔수, 조병갑의 후손, 曲學阿世 어용교수, 폴리페서의 표본인 여자의 글을 조갑제 닷컴에 계속 올려주는 底意가 뭔가?
이런 분의 글이 계속 揭載되어도 조갑제닷컴이 維持되는 것을 보면 이젠 앞뒤좌우 구분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망가졌다는 것인가
조기숙 교수는 뭘 원하나 ? 말 빙빙 돌리지 말고 요점만 말하라. 윤석열 정부는 문죄인과 그 무리들을 처벌하지 말라는 야그가 아닌가 ? 문죄인 친중종북 좌익 일당들은 자유 애국세력들을 없는 죄 뒤집어 씌워가며 박근혜, 이명박을 비롯 3명의 국정원장과 수도없이 많은 우파세력들을 감옥에 보내고 직장에서 내쫒으며 온갖 탄압을 자행했는데 . . 뭐라구 ? 이기주읙가 아니고 이타주의로 가자구 ? 그렇게는 안되지 . . . . 윤석열 정부는 다른 건 몰라도 문죄인 일파에 대해서 만큼은 철저한 이기주의와 '눈에는 눈, 이빨에는 이빨' 로 처절한 응징을 가해서 이땅에서 다시는 김대중, 놈우현, 문죄인 따위의 친중종북 좌익세력이 발 붙일 한치의 공간도 허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조기숙 교수가 굳이 위의 글의 내용을 진심으로 바란다면 5년 후, 그럴리야 없겠지만, 행여라도 좌익들이 정권을 잡는 그날에 다시 이 글을 올려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