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한국의 IMF 상황과, 오늘날 한국의 상황이 보여주는 공통점 세 가지

‘최악의 한일관계’와 ‘선진국이라는 자만’, ‘미국으로부터의 외면’ <2022. 1. 22. JB Press(펀드빌더 기고)>

한국의 원달러 환율 1200원(1달러=1200원)은, 심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가는 순간부터, 시장의 참여자들은 한국경제 전반에 위기의 경고등이 켜지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2022년 1월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거래가 시작되자마자 1200원을 돌파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세계금융시장이 크게 불안했던 2020년 3월에 1296원까지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은 이후로 안정을 찾았고 주로 1080~1180원의 범위로 거래되었다. 2021년 10월에 잠깐 상승하여 1200원線을 터치했지만, 다시 하락하여 1190원 전후로 움직여온 것인데, 2021년 말과 2022년 초에 상승을 거듭하면서 1200원을 돌파한 것이다. 그리고, 1월14일 현재, 원달러 환율은 다소 안정을 찾아 1190원 전후로 거래되고 있다.

2020년 3월에 1296원까지 급등하여 한국을 위기로 몰아넣었던 원달러 환율이 안정을 찾았던 것은, 한국의 위기극복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지원한 통화스와프 600억 달러 덕분이었다. 당시 한국 정부는, 미국이 제공한 통화스와프 600억 달러 중, 198억7200만 달러를 실제로 인출하여 5개월 동안 사용함으로써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2008년의 세계금융위기 때에도 한국은 미국이 제공한 통화스와프 300억 달러 덕분에 위기로부터 벗어났다. 당시 한국은 원달러 환율이 1462원까지 폭등하여 위기에 직면했고, 다급해진 한국은 미국에 통화스와프 지원을 요청했다. 한국은 통화스와프 300억 달러 중 163억 5000만 달러를 실제로 인출하여 사용함으로써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때의 통화스와프는 1년 6개월 후 종료되었다.

미국은, 위기에 직면한 한국을 이렇게 두 번(2008, 2020) 구출했다. 하지만, 1997년에는 구출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1994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금리인상과 1997년 7월 태국 바트貨에 대한 투기자본의 공격으로 촉발된 아시아의 금융위기는 순식간에 여러국가로 번졌다. 1997년 8월에는 인도네시아 루피貨 또한 투기자본의 공격을 받았고 홍콩의 주식시장은 폭락했다. 그때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98억 달러였고, 총외채는 1045억 달러에 달했다. 한국은 1997년 1월에 財界 14위의 한보그룹이 5조원의 부채를 안고 쓰러지면서 금융계와 산업계가 혼란에 빠져들었다. 이후로, 財界 8위의 기아그룹이 쓰러졌고, 한라그룹, 해태그룹, 삼미그룹, 진로그룹, 대농그룹, 뉴코아, 한신공영 등 많은 재벌그룹과 대기업이 도미노식으로 쓰러졌다. 1997년에만 매일 평균적으로 40개의 기업이 쓰러졌다. 한국의 주식시장은 폭락을 거듭했고, 1997년 초에 840원 수준이던 원달러 환율은 연말에 2000원 수준까지 폭등했다. 한국은 결국 백기투항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연말에 IMF의 구제금융을 받게 되었다.

당시 미국은 한국에게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얼마든지 한국을 단독으로 구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은 일본에게까지 “절대로 한국을 지원해 주지 말라”고 사전에 압력을 행사할 만큼 한국을 외면했다. 어쩔 수 없이 한국은 막판에 일본에게 희망을 걸고 일본에게 자금지원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것은 “IMF를 통해 지원하겠다”는 답변뿐이었다. 어째서 그때 미국은 한국을 버렸나? 인간관계는, 별것 아닌 사소한 것 때문에 기분 상하여, 결국 파경에 이르는 경우가 있다. 국가 간의 관계도 똑같다. 미국의 자금지원이 절실했던 1997년 당시의 한국은, 미국을 향해 의외의 돌출행동을 했다. 1997년 10월 초에 한국 정부(농림부)가 갑자기, 미국 네브라스카주의 도축시설에서 O-157균이 검출되었다는 이유로 해당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수입금지조치를 내린다고 언론에 공표한 것이다. 이에, 미국 정부(미농무부 장관)는, “한국측이 사전협의도 없이 O-157 관련 사항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국제관례에 어긋나는 것이다”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미국축산육우협회(NCBA), 미국식육협회(AMI), 미국육류수출협회(USMEF) 등 미국산 쇠고기 관련 단체의 파워는 미국의 정치권을 좌지우지할 만큼 대단하다. 타이슨푸드, 카길 등 민간기업의 영향력 또한 막강하다. 그런데, 한국은, 이러한 상황을 오판한 것인지, 결과적으로 전세계를 향해 “미국산 쇠고기가 O-157균에 오염됐다!”는 식의 네거티브 캠페인을 전개한 셈이 되고 말았다.

미국의 정치권은 격노했다. 사실은, 당시에 미국 대통령(클린턴)과 국무장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위기에 직면한 한국을 돕기 위해 자금지원을 하려고 마음 먹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같은 한국의 돌출행동에 분노한 부통령과 재무장관, 상무장관 등은 “한국을 절대로 지원하면 안 된다”며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결국, 미국은 “한국에 대한 지원을 불허한다”는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언론플레이 등 여론전(프로파간다)은 한국의 주특기로서, 협상에 있어서 상대방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한국은 평소에 자주 구사한다. 하지만, 그것도 분수에 맞게 구사해야 한다. 한국은 분수를 넘어서는 돌출행동을 했기 때문에 중요한 순간에 이런 식으로 미국으로부터 외면당한 것이다. 당시에 일본이 AMF(아시아통화기금)를 설립하여 아시아 국가를 지원하고자 했던 방안이 미국과 유럽의 반대로 霧散된 것도 한국에게는 악재로 작용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오늘날의 한국 상황을 살펴보면 기시감(旣視感)이 강하게 느껴진다. 즉 1997년 IMF 사태 당시 상황이, 오늘날 한국에게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이다. 1997년 한국의 IMF 상황과, 오늘날 한국의 상황은 ‘세 가지 공통점’을 갖는다.

첫번째 공통점은, 한일관계가 최악이라는 점이다. 한국의 IMF 사태 2년 전인 1995년 김영삼 대통령은, 중국 장쩌민 주석과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일본을 향해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발언을 했다. 일본 총무청 장관의 발언(“일한합방으로 일본이 좋은 일도 했다”)이 마음에 안든다는 이유로 일본을 향해 폭언을 한 것이다. 아울러, 국가 차원의 반일 퍼포먼스로서 중앙청(구 조선총독부) 철거이벤트도 성대하게 거행했다. 1992년부터 위안부 이슈로 일본을 강하고 공격했고, 고노담화(1993년)가 나왔고, 아시아여성기금(1995년)이 설립되었다.

오늘날도 똑같다. 한국은, 위안부문제 합의를 사실상 파기했고, 한국법원은 국제법에 어긋나는 반일판결을 잇따라 내리고 있다. 한국 내 일본기업의 자산은 압류되었고 현금화가 진행되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죽창가’를 운운하며 일본에 대한 적개심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으며, 동경올림픽, 후쿠시마 처리수, 유네스코 세계유산등재 등 사사건건 일본을 모함하고 헐뜯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욱일기는 수시로 불태워지고, 일본대사관을 모욕하는 위법적 동상을 한국 정부가 묵인함으로써 일본대사관 건물 증축이 중단되는 파행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최악의 한일관계라는 것이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두번째 공통점은, 선진국이라는 자만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IMF 사태 1년전(1996년)에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했다. 이에, 한국정부와 한국국민은 몹시 고무되어,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 “세계 29번째로 선진국 클럽에 가입!”이라는 식의 자화자찬이 대단했다. 거국적으로 샴페인을 터뜨리는 분위기가 확산되었다. 오늘날의 한국도 똑같다. 2021년에 유엔무역개발기구가 한국의 지위를 ‘선진국’으로 높였다는 이유로 한국정부와 한국국민은 크게 고무된 상태다. 한국정부(문화체육부)는 국가홍보자료에 아래와 같은 내용을 포함시킬 만큼 자만에 빠졌다.

“쇠퇴하는 일본, 선진국 격상 대한민국, 일본은 코로나 방역실패와 경기침체로 국력저하 지속, 한국 국력은 비약적 성장!”

아울러, ‘구매력평가(PPP)기준 인당GDP’, ‘근로자 실질 임금’ 등 일부 경제지표에서 한국이 일본을 앞섰다고 우쭐대는 분위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일본은 곧 망하고,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앞서갈 것이라고 착각하는 한국인도 많아졌다. 심지어 한국이 일본을 이미 앞선 것으로 생각하는 한국인도 적지 않다. ‘국가+필로폰’을 의미하는 ‘국뽕’ 현상이 갈수록 높아지게 된 것이다. 한국의 코로나 대응이 세계최고라고 착각하고 ‘K방역’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자화자찬에 빠진 것은 이같은 ‘국뽕’ 현상의 대표적 사례다. 일부 한국인 가수그룹과 한국의 드라마, 영화가 인기를 끌게 되자 마치 한국이 전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화국가’라도 되는 것처럼 우쭐대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같은 ‘국뽕’ 현상의 일환이다. 결국, 선진국이라는 착각에 빠져 샴페인을 터뜨리는 분위기가 1997년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이다.

세 번째 공통점은, 미국으로부터 외면당했다는 점이다. 가장 큰 결정타에 해당한다. 2021년 9월21일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남북과 미국 3자 혹은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런데, 미국 정부(바이든)는 그전부터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먼저 확실히 보여주어야만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놓은 상태였다. 따라서 이같은 한국의 제안은 사실상 미국의 뒷통수를 치는 돌출행동이었다. 쿼드(미일, 호주, 인도 안보협의체)를 확장하여 한국이 동참하는 방안(쿼드 플러스)에 대해서도 한국은 매우 소극적이다.

아울러, 2021년 1월26일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 시진핑과의 전화회담에서 “중국 공산당 설립 100주년을 축하합니다!”라고 경축했다. 이같은 행동은, 한국전쟁(6.25)에서 한국을 구하기 위해 중국과 싸우느라 피를 흘렸던 미국을 모욕하는 행동에 다름 아니었다. 미국은 즉각 한국을 향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이 원하는 ‘북경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서도 한국은 소극적이다. 한국은 오로지 ‘종전선언’에만 매달리고 있다. 2021년 12월13일 호주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호주 모리슨 수상과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중국, 남북 모두가 (종전선언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혔다”는 식으로 단정했다. 한국의 주특기인 일종의 여론전으로서, 미국을 압박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담긴 발언이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주한 미국대사의 장기간 공석’이라는 특이한 현상은, 이같은 돌출행동을 이어가는 한국을 향한 미국의 불쾌한 심정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같은 미국대사의 장기간 공석보다 훨씬 극단적으로 미국이 불쾌감을 표출한 방식은, 600억 달러 통화스와프를 연장해 달라는 한국의 요청을 단호하게 “NO!”라고 거절한 일이 될 것이다. 2020년 3월의 원달러 환율 급등(1296원)의 위기에서 한국을 구출한 600억 달러 한미통화스와프는 당초 6개월 계약(2020.3.~2020.9.)이었다. 그런데, 미국과 한국은 만기 전인 2020년 7월에 합의하여 통화스와프를 연장(2020.10.~2021.3.)했다. 그리고, 2020년 12월에 재차 합의하여 재연장(2021.4.~2021.9.)했고, 2021년 6월17일에도 서로 협의하여 3개월 연장(2021.10.~2021.12.)에 합의한 상태였다. 그런데, 이같은 통화스와프 연장 합의시점(2021.6.17)으로부터 3개월 경과한 2021년 9월21일의 유엔총회에서 한국은, 미국의 정책에 정면으로 맞서는 돌출행동(“남북미중이 모여 종전선언하자!”)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에 화가 난 미국은, 2021년 12월에, 한국의 통화스와프의 추가연장(2022.1.~ ) 요청에 대해 단호하게 “NO!”라고 반응한 것이다.

동맹의 요청을 노골적으로 거절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더구나 미국의 입장에서는, 600억 달러 통화스와프를 한국에 장기간 제공하는 것쯤은 너무나 손쉬운 일이다.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미국이, 동맹인 일본과 기간 및 금액 무제한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결국, 한국을 향한 미국의 이같은 노골적 거절은 결정적으로, 한국의 돌출행동(2021.9.21. 유엔에서의 종전선언 제안)에 의한 것이 명백하다. 1997년 IMF 사태 당시에는 미국산 쇠고기의 O-157 오염과 관련한 돌출행동으로 미국으로부터 외면당한 한국이, 오늘날에는 종전선언과 관련한 돌출행동으로 미국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한국은 일본과의 관계만 좋았어도, 2020년 3월에 원달러 환율급등의 위기를 겪지 않을 수 있었다. 그랬다면, 미국의 600억 달러 통화스와프 자체도 필요 없었다. 한국은 유사시 일본으로부터 상당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한일통화스와프를 2015년까지 유지했다. 한일통화스와프는 2001년 20억 달러 규모에서 출발하여,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계기로 증액을 거듭하여 2011년에는 700억 달러까지 달했다. 필요시 한국이 700억 달러에 상당하는 원화(약 84조 원)를 일본에게 맡기고, 일본으로부터 700억 달러(400억 달러 + 300억 달러에 상당하는 엔화)를 지원받을 수 있는 조건의 통화스와프였다. 일본 입장에서는 아무런 필요도 없는 것이었지만, 한국의 입장에서는 비상시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요긴한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에게는 반일이 더욱 중요했다. 병적 반일에 빠진 한국은 일본과의 700억 달러 통화스와프를 날려버렸다. 현재 한국은 중국, 터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호주, 스위스, UAE, 캐나다와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상태다. 하지만, 달러화(USD) 계약은 하나도 없다. 전부 ‘원貨 對 현지貨’ 계약이다. 비상시에 아무 도움도 안 된다.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약 4630억 달러다(2022년1월 현재). 하지만, 이는 충분하지 못한 규모다. 왜냐하면, 2020년 3월에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4500억 달러 수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1296원)하여 위기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IBS)은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고를 9000억 달러 수준으로 제시했다. 현재로서 절반 수준밖에 안 되는 것이다.

미국은 향후 수차례 금리를 인상할 계획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한국 내 외환(달러)의 유출을 초래하여 원달러 환율을 상승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한국의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을 막기위해서는 한국 역시 적극적으로 금리를 인상해야만 한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2021년 11월에 국제금융협회(IIF)가 발표한 ‘세계부채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6월 말 기준으로 가계부채규모가 GDP규모를 초과하는 국가는 한국이 106%로 유일했다. 미국 79%, 일본 64%, 유로지역 61%, 중국 60% 등 주요국들은 가계부채규모가 양호한 수준이다. 한국의 경제가 외부충격으로부터 특히 취약하다는 것은, GDP대비 무역(수출액+수입액) 의존도가 65%(2020년 기준)나 된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일본의 경우 무역의존도가 25%에 불과하다.

가계부채 규모가 큰 상태에서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충격이 클 수 밖에 없다. 소비 위축 현상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아울러,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가격의 하락이 초래될 경우, 다른 나라보다 훨씬 가파르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 만약, 이같은 소비위축과 부동산가격의 하락이 급격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까지 상승하게 되면 한국은 본격 ‘외환(달러)유출’ 사태가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 못한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1997년의 외환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1997년에 미국은 한국을 외면했다. 만약 오늘날 한국이 또다시 외환위기에 직면하면 현재의 분위기로 보아 미국은 분명 또다시 한국을 외면하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최악의 한일관계’와 ‘선진국이라는 자만’, ‘미국으로부터의 외면’이라는 세 가지가, 1997년 당시의 한국과 오늘날의 한국에게 확연하게 관찰되는 공통점이라고 볼 수 있다. 1997년에 위기에 빠진 한국은 다행스럽게 IMF로부터 지원을 받아 재기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과연 오늘날의 한국에 또한번 그때와 같은 위기가 찾아오면 IMF로부터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 1997년, 한국의 돌출행동에 격노한 미국의 일부인사(부통령, 상무장관, 재무장관)는, 한국에 대한 자금지원을 준비하던 대통령과 국무장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핵심인사들의 계획을 무산시켰다. 그런데,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은 일부인사는 심지어 ‘IMF가 한국을 지원하는 것까지 막아야 한다’는 강경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외환위기시 한국이 IMF로부터의 지원을 100% 얻을 수 있다는 장담은 아무도 못한다.

1997년 IMF가 마련한 한국에 대한 금융지원은 파격적이었다. 당시로서 IMF 역대 최고 금액인 570억 달러가 한국을 위해 편성되었다. 이 중 210억 달러를 IMF가 대여하고, 별도로 100억 달러를 일본이 대여했다. 미국은 50억 달러, ADB(아시아개발은행)은 40억 달러, 그리고 여타 선진국(G7 등) 및 국제금융기관들이 170억 달러를 별도 대여했다. 일본은 이렇게, 1997년에 금융위기에 빠진 한국에 대해 상당한 금액을 지원했고, 미국은, 2008년과 2020년에 원달러 환율급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한국에 대해 통화스와프(300억 달러, 600억 달러)를 제공했다.

그런데, 이렇게 큰 도움을 준 일본과 미국을 대하는 오늘날 한국의 모습은 어떤가? 한마디로 '배은망덕' 그 자체다. 오늘날의 이같은 한국의 모습 때문에, 앞으로 1997년과 같은 위기가 한국에 재현될 경우 한국은, 일본과 미국으로부터 도움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앞으로는, 금융위기시 한국은 사실상 고립무원의 신세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의미에서 향후 한국이, 미국이나 일본의 지원이 끊어진 상태(Naked)에서 미국의 금리인상 등 외부의 악재에 대응하여 과연 스스로의 능력만으로 원달러 환율을 1200원 이하의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의 여부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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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중건 2022-04-29 오전 9:38

    수준 높은 글 잘 참고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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