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여 살리는 경제대통령, 악을 쫓으려는 법률대통령, 다음은 국민정신을 한 단계 높일 문화대통령이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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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지기 정치인>
천구백구십년대 말쯤 체코의 프라하를 갔었다. 한국에 유학을 왔던 에바라는 체코 여성이 안내를 해주었다. 프라하의 성 옆을 지나갈 때 에바가 이런 말을 했다.
“소련 대통령 코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의 영향을 받아서 천구백팔십구년 학생들이 스트라이크를 일으켰어요.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프라하 광장으로 모여들었죠. 경찰이 학생들을 막 끌고갔어요. 그러자 시민들이 데모에 참여하고 예술인들까지 동조했어요. 그러자 이주일 만에 큰 희생이 없이 사회주의가 자유민주주의로 바뀌었어요. 그리고 그동안 지하운동을 해오던 파벨이 대통령이 됐죠.”
“파벨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죠?”
“파벨은 이차대전 후 공산당이 정권을 잡을 무렵 부자집 아들이었어요. 공산당에게 집안의 재산이 몰수됐죠. 파벨은 ‘카르타 77’이라는 지하운동을 벌였어요. 몇 번 감옥에도 갔다오고 고생을 했죠. 대통령이 된 파벨은 공산당이 몰수했던 재산을 본래의 소유자에게 돌려주는 정책을 취했어요. 파벨 대통령도 아버지의 재산을 모두 돌려받았죠. 대통령은 자기 재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지었어요. 저기 프라하 성 오래된 돌 위에 지은 새집이 보이죠? 저 새로 건축한 부분이 파벨 대통령이 자기 돈으로 지은 대통령궁이에요. 대통령은 남은 자기 재산으로는 재단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거기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죠.”
우리는 프라하의 로레타 광장 뒷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돌조각으로 물고기 문양으로 포장한 오래된 길이다. 마차가 오가던 자국이 패어 있었다. 그녀가 말을 계속했다.
“파벨 대통령은 시인이고 글을 쓰는 분이에요. 그의 글에는 체코를 사랑하는 정신과 진실이 들어있죠. 국민들은 파벨의 글을 신뢰하고 있어요. 얼마 전 파벨이 뉴욕타임즈 오피니언 난에 글을 기고했어요. 구시대의 강박감과 양극적 사고에서 러시아가 탈피해 줄 것을 유려한 문장으로 논박했죠. 나토가 적대시하는 것은 러시아가 아니라 공산당 독재라는 걸 분명히 했어요.”
나는 체코에서 ‘프라하의 봄’이라고 일컬어지던 민주화의 과정을 들었다. 그리고 수준 높은 정치 지도자를 알게 됐다. 내가 본 우리의 정치인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정치를 대표하는 종로구의 국회의원으로부터 사석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넉달 고생해서 사년 동안 왕이 되는 거야.”
그의 의식은 주인인 국민은 멸시하고 관리인인 자신을 높이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명박 대통령도 종로구에서 국회의원에 도전했었다. 정치인은 국가관리가 업무다. 그런 관리인들이 주인의 돈을 빼앗고 있다. 주인의 밭은 황폐해 가고 곳간은 무너져 가는데 괸리인들은 편안하다. 그들은 생산하지 않고 소비하는 자 같다. 그들은 요술쟁이처럼 정치를 한다. 배우같은 연기로 가짜 이미지를 만들어 세상을 농락한다. 이것저것 소화되지 않은 잡다한 정책을 비빔밥같이 만들어 싸구려 제품으로 팔고 있다. 그들이 시장바닥에서 피리를 불면 사람들은 춤을 춘다. 그들이 한 마디 하면 사람들은 참새떼처럼 이리 몰리고 저리 쏠린다.
나는 정치를 경멸해왔다. 정치인들을 너무 떠받들기 때문에 부패했다고 생각했다. 정치인이란 고상한 정신과 고귀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이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을까. 좋은 나라는 깊은 데서 온다. 철학이 있어야 한다. 하룻밤 새에 만든 정책이나 법조문에서 오지 않는다. 시위에서 나오지도 않는다. 국가도 빵만으로 사는 게 아니다. 정신이 한 단계 올라가야 하지 않을까. 그걸 알려주는 나침반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보면 역설적이지만 예수와 석가보다 뛰어난 정치가가 없는 것 같다. 예수의 정신을 토대로 한 정치가 이천년 동안 법률과 제도가 되어 세상을 지배했다. 정신적 감화의 방면에서 사도 바울은 로마의 시저보다 위대하다. 석가의 교훈이 왕을 능가하는 능력으로 이천오백년 동안 동양의 정신을 지배했다. 선을 행하기 쉽고 악을 행하기가 어려운 그런 수준 높은 사회를 정치의 좌표로 만들 때가 됐다고 한다면 현실을 모르는 너무 순진한 발상일까. 먹여 살리는 경제대통령, 악을 쫓으려는 법률대통령 다음은 체코같이 국민정신을 한 단계 높일 문화대통령이 나왔으면 하는 소망이다.
정치인이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을까
- 엄상익(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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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5-01, 09: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