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짜리 두 장과 초코파이 한 개

"인생의 최종 목표는 돈을 버는 게 아니야…굳이 말하자면 사람을 생명으로 인도하는 일이라고 할까" 멀리서 친구가 내가 있는 동해 바닷가로 찾아왔다. 청담색으로 툭 터진 바닷가를 산책하고 함께 온천탕으로 가서 뜨거운 물에 목욕을 했다. 그리고 향기로운 차를 나누면서 밤늦게까지 영혼이 교류하는 얘기를 나누었다. 친구는 목사였다. 그러나 교회를 가지고 신자들에게 설교를 하지 않았다. 굳이 표현하자면 산 따라 물따라 진리를 찾아 정처 없이 흐르는 스님과 비슷하다고 할까.

그는 젊은 시절 사업에 실패했다. 그게 계기가 되어 뒤늦게 그는 신학대학에 갔다. 공부 선수답게 히브리어와 헬라어를 공부해서 원전을 읽고 성경을 독파했다. 그는 평생에 제일 열심히 공부를 해 봤다고 했다. 목사가 된 후 그는 자유인이었다. 우수한 능력과 세상 경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교회 근처에 가지 않았다. 그가 하는 일을 주변에서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다만 지하철역 앞에서 그가 탈북민을 위한 기도를 해준다는 소리가 바람결에 들려왔었다. 밤이 깊어지고 멀리서 은은히 우는 새소리가 열린 창을 통해 신선한 바람과 함께 들어오고 있었다.

“목사님이 된 지 시간이 꽤 흘렀는데 하나님한테 어떤 소명을 받았나?”
그가 하는 일이 궁금해서 물었다.

“나의 사업 실패를 하나님이 자기의 양을 우리로 모는 지팡이 내지 채찍이라고 생각했지. 방향을 돌리라는 계시로 봤다고 할까? 그래서 순종했어. 그 다음에 내가 무엇을 할까요?라고 물어봤지. 그랬더니 그냥 기다리라는 계시를 받았어. 그게 내가 받은 소명이야. 칠십이 다 된 지금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어. 그냥 기다리는 것도 그분이 주시는 소명을 실천하는 거라고 생각해. 인간이 뭘 해 보겠다고 이 사업 저 사업 자선사업을 시도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야. 자신이 그런 걸 한다고 하는 순간 의무가 되고 타락하기도 하니까 말이야. 그냥 재미로 할 수 있어야 하는 거지.”

“그래 어떤 재미있는 놀이를 했어?”
내가 말을 돌려서 물었다.

“2달라와 초코파이 얘기를 해 줄까?”
그가 싱긋 웃으면서 나를 보았다.

“그게 뭔데?”
“내가 백수 생활을 오래 했어도 아들놈들은 잘 큰 것 같아. 혼자 공부를 했는데도 대학을 잘 들어가고 대기업에 취직을 했지. 아버지로서 내가 해 준 건 아무것도 없어. 그런데도 다 잘됐어. 이 아들들이 더러 주는 돈으로 내가 재미있는 장난을 한단 말이야. 그걸 일 달러짜리로 모두 바꿔. 그리고 초코파이를 사는 거야. 풍선과 수소통을 가지고 휴전선 근처에 가서 일 달러짜리 두 장과 초코파이를 비닐봉지에 넣고 그걸 풍선에 매달아 민들레 씨가 바람에 날리듯 공중에 띄워 올리는 거야. 그게 바람을 타고 북한으로 가는 거지. 북한의 암시장에서는 달러가 통용되잖아? 일달러 두 장을 넣은 것은 만일 걸리게 되면 적발한 사람과 나누어 가져 침묵을 지키라는 뜻이야.”

“그거 그냥 귀한 돈을 버리는 어리석은 짓이 아닌가?”
“얼마 전 탈북민 한 사람한테서 특이한 얘기를 들었어. 굶어 죽기 직전 하늘에서 떨어진 초코파이를 먹고 살아났대. 그걸 듣는 순간 온 몸에 전율이 일더라구. 나는 그 비닐봉지 안에 일 달러짜리 두 장과 초코파이 이외에는 아무것도 안 넣어. 종교나 정치의 냄새가 나면 곤란할 수 있잖아? 나하고 몇 명이 개인적으로 오락같이 즐기는 일이니까 말이야.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해야 하는 게 진짜인 거잖아?”

이미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어떤 환한 세계에 눈이 열려 있는 것 같았다. 샐러리맨으로 힘들고 가난하던 그의 삶이 즐겁고 기쁜 신비의 생애로 변한 것 같았다.

“어떻게 살아왔어?”
그의 삶은 평탄치 않았던 게 분명할 것 같았다.

“나도 몰라 세상으로 치면 백수로 그냥 살아온 거지. 쌀이 떨어졌을 때도 있어. 그런 때는 금식기도를 한다고 치고 굶었지. 그런데도 다 그 분이 먹여 살려주시는 거야. 세상을 돌이켜 보니까 내 자신이 마음도 생각도 흐트러져서 불평과 불만으로 짧은 일생을 마칠 뻔했어. 인생의 최종목표는 돈을 버는 게 아니야. 지식을 자랑하는 일도 아니고. 나의 바뀐 목표를 굳이 말하자면 사람을 생명으로 인도하는 일이라고 할까. 이상한 놈 같아 보일지 몰라도 내 마음은 세상 사람들이 짐작도 하지 못하는 기쁨과 만족이 있어. 그런 걸 전하는 게 나의 사업이라면 사업이라고 할 수 있지.”

“어떤 기쁨과 만족이 있는 건데?”
“내 인생은 괴롭고 쓰라린 일이 가득 차 있었지. 그런데 그런 고통이 사라진 것 같아. 죽는 것조차 무섭지 않은데 힘든 게 뭐 있겠어? 다른 친구들을 보면 벌써 중풍으로 몸을 못 움직이기도 하고 녹내장으로 보지 못하기도 하는 친구가 많지. 그런데 나는 좋은 시력으로 저기 밤하늘의 별도 볼 수 있지. 지금 한밤중에 우는 풀벌레 소리도 듣지. 손발로 노동도 할 수 있지. 남들은 암에 걸렸는데 나의 위와 장은 소화를 잘해 내지. 그런데 도대체 뭐가 부족한 거야? 그런 기쁨과 만족을 전하는 게 내 목표야.”

그의 영혼이 깨끗해지면서 사람이 변했다. 바뀐 개인이 즐거운 마음으로 초코파이와 2달러가 든 비닐봉지를 오락같이 허공에 날리고 있다. 사회의 개선도 그런 개개의 정신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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