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 尹을 쭉정이로 본 이유

박근혜를 배신했던 자가 이제 윤석열에게 半배신을 했다. 배신자를 어금니로 쓰는 윤 당선인이 왜 쭉정이로 보이지 않겠는가. <尹. 인사는 만사임을 뼈에 새기시길>

문재인은 어쩌면 솔직한 사람이겠다. 자신의 치부를 감추지도 않으니까 말이다. 좋은 일에는 남 먼저 숟가락 들고 나서지만, 궁색한 일에는 뒷방 늙은이처럼 들앉는다. 그러나 요사이는 윤석열을 공격하는 데에 신이 났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싸우는 투사의 모습이다. 自意로 이러는 건지, 타의로 이러는 건지는 모르나 이렇게 용맹했던 때는 생전에 없었다. 그럼 문재인이 왜 홀연히 용감해졌을까? 윤석열 당선인을 바지저고리 쭉정이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보았을까? 팔다리로 쓸 신하가 없는 임금임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기세좋게 밀어붙이다가 반대 여론에 주춤하고 망설이자, 박병석 국회의장이 중재안이란 걸 만들어 흔들어 보였다. 국힘당과 민주당이 쑥덕공론을 한 끝에 저런 중재안이 만들어졌는가는 모르지만, 여하튼 저 중재안이 손님을 부르는 중국집의 낡은 깃발처럼 나부꼈다. 그러자 윤석열이 권성동에게 가서 합의하고 오라며 심부름을 보냈다. 합의를 하고 오자마자 권성동이 개선장군처럼 우쭐거렸다. 그러나 윤석열의 계산과는 달리, 도리어 국힘당이 못난 놈이 돼 버리고, 여론의 뭇매가 국힘당으로 방향을 틀었다.

일이 이쯤되 고 보면 권성동과 이준석은 윤석열에게 “전하. 소인의 잘못입니다 죄당만사(罪當萬死)이오니 소신을 죽여주십시오” 해야 적어도 윤석열을 위한 뼈있는 신하라 할 것이다. 가령 윤석열이 “됐오. 그만 일어서시오” 하더라도 사직서를 바치고 표표히 물러났어야 했다. 권성동은 소수 정당으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뻐긴 잘못만으로도, 이준석은 절반의 성공이라며 자랑질한 과오만으로도 한사코 그랬어야 했다. 그러나 권성동은 내 잘못이 무엇이냐는 듯이 입을 싹 닦았고, 이준석은 뻔뻔하게 검수완박 반대로 돌아섰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나란히 풀잎보다 가벼운 언동인데 다른 이들이야 다시 볼 것도 없다. 문재인이가 왜 윤석열을 쭉정이로 보지 않겠나. 신하다운 신하가 없는 임금이 제 혼자서 설 수가 있겠나. 물러나는 임금이 더 잘 알 것이다.

다 알다시피, 공자의 제자 자로(子路)는 원래 왈짜였다. 그러나 공자는 그를 무척 아꼈고, 그를 제자로 받아들인 후에 이렇게 말했다. "내가 자로를 얻은 후부터는 나를 모함하는 나쁜 소리가 내 귀에 들리지 않았다(自吾得由 惡言不聞於耳)“ 사람들이 점잖아빠진 공자를 하찮게 취급하다가 일류 깡패가 그의 곁에 서 있으니 아무도 공자를 헐뜯지 못했던 것이다. 저때나 지금이나 人世의 인심은 이러하다. 자로까지는 아닐지라도, 권성동과 이준석이 깔끔하게 물러났다면 윤석열에게 사람이 없다고 말하겠는가.

윤석열은 아직 취임도 하지 않았다. 겉만 당선인이지 권력 하나 쥐고 있지 않다. 별 힘도 없는 이때에, 문재인에게 공격만 당하고 있다. 차제에 권성동과 이준석이 윤석열보다 나중에 기뻐하고, 윤석열보다 먼저 슬퍼하는 자세로써 윤석열을 위하였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교훈이 됐을 것이다. 그리하여 윤석열 곁에는 의기남아. 열혈남아. 혈성남자. 정인군자, 금옥군자들이 수두룩하게 있는 것으로 비쳐질 것이다. 어디 감히 문재인 따위가 바지저고리 쭉정이로 보겠는가. ‘검수완박’에 실패한 것보다 더 오들오들 떨 것이다.

저 두 사람이 물러나서 백의종군했다면 윤석열은 대통령이 된 후에 더 큰 것으로 보답할 사람이다. 되로 받은 것을 말로 갚을 사람이지, 남의 희생을 좋아라 할 사람도 아니고, 모른 척할 사람도 아니고, 고마움을 외면할 사람도 아니다. 권성동이가 때맞추어 물러났다면 훗날 그를 국무총리에 지명할지 누가 아나?

권성동이 중재안에 합의하고 와서 최선을 다했다며 제자랑질했다. 그래놓고 여론이 꾸짖으니 고개 숙이는 것으로 그만이었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책임을 안 지는 것도 하나의 배신이다. 박근혜를 배신했던 자가 이제 윤석열에게 半배신을 했다. 혈성남자 대신 배신자를 어금니로 쓰는 윤 당선인이 왜 쭉정이로 보이지 않겠는가.
  • 트위터
  • 페이스북
  • ↑위로
Copyright ⓒ 조갑제닷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달기 댓글쓰기 주의사항

댓글달기는 로그인후 사용하실 수 있으며, 내용은 100자 이내로 적어주십시오. 광고, 욕설, 비속어, 인신공격과 해당 글과 관련 없는 글은 사전통보없이 삭제됩니다.

  • 白丁 2022-05-06 오전 12:54

    ‘쭉정이’ 란 표현을 쓰신 고충을 이해합니다. 까놓고 얘기해서 Zott 으로 본거지요.

PC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