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들의 발을 한번 씻겨주시지 않을래요?”

“자신이 없습니다. 제가 한다면 그건 위선이 될 것 같습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하나님>

청량리역 앞에서 노숙자들에게 밥을 퍼주는 걸로 알려진 유명한 목사와 만난 적이 있었다. 부드러운 목소리에 서글서글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그가 이런 제의를 했다.

“제가 하는 집회에 오셔서 노숙자들의 발을 한번 씻겨주시지 않을래요?”
나는 그가 왜 그런 행사를 하려고 하는지 뜻을 알 것 같았다. 잠시 나를 돌아보고 나서 이렇게 대답했다.

진정한 마음이 들 때 그렇게 할게요.”

한다면 나는 위선이지만 그는 진심인 것 같았다. 나는 속으로 불평의 마음이 일어났다. 왜 나는 이기주의적이고 약하게 만들고 그런 분들은 그런 강한 위대성을 가지게 하는지. 세월이 흘렀다. 그는 세상에서 우뚝섰다. 그의 지도하에 있는 수많은 국내외의 공동체가 생기고 병원이나 수많은 시설들이 생겨났다. 이기적인 나는 점점 더 먼지같이 작아지고 그는 산같이 커진 것 같았다.

용산역 앞에서 오랫동안 무료급식을 하는 분이 사건이 생겨서 나의 법률사무소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 여성은 내게 이런 말을 했었다.

“한겨울 날선 바람이 부는 용산역으로 갔어요. 계단 옆에 코트를 둘러쓴 노숙자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고개를 푹 숙이고 꼭 얼어죽은 것 같았어요. 다가가서 보니까 똥을 싸서 썩은 냄새가 칼날같이 날카로웠어요. 옆에 버려진 판자조각을 가져다 똥을 긁어내고 그 할아버지를 씻어 줬어요. 그렇게 일이 시작됐어요.”

나는 그녀가 천사같았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녀의 행동은 세상에 깊은 울림을 준 것 같다. 그 무료급식소에 쌀과 반찬들이 퍼부어졌다. 어느 날 그녀가 이런 고민을 털어놓았다.

“물건을 주는 분도 있고 통장으로 돈을 보내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지나가다가 제가 노숙자에게 밥을 주는 걸 보고 그 자리에서 돈을 꺼내 주고 가는 분도 많아요. 그런데 그 돈의 액수가 작지가 않아요. 제 주변에서 티가 안나는 그런 돈을 쓰자고 유혹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좋은 일에는 마귀가 그런 틈을 노리기도 하는 것 같았다.

내가 아는 또 다른 사람이 있다. 학교 다닐 때 레슬링을 하고 불량 학생으로 주먹을 휘둘렀던 그는 어느 날 선교사가 됐다고 했다. 소련이 막 개방됐을 때 그는 빵통을 어깨에 메고 모스크바 역 앞 광장에 서 있었다. 그곳에서 노숙자들에게 빵을 나누어주기 위해서였다. 지나가는 소련인들 중에는 그의 빵통에 침을 뱉는 사람도 있었다.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와서 빵을 주는 것에 대해 자존심이 상한 것 같기도 했다. 세상의 가장 바닥으로 갔던 그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모스크바역 앞 광장에 널부러져 있는 노숙자들의 비참한 모습은 우리나라하고는 비교가 안 될 정도였어요. 고름들이 흘러나오고 씻지 않은 몸에서 나오는 썩은 냄새는 폭력보다 더했어요. 그 동상이 걸린 노숙자의 발을 내가 가슴에 품어준 적이 있는데 이상한 건 그 냄새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는 우물 안 같이 좁은 내 인식의 세계 너머에 있었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 수 있을까. 그들의 환경이나 받은 교육이 그렇게 만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들은 가난했고 병을 앓기도 했다. 학력도 대단하지 않았다. 오히려 학교 때 공부를 못했다고 했다. 다만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어떤 영적인 힘이 있는 건 분명한 것 같았다. 그렇지 않다면 그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김수환 추기경의 수필집에 나온 한 장면이 떠오른다. 한여름 강론을 하는데 바로 앞에서 악취가 피어오르더라는 것이다. 아무리 추기경이라도 그 냄새는 참기 힘들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었다. 종교계의 최고 지도자가 감내하기 힘든 걸 해내는 보통 사람들을 나는 본 것이다.

그런 모습들을 보는 하나님은 어떤 존재일까. 그냥 내 생각이다. 대단한 하나님이 어느 날 삼차원의 세상에 인간이 되어 내려왔다. 가난한 집에서 노동자가 됐다. 인간이 된 하나님은 사람의 밑에서 더러운 발을 씻어 주었다. 죄인들과 식사를 하고 그들의 친구가 되어 주었다. 멸시받고 얻어맞고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사형대에서 창에 찔렸다.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하나님이 진창에서 허우적대고 사람들이 그걸 보고 웃고 조롱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인간들이 따라야 할 샘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일부 인간의 영(靈)에 그런 프로그램을 입력한 것 같다. 내가 본 밥을 주는 성자들이 그런 사람은 아니었을까. 물론 악마들이 해킹을 해서 악성 바이러스를 심기도 하는 것 같다. 그 좋은 프로그램이 성령은 아닐까. 죄인이고 먼지인 인간 자체가 스스로의 의지로 그럴 수 있을까. 우물안 개구리인 나는 좁고 동그란 하늘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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