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행위의 손배소 책임은 엄중히 물어야

이 정도의 파괴적 행위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긴 것에 대한 책임을 스리슬쩍 피할 수 있다면 ‘법과 원칙’이 살아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의 파업이 인명피해 없이 타결되기 위해 수고한 관련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이번 사태가 우리 노사관계의 과거와 현재가 발전적으로 교차하는 지점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몇가지 짚어보겠습니다.

1. 이번 파업 방식의 극단성은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을지언정 공감보다 우려를 초래했습니다. 죽음을 불사한 옥쇄파업은 21세기 한국의 모습이 아닙니다.

2. 이번 파업의 불법성은 더이상 용인되지 않아야 합니다. 첫째, 법적으로, 원청은 하청근로자의 쟁의행위 상대가 아닙니다. 만약 원청과의 노동조건 협상이 허용된다면 애초에 고용계약을 맺은 하청기업과 근로자의 근로계약은 무화될 것이고 국가 경제 전체의 대혼란이 벌어질 것입니다.
둘째, 주요 생산시설을 점거해 다른 근로자의 일할 권리를 뺏는 것은 타인의 삶을 파괴하는 명백한 불법행위입니다. 노동권과 합법적 쟁의는 적극 보호받아야 하지만, 불법쟁의는 기획돼서도 안되며 사후적으로는 반드시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합니다.

3. 주장의 극단성입니다. 부채가 9조 원이나 쌓인데다 국민 세금을 11조 원이나 투입해 겨우 연명시킨 회사에서 호황기 정점 기준으로 임금이 감소해온 것을 한번에 만회하겠다는 것은 지불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과한 주장입니다. 수주가 늘었다고 당장 돈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온 나라가 인플레와 전쟁 중인데, 30% 임금 인상을 내걸고 겨우 살아나기 시작하는 공장을 멈추다니요.

4. 민노총의 무책임성과 정치매몰입니다. 상급단체이면서도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한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물러설 수 없는 투쟁”이라며 대정부 정치투쟁의 모멘텀으로 활용했습니다. 사람이 상할까바 온국민이 걱정하는데, 이들은 사태가 더 극단적으로 확대되기를 바라는 낡은 행태를 보였습니다.

5. 사용자 역시 적극적인 협상에 임하기보다 정부가 해결해주길 바라는 수동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간 생산성 향상과 자구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여기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단, 타결을 위해 불법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일체 묻지 않는 합의를 해온 과거 관행을 깨고 손배소 책임을 제대로 묻는 것이 사용자가 국민 앞에 책임지는 모습입니다.

6. 정부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과거 우리 노사관계는 말이 노사관계이지 실상은 ‘정부 개입에 의존해 온 노정관계’였습니다. 수출지향 개발독재와 군사정권을 거쳐오면서 사용자는 협상을 제대로 진행하기보다 정부의 공권력이 투입돼 파업 주동자를 달랑 끌어내주기를 기다리기 일쑤였고, 정부는 법과 ‘노사자율’원칙은 무시하고 생산차질을 줄이는 것만 신경썼습니다.

이번에 공권력 투입이 언급됐다가 전격 철회된 것은 큰 다행입니다. 법과 원칙이 '공권력 투입'이 아니라 '불법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집요하게 묻는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렇게 노사관계가 한 걸음씩 진전할 것이라 믿습니다.

협상은 타결됐지만 아직 남은 쟁점은 민형사상 책임을 누가 어디까지 질 것인지입니다. 노사갈등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이때 노사는 자신들의 주장과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법을 준수해야 각자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 정도의 파괴적 행위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긴 것에 대한 책임을 스리슬쩍 피할 수 있다면 ‘법과 원칙’이 살아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 사회가 원칙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전진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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